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화 유도 분위기를 깨고 북한은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 해상을 향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쐈다.

‘대화 문턱’ 직전 무력시위나선 북한

북한이 29일 새벽 일본 열도를 넘어 북태평양 해상에 떨어지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8월 말 이후 한반도 정세가 대화 국면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도발은 미국이 ‘괌 포위사격’ 위협을 실행에 옮기지 않은 북한의 최근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문턱을 낮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나온 기습적인 강경대응이다.

주요 일간지들은 북태평양으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것에 대해 미국을 상대로 공언한 괌 타격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했다. 최초로 고각이 아닌 정상각도로 발사해 미사일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한편, 사흘 전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 이어 사거리가 더 긴 미사일로 위협 수위를 높여 미국을 압박하려는 포석이다. 그동안 북한은 북극성, 화성 계열의 중거리 이상 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하면서 발사각도를 일부러 수직으로 높인 고각으로 발사해왔다.

특히 이번 미사일은 2700km를 비행해 태평양 공해상에 떨어졌다. 미사일은 미 알래스카 방향으로 날아갔지만, 북한 원산 기준으로 괌까지 거리가 3300km인 점에 비춰 얼마든지 괌을 겨냥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한국일보는 이번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 발사된 것을 두고 일본의 반발을 노려 한미일 공조의 균열을 유도하려는 계산으로 풀이했다. 영공을 농락당한 일본이 자위권 차원에서 한층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을 주장하며 밀어붙일 경우,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려는 한국의 입장과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이번 탄도미사일의 발사로 미국과 일본의 반응도 강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긴급 전화통화를 통해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며 한층 더 압박을 높여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발사 직후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군에 지시했고 군은 오전 9시20분 공군 전투기 F-15K 4대를 출격시켜 MK-84 폭탄 8발을 강원도 태백 필승사격장에 투하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청와대 측에 따르면 미국의 전략 자산 한반도 전개도 미국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도발은 정세 변화에 따라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점차 도발의 강도는 세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간지들은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혼란스러운 대응을 문제로 거론했다. 특히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일간지들은 군사적으로도 한국이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정부의 대응은 한심하다”며 “북이 보유한 10000t 핵폭탄의 1만분의 1 위력밖에 되지 않는 1t 짜리 폭탄 8개를 강원도 사격장에 떨어뜨리고 ‘대북 무력시위’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레드 라인을 언급하고 북핵 공인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이에 대비하는 어떤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움직임도 없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조선일보는 ‘코리아 패싱’을 염두에 두고 “미·일 정상이 9차례 통화할 동안 한·미 정상은 2차례 통화했다. 이것이 정상인지, 이래도 괜찮은지, 왜 그런지 아무 설명도 없다”며 “언제까지 현실을 회피하고 헛된 환상을 좇을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을 통해 “대화 국면이 전개되더라도 북한에 끌려다니고, 미국에 외면당하는 처지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은 이에 대해 사설에서 “북핵 문제에서 감정적 대응은 금물”이라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와 제재 병행의 기조를 굳건히 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세운 뒤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있게 실천하는 자세”를 주문하며 “북한의 도발과 한·미가 맞대응하는 악순환은 이제 끝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기 바란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여기서 더 나아가 북한에 대한 대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협상보단 핵·미사일 고도화로 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만큼 한반도는 또다시 강 대 강의 대결구도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도 “비록 북한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계속 보이더라도, 우리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된다’는 대원칙을 토대로 대화를 위한 부단한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 영수증 나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편성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나왔다. 올해보다 7.1% 늘어난 이번 예산안의 증가율은 9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정부는 2018년 예산안과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무회의를 거쳐 내달 1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29일 밝혔다. 국회는 12월2일까지 내년 정부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돼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특징은 복지 지출(보건·복지·노동)은 12.9% 늘어나는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지출은 20% 급감한다는 점이다. 복지 지출은 146조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인데, 이는 전체 예산의 34.1%에 달하는 수치다. 예산 분야 별 증가율을 살펴봐도 복지 지출 분야의 증가율이 12.9%로 가장 높다. 복지 지출은 2021년까지 해마다 9.8%가 늘어날 계획이다.

