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소리가 1분 넘게 상암동 MBC 로비에 울려퍼졌다. 어떤 이들은 힘차게 박수를 치며 돌아온 32명을 반겼고, 또 어떤 이들은 이들을 보며 연신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MBC 조합원들이 총 파업을 공식 선언한 30일, 제작부서를 떠나 부당전보를 당했던 32명의 MBC 구성원들은 상암동 MBC 로비에 서서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구성원들의 박수소리를 마주했다. MBC 조합원들은 오는 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30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에서는 약 4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었다. 이날 구로, 여의도, 경인지사 등으로 부당전보를 당했던 PD와 기자 등 32명은 파업에 동참하는 의미로 ‘유배지 폐쇄선언’을 했다.

정영일 기자는 2014년 10월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을 받았다. 정 기자는 “처음에는 동료들끼리 지내다보니 동병상련도 있었고 힘든줄 몰랐는데 시간이 갈수록 정신적 고문같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저들이 노리는 건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 회사를 그만두게 하는 것이었다”면서도 “우리는 절대 그만두지 않았다. 단단하게 서로 더 사랑하면서 돌아갈 날을 기약해왔다”고 말했다.

이근행 PD 역시 부당전보를 당했던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며 터져나오는 감정을 겨우 추스렸다. 이 PD는 “그동안은 눈물이 너무 많았는데 수년 동안은 눈물이 나지 않았다”면서도 “어제 조합에서 유배지 폐쇄선언을 한다는 얘길 듣고 한참을 울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민식 PD도 그동안 인터뷰하다가 자주 울었다. 송출실로 갇혔던 날은 즐겁기만 했다는 김민식 PD였다”며 “어쩌면 늘 즐겁기만 했던 김민식도 감정을 상실한 저도 정상이 아니다. 상처입고 불행해진 인생”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는 2012년 파업 당시 만들었던 ‘제대로 뉴스데스크’라는 콘텐츠에서 ‘김재철 찾아라’라는 코너에 출연했다가 사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했다. 이때부터 시작된 김 기자의 ‘고난’은 지난 5년 간 여러 차례의 부당전보로 이어졌다. 김민욱 기자는 “파업끝나고 경인지사로 발령받고 아카데미에 6개월 정도 있었다. 잠시 보도국에 복귀했다가 미래방송연구소라는 곳에 가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구를 3년 했다. 결혼 때문에 휴가를 냈는데 구로로 발령났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저희가 개고생했다고 알아달라는 것이 아니”라며 “그동안 고생한 분들이 너무 많고 제가 당한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저도 마이크를 잡고 지난 5년 간의 얘기를 시작하면 한참동안 얘기하게 되는데 그런 만큼 이 자리에 앉아있는 모두의 한명한명이 다 자신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해직자들도 함께 해 파업의 의지를 다졌다. 박성호 기자는 “어떤 사람들은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정치 환경이 바뀌니까 이제 일어서냐고 한다. 맞다. 정치 환경이 바뀌었다. 시민들이 무도한 시대를 끝장내고 정의의 시대를 만들라고 촛불을 들었고 (파업은) 그 시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MBC의 파업은 부활의 작업”이라며 “죽여야 살릴 수 있고 멈춰세워야 다시 달릴 수 있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 30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에서는 약 4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었다. 사진=차현아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에서는 약 4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었다. 사진=차현아 기자.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오는 4일 0시부터 총파업을 선언하며 구성원들에게, 해직자와 ‘유배자’ 등 서로에게 빚진 마음을 내려놓고 강고한 대오를 유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 본부장은 “9월4일 0시부터는 아무 것도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 것도 빚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방송 돌려주겠다는 것 하나로 모두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8월24일부터 29일까지 6일 간 서울을 포함한 전국 18개 지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적인원 1758명 중 1682명이 참석해 투표율 95.7%, 찬성률 93.2%(1568명)을 기록해 역대 최고의 찬성률을 보였다. MBC본부는 송출 등 필수 인력도 남기지 않고 전 조합원을 참여시켜 강도 높은 파업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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