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지칭하는 등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이 31일 법원에서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조정래 판사 심리로 진행된 1차 공판에서 고 이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가 맞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고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해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검사장 인사와 관련해 (내게) 불이익을 줬고 부림 사건 변호인으로서 공산주의자”라는 취지로 발언했고 검찰은 지난달 명예훼손 혐의로 고 이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오른쪽)과 이인철 구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가 31일 서울중앙지법을 나오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오른쪽)과 이인철 구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가 31일 서울중앙지법을 나오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고 이사장은 재판정에서 참여정부 시절 검사장 인사와 관련해 “필요에 따라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을 증인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이사장은 이날도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전시작전통제권환수, 한미연합사 해체, 미북평화협정 체결 등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 유도 활동 △연방제 통일 주장 △국정원 해체 주장 △북한에 대한 주적 표기 반대 △집권 시 북한을 우선 방문하겠다는 발언 △사드 배치 불허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의 사례를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는 근거로 들었다.

이날 고 이사장이 재판정을 나오자 자칭 애국 진영 지지자들은 악수를 건네며 “수고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디어오늘·MBC 기자가 MBC 총파업, 블랙리스트 논란 등에 대해 질문하자 고 이사장은 “법원에서 대답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31일 미디어오늘·MBC 기자가 MBC 총파업, 블랙리스트 논란 등에 대해 질문하자 “법원에서 대답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31일 미디어오늘·MBC 기자가 MBC 총파업, 블랙리스트 논란 등에 대해 질문하자 “법원에서 대답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사진=김도연 기자
서울중앙지법을 나올 때까지 기자들이 따라붙으며 거듭 질문을 던지자, 고 이사장은 “말하기 싫다는 것을 이렇게 (따라붙어서 질문)하면 강요죄 되는 것 아느냐”고 말한 뒤 주변에 “이분들(취재진) 전부 다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기자 ‘멱살’을 잡거나 카메라를 잡아채는 등 고압적으로 취재진을 막아섰다. “너 이XX”라며 미디어오늘 기자 멱살을 잡았던 지지자는 기자 신분을 밝히자 “그것도 언론이냐”며 폄하 발언을 했다.

재판정에 앉아있던 이인철 구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는 고 이사장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여기서 (고 이사장이) 대답하실 필요없다”며 고 이사장을 두둔했다. 다음 재판은 10월17일 오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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