그러나 늘어난 지출을 ‘나라 곳간’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 재정지출은 향후 5년 간 총 100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일단 정부는 세수 등 재정수입도 90조원이 늘어날 수 있어 재정건전성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9.6%로 올해 예상치 39.7%보다 오히려 낮다. 2021년 예상치도 40.4%에 불과하다. 정부는 순 재정상황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도 올해(-1.7%)보다 내년(-1.6%)에 오히려 더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 중앙일보 8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8면 기사 갈무리.
그러나 이러한 관측대로 세수가 들어오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결국 정부가 증세 카드를 내놓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정지출도 줄이지 않고 증세도 하지 않으려면 결국 지난 정부처럼 ‘증세 없는 복지’라는 이름하에 ‘증세 아닌 증세’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초고소득자 증세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합리적인 추가 증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저성장 극복을 위해 재정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지만 규제 완화와 혁신을 소홀히 하는 정책 실험이라는 점에서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며 “성장동력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자칫 재정만 낭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새 정부 5년간 발생할 재정 적자는 172조원쯤”이라며 “정부는 5년간 178조원으로 100대 국정과제를 수행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전부 빚내서 돈을 풀겠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첫 예산안의 큰 그림은 무난하지만 향후 5년 간 지속 가능성 보장하기에는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증세 없는 복지가 환상임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요행과 막연한 기대감으로 예산을 짤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증세의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고 보도했다.

원세훈, 2년 만에 다시 심판대 선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고법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30일 나온다. 대법원이 원 전 원장의 대선개입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깬 지 2년 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2년에 진행된 국정원의 온라인 여론공작 활동을 대선개입으로 볼 지가 핵심 쟁점이다.

▲ 한겨레 9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9면 기사 갈무리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등은 2009년~2012년 12월까지 국정원 심리전단직원 70명에게 인터넷 등에 국내 정치·선거개입 글을 올리도록 지시한 혐의(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로 지난 2013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원 전 원장이 지시한 여론조작이 공직선거법 위반인 ‘대선개입’인지와 관련해서는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는 2014년 9월 “국정원 직원들이 평상시에도 계속·반복적으로 실시한 사이버 활동이 선거 시기라고 하여 당연히 선거운동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부는 1심과 달리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첨부파일(425지논·시큐리티)을 증거로 인정해, 국정원 직원이 쓴 트위터 글을 11만3621건에서 27만4800건으로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7월 대법관 13명 만장일치로 이메일 첨부 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따라서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도 재판부가 대법원이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파일 없이도 대선개입을 유죄로 판단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MB정부 세종시 수정안 반대여론일자 “한 대 씩 먹이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반대여론을 두고 “‘세종시가 블랙홀이 돼 다른 지역들은 나빠진다’는 식의 말을 만드는 사람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라며 “쓸데없이 말하는 놈들은 한 대씩 먹여버려라. 끌려다니지 말고 확실하게 해라”라고 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2009년 5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원 전 원장이 직원들에게 내려보낸 지시사항을 자료로 정리해 공개했다. 자료는 검찰이 국정원으로부터 온전한 형태로 제출받아 법원에 추가 증거로 신청한 녹취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원장은 4년 동안 선거 및 국내정치 적극개입, 젊은 층 우군화, 극우단체양성,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홍보, 언론공작 등을 무려 49회 이상 지시했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데 대해 “진 것이 다른게 아니고 1억원 피부숍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2012년) 총선이 잘못되면…강 건너 불 보듯 할 문제가 아니다. 비노출 활동을 하면서 모든 것을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우리나라 총선에서 야당이 되면 강성대국이 완성된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했다”며 “야당이 되지도 않는 얘기를 하면 강에 처박아야지, 왜 가만히 있느냐”고 직원을 질책했다.

▲ 경향신문 10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10면 기사 갈무리.
극우단체 양성 지시와 관련해선 “일반 심리전단에서 대학생들이라든가 곳곳에 모임을 만들어가지고”라며 “인터넷 자체가 종북좌파 세력들이 다 잡았다. 전 직원이 인터넷을 청소한다는 자세로 종북좌파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만 ‘건국’ 찬양 독재 두둔한 중기부 장관 후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고 이승만 정부 당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립을 위해 독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박 후보자는 박정희 정부의 새마을 운동은 “진정한 신분 계층 제도의 타파”라고 평가했다.

현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인 박성진 후보자는 2015년 2월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대학교 연구 및 교육 Model(모델) 창출’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학교에 제출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강의안 형태로 된 보고서 ‘제2장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자유민주주의 나라 건설에 대한 열망”으로 평가하면서 “김구와 비교(분단 반대와 대한민국 건국)”라고 적었다. 또한 보고서에서 박 후보자는 “자유민주주의를 알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를 만들기 위해 독재(다른 대안이 있었나?)”라고 이 전 대통령을 두둔하며 “조봉암 제거 사건”을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의 정신세계에 대해 박 후보자는 “조국 근대화에 대한 열망”으로 평가하며 “공학적 접근(선택과 집중), 유신과 중화학공업(5.3선언, 대중경제론과의 대립)”이라고 긍정적으로 기술했다. “일제 장교를 통한 일본과의 비교: 일본이 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대목은 일본군 장교로 복무한 박 전 대통령의 과거를 미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고, “국민의 정신 개조 운동: 새마을운동(진정한 신분 계층 제도의 타파)”이라고도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