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MBC 파업 참여 아나운서들에 대한 인사 차별과 배제·격리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동호 MBC 아나운서국장(52)이 내달 1일 방송의 날을 맞아 ‘방송 진흥 유공자’로 선정돼 적격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신 국장은 이날 ‘한국방송협회 회장 표창’을 받을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월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방송 90주년을 맞이해 방송 발전에 크게 공헌한 전·현직 방송인들을 발굴하고 포상함으로써 이들의 공적을 기리고 사기를 진작해 방송 발전에 기여하고자 정부 포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달 6일 ‘방송 진흥에 기여한 정부포상 후보자’ 명단을 공개한 뒤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공개 검증을 한다고 밝혔다. 이 명단에는 신동호 국장이 올라와 있다.

방통위가 밝힌 방송 유공자 선정 절차를 보면, KBS·MBC·SBS 등을 포함해 방송협회 소속의 서울 및 지역 방송사들이 추천 인원을 할당받고, 이들 방송사의 인사 추천이 이뤄지면 방송협회가 구성한 심사위원회를 거쳐 정부포상 후보자는 방통위에 추천된다. 방통위 역시 공적심사위원회를 통해 후보자를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행정자치부에서 확정한다.

이 절차에 비춰보면 신 국장은 MBC가 추천한 인사로 볼 수 있다. 방통위가 정부포상 후보자 명단에서 공개한 신 국장의 ‘주요 공적’은 다음과 같다.

“△MBC 아나운서로 25년간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을 통해 방송발전에 기여 △최근에는 심층적이고 품격 있는 시사보도 프로그램 전문 앵커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언론역할 정착에 크게 기여”

▲ 신동호 MBC 아나운서. 사진=MBC
▲ 신동호 MBC 아나운서. 사진=MBC
이런 평가는 MBC 안팎과 온도 차가 크다. 신 국장은 2012년 MBC 파업에 참여한 아나운서들을 인사 배제하고 격리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 22일 MBC 아나운서 27명이 출연·업무 중단 기자회견에서 신 국장의 전횡을 폭로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50여 명의 MBC 아나운서 가운데 파업 이후 12명이 퇴사하고 11명이 부당 전보된 상황은 신 국장 책임이라는 것이다.

송일준 MBC PD협회장이 2012년 파업을 중단하고 회사로 돌아간 배현진 아나운서와 후배들을 외면한 신동호 국장의 성을 따 ‘배신남매’라고 비판한 페이스북 글이 화제가 되는 등 신 국장에 대한 온라인 비난 여론은 매섭다.

덧붙여 신 국장이 1일 받게 되는 상이 ‘정부포상’이 아니라 ‘한국방송협회 회장 표창’이라는 점에서 방통위의 방송 유공자 선정에선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방송협회 회장은 고대영 KBS 사장이다. 방통위는 1일 유공자 명단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MBC 언론인들이 내달 4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사 관계자들에 대한 정부포상은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개된 후보자 명단에 공영방송사 내부에서 ‘적폐 언론인’으로 꼽는 인물들이 적지 않았다. 훈장을 비롯해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장관표창을 누가 받느냐에 따라 적격성 논란이 일 수 있다.

한편, MBC 언론인들의 소식을 전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마봉춘세탁소’가 지난 25일 공개한 영상에는 아나운서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인 신 국장의 입장이 담겨 있다.

신 국장은 ‘후배들 보기 부끄럽지 않느냐’는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의 질문에 “일방의 얘기만 듣고 이야기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신 국장은 30일 미디어오늘 전화에 “어디신가요”라고 물은 뒤 기자가 소속을 밝히자 “제가 지금 통화가 곤란해서요. 미안합니다”라고 말하고 바로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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