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양대 공영방송 핵심 간부들이 보직을 내던지고 있다.

MBC 보직자 57명은 30일 성명을 통해 “김장겸 MBC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이 용퇴를 통해 현 사태를 수습하길 요구한다”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상황에 온다면 이를 기점으로 보직 사퇴를 통해 경영진의 책임과 결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직을 걸고 언론노조 MBC본부가 파업에 돌입하는 4일까지 경영진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MBC 드라마·예능·라디오 부문 핵심 간부들을 중심으로 보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후배들의 제작 중단과 이어질 총파업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잠정 집계한 보직자 현황을 보면, 이들이 보직 사퇴 시 보직자 159명 가운데 사퇴자는 67명으로 늘어난다. 절반 규모의 보직자들이 ‘김장겸 체제’에서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보직자 57명은 “최근 각종 지표가 얘기하는 MBC 경쟁력은 바닥을 치고 있고 언론사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지는 이미 오래”라며 “2012년 파업 이후 경쟁력 핵심인 인력은 보복인사로 사분오열했고 MBC 신뢰도의 지지 기반인 주요 시사프로그램들이 폐지 또는 성격이 바뀌는 수난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보도 본연의 임무는 작동하지 않았다”며 “여기에 외부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전략과 투자는 오락가락을 반복해 MBC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KBS 기자 부장·팀장·앵커 35명도 30일 오전 성명을 통해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보다 앞서 KBS 프로그램 ‘일요진단’ 김진석 앵커가 지난 27일자 방송을 끝으로 하차했다.

KBS 기자 부장·팀장·앵커들은 “사무실은 흉가처럼 썰렁해졌고, 기자들이 원고와 씨름해야 할 책상머리에는 사장 퇴진 스티커들이 아물지 않은 상처처럼 덕지덕지 붙어 있다”며 “그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직 동료들도 대부분 사장의 리더십은 이미 무너졌다고 답답함을 토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대영 KBS 사장에 대해서 “공영방송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시대의 요구, 우리의 갈망은 현재 KBS의 시스템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민심에 맞서고 등 돌린 후배들을 버리면서 남은 임기 채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KBS를 살리기 위해, 미래를 짊어진 후배들을 위해, 그리고 고 선배, 스스로의 명예를 위해 아름다운 퇴장을 보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KBS 보직 간부 PD 88명도 지난 29일 오후 6시부로 보직을 내려놨다. <관련기사: KBS 간부 PD 88명, 보직을 버렸다>

▲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아래는 각 공영방송사 보직 간부들의 입장문.

<MBC 경영진의 용퇴를 요구한다.>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가 파업을 결의했다. 이미 편성제작부문, 보도부문 직원들의 제작거부가 시작되어 방송이 파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전면 파업은 방송파행을 넘어 MBC 조직 내부의 극한 갈등과 분열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 2012년 장기 파업의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노사 간 극한 대립이 발생한다면 이미 추락한 MBC의 경쟁력은 악화 일로로 치달을 것은 자명하다.

위기의 파고를 넘어 MBC 재건을 위해 가기는커녕 몰락의 빙산을 향하고 있는 MBC호 안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최근 각종 지표가 얘기하는 MBC의 경쟁력은 바닥을 치고 있고 언론사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지는 이미 오래다. 여기에 지상파방송광고시장의 어려움과 콘텐츠 경쟁력 저하로 2017년 경영수지는 대규모 적자를 예고하고 있다. 한때 <MBC의 위기>는 양치기 소년의 외침이었고 그냥 볼멘소리에 불과한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대세 위기의 중앙에 MBC가 있는 것이다. 이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지만 우리의 대처는 너무 안이했다. 2012년 파업 이후 경쟁력의 핵심인 인력은 보복인사로 사분오열했고 MBC 신뢰도의 지지기반인 주요 시사프로그램들이 폐지 또는 성격이 바뀌는 수난을 겪었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보도 본연의 임무는 작동하지 않았다. 여기에 외부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전략과 투자는 오락가락을 반복해 MBC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이 같은 위기의 시기에, MBC의 미래를 결정할 엄중한 시기에 우리의 힘은 또다시 분산되려한다. 이에 우리는 경영진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갈등을 봉합하고 조직을 통합할 의지, 떨어진 경쟁력을 끌어올릴 전략과 MBC 미래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지난 2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리는 경영진의 의지를 확인했다. 합법적으로 선임된 경영진에 대한 사퇴압박에는 굴하지 않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조직 통합을 위한 현실적 방법을 통해 현재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는 조금도 엿볼 수 없었다. 그저 2012년 파업의 연장선에서 노사 관계를 바라보며 위기를 자초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고 지금까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반성도 없었다. 변화의 시대를 끌고갈 리더십과 책임 있는 자세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경영진과 함께 MBC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해야할 책임을 지닌 보직자들로서 반성한다. 지금까지 경영진을 향해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고 침묵했음을 인정한다. MBC의 가치가 훼손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지금의 경쟁력 약화가 무엇에 기인하는지도 알면서도 <그래도 MBC는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스스로를 방어해왔다. 기회주의자라는 안팎의 비난도 달게 받겠다.

그러나 더 이상 침묵할 수는 없다.

2012년과 같은 극렬한 노사갈등이 재연될 경우 우리의 미래는 없다. 경영진의 자리보전을 위해 MBC가 희생될 수는 없다.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그 책임의 중심에 있는 경영진의 결단을 요구한다.

용퇴하라.

MBC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고 후배들에게 MBC 영광 재건의 기회를 물려주고자 한다면 물러나야 한다. 이것만이 내홍과 분열로 점철된 조직을 추스르고 추락한 MBC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영진의 리더십으로는 MBC호가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 경영권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이분법적 정치쟁점화를 통해 또다시 MBC를 파국으로 몰고 가 재기불능의 식물조직으로 전락시켜선 안된다.

아래 기명 보직자들은 김장겸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용퇴를 통해 현 사태를 수습하길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의 간절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상황에 온다면 이를 기점으로 보직 사퇴를 통해 경영진의 책임과 결단을 요구할 것이다. 끝.

2017년 8월 30일

△드라마기획국장 최원석, 기획국부국장 피용선, 기획국부국장 박상일, 매체전략국부국장 양영석, 예능본부특임국장 사화경, 예능1국부국장 박정규, 예능2국부국장 전진수, 경영인프라국부국장 김상철. 

△디지털기술국부국장 김수인, 신성장사업국부국장 장혜영, 신성장사업국부국장 김구산, 문화사업국부국장 강영은, 계열사부장 이상훈, 그룹유통전략부장 전병덕, 신매체개발부장 권철.

△시청자홍보부장 허정숙, 편성기획부장 강미영, TV편성부장 유건욱, 편성콘텐츠부장 김예나, 시사제작3부장 김지수, 다큐멘터리부장 한상규, 라디오편성사업부장 김정관, 라디오제작2부장 황종현.

△라디오제작3부장 조순미, 라디오제작4부장 정홍대, 아나운서1부장 김완태, 아나운서2부장 김미정, 드라마제작2부장 임화민, 드라마제작4부장 이재동, 드라마기획1부장 강대선, 드라마기획2부장 박성은.

△드라마해외제작부장 김근홍, 예능마케팅부장 노창곡, 예능제작2부장 김영진, 예능제작3부장 강영선, 예능제작4부장 최원석, 파일럿부장 박현석, 예능해외제작부장 박현호, 인재개발부장 유동규.

△정보콘텐츠부장 최지태, 테마투어사업부장 최윤희, 기술관리부장 김영석, 기술연구소장 신용우, TV송출부장 김일양, 제작기술부장 지영석, 영상기술부장 김두현, 종합편집부장 김현섭.

△라디오기술부장 이선택, 보도기술부장 정진옥, 광고영업부장 김영진, 국내유통사업부장 조석현, 해외유통사업부장 진혜원, 경기남부총국장 김학구, 사업기획부장 이두호, 기술정보사업팀장 최병호, 스마트특수영상제작팀장 박은석, 브랜드사업TF팀장 이근범. 이상 57명

▲ 지난 25일 저녁에 열린 ‘돌아와요 마봉춘·고봉순(돌마고) 불금파티’에서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25일 저녁에 열린 ‘돌아와요 마봉춘·고봉순(돌마고) 불금파티’에서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KBS 기자 부장·팀장·앵커가 함께 보직을 사퇴합니다>

자리를 먼저 비우겠습니다.

- 고대영 사장의 결단만이 해법입니다.

공영방송 KBS의 이름으로 부여받은, 결코 가볍지 않은 자리에서 그동안 나름대로는 부끄럽지 않기 위해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 자리를 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되기에 저희가 머물렀던 자리를 비워 새로운 시대의 거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보도본부를 돌아봐 주십시오.

기자들의 절대 다수가 고대영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사무실은 흉가처럼 썰렁해졌고, 기자들이 원고와 씨름해야 할 책상머리에는 사장 퇴진 스티커들이 아물지 않은 상처처럼 덕지덕지 붙어 있습니다. 그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직 동료들도 대부분 사장의 리더십은 이미 무너졌다고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제작거부 사흘째, KBS뉴스의 파행만은 막아야 한다고 사무실에 남은 동료 선후배들의 충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맞습니다. 뉴스 파행은 안 됩니다.

하지만 무너진 시청자의 신뢰보다 더한 뉴스 파행이 어디 있습니까? KBS뉴스가 시청률, 공정성과 신뢰도에서 추락했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책임지지 않는 공영방송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KBS뉴스 제작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았던 저희부터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기자 고대영 선배…

탁한 물 맑은 물이 다르기는 하지만,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고 도도히 흐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공영방송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시대의 요구, 우리의 갈망은 현재 KBS의 시스템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이, 나서고 물러설 때를 분명히 선택하는 것이 지혜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결별도 때로는 미래에 대한 약속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심에 맞서고 등 돌린 후배들을 버리면서 남은 임기 채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소신 굽힌 적 없이 부끄럽지 않게 KBS 기자로서 살아오셨다는 예전의 결기는 어디 갔습니까? 사장 취임사에서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30년 KBS인으로 살면서 기자 고대영을 지탱해준 것은 “공영방송 KBS가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말.

저희들도 같은 마음입니다. 자부심으로 일했고, 그 자부심의 끝에서 이 황혼의 희미한 빛을 새벽을 기약하는 여명으로 여기며 먼저 물러나려 합니다.

KBS를 살리기 위해, 미래를 짊어진 후배들을 위해, 그리고 고 선배, 스스로의 명예를 위해 아름다운 퇴장을 보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7년 8월 30일

김기현 김대영 김명섭 김봉진 김상협 김성모 김원장 김종명 김태욱 박일중
박태서 방세준 송현정 안세득 안현기 원종진 유성식 유원중 이성훈 이영석
이영현 이충헌 이해연 정재용 조성훈 조중기 조일수 조현진 최정근 한보경
한상덕 한성윤 홍성철 홍찬의 권혁일 35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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