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중단에 나선 MBC 기자·PD들이 폭로하는 ‘아이템 통제’ 실태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은 세월호 아이템에 대한 MBC의 병적인 검열이었다. “세월호는 금기어였다”는 내부 언론인들의 증언은 부문을 막론하고 쏟아지고 있다.

먼저 MBC 라디오 PD들이 지난 28일 폭로한 아이템 통제 실태를 보면 세월호 관련 인터뷰는 상시적 검열 대상이었다. 세월호 1주기였던 2015년 4월16일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이 사람이 사는 세상’ 제작진은 참사 당시 20여명을 구조한 어민을 취재했다. 하지만 당시 노혁진 라디오국장(현 MBC PlayBe 대표)은 사전 시사를 요구했다. ‘정부’ ‘해경’ ‘헬기’라는 단어가 삭제됐다. 노 전 국장은 세월호 기록단 활동을 한 박민규 다큐멘터리 감독 인터뷰에 대해 “이 사람 내가 아는데 위험한 사람”이라며 인터뷰 취소를 지시했다. MBC에 만연한 ‘세월호 혐오’가 라디오 부문에서도 팽배했던 것이다.

유명 방송인도 검열을 피할 순 없었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 ‘양희은 강석우의 여성시대’ 진행자인 방송인 강석우씨는 세월호 1주기 때 “빨리 수습이 돼야 할 텐데…. 대통령은 어디 밖에 나가신다고 하고 국무총리는 이상한 일에 연루돼 공백 상태가 될 거 같다. 그럼 세월호가 해결되겠습니까”라고 즉석에서 멘트를 던졌다. 해당 멘트가 방송에 나간 뒤 당시 담당 부장은 스튜디오로 뛰어와 “발언 경위가 뭐냐”고 물으며 제작진을 압박했다. 강석우씨는 얼마 뒤 하차했다.

▲ 김장겸 MBC 사장(왼쪽)과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MBC 경영진의 든든한 뒷배였던 박씨는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MBC 사장(왼쪽)과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MBC 경영진의 든든한 뒷배였던 박씨는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사진=이치열 기자
검열은 일상을 침투했다. MBC 라디오국의 한 PD는 2015년 11월 소속 부서장으로부터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린 세월호 리본을 내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2015년 9월 MBC 입사 면접 당시 임원들은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대한 생각을 묻기도 했다. MBC는 참사 때인 2014년 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세월호 광장을 ‘불법’ ‘난장판’ 등으로 비난하는 리포트를 내보낸 바 있다.

이러한 ‘세월호 통제’는 라디오 부문에 그치지 않았다. 편성국 PD들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 침체와 사회 활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정부와 보수 언론 주장에 맞춰 지상파 가운데 가장 먼저 정규 방송을 편성한 곳은 MBC였다. 편성국 PD들은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편성 통제 실태를 폭로하며 “연간 캠페인 ‘기본과 원칙, MBC가 함께 합니다’ 시리즈는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 오보에 대한 언론으로서의 반성 없이 시청자에게 ‘기본과 원칙’을 운운한 위선적 작태였다”고 비판했다.

MBC 보도국 소속 취재 기자들이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보도국 내에서도 △세월호 유가족의 눈물을 영상으로 쓰지 말라는 지시 △유가족인 김영오씨 비난 보도 지시 △유족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 확대 보도 지시 △세월호 특조위 폄하 지시 등 세월호 아이템과 관련해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 MBC에서 왜 악의적인 세월호 보도가 쏟아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사제작국에서 제작하는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세월호 아이템도 오랫동안 통제돼 왔다.

세월호 아이템 통제에 대한 MBC의 집착은 김장겸 사장의 사고방식과 궤를 같이 한다. 김 사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열린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세월호 유족을 지칭해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발언해 논란을 불렀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14년 4월25일 당시 보도국장이던 김 사장은 박상후 시사제작국 부국장(당시 전국부장)에게 팽목항 상황을 물었고 박 부국장은 “장관이 아줌마들하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상황으로 누그러졌다”면서도 “분위기는 따귀도 맞고 험악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면 돌 던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김 사장은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되물은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얻어맞을 정도 상황이면 비판은 못하더라도 상황, 현상을 보여줘야 되는 거 아니냐. … (정부의) 수습 대처가 미흡하고 후진적이라 하더라도 무전기를 빼앗아 물에 뛰어들라고 할 수준이면 국가가 아프리카 수준이고. … 구조하는 사람들 생명은 존귀한 게 없고 자기 새끼만 중요하다는 그런 이기주의에서 나온 것 (아닌지) 고민해봅시다.”

실제 박 부국장은 2014년 5월 세월호 민간 잠수사 죽음에 대해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며 “실제로 지난달 24일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결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김 사장의 생각이 고스란히 MBC 세월호 보도로 나타난 경우였다.

▲ 지난 대선 시기 박상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대선 시기 박상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를 두고 왕종명 MBC 기자협회장은 “전원구조 보도가 오보라는 목포 MBC 취재진과 보도 책임자의 보고를 무시하고 이후 이어진 악의적인 세월호 보도를 고려하면 의도적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선 안 된다는 의도가 있지 않고서는 MBC 세월호 보도를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송일준 MBC PD협회장은 “세월호 침몰사고는 박근혜 정권의 아킬레스 건이었다”며 “MBC 보도·제작 책임자들 입장에선 이 아이템을 다룬다는 것이 박근혜 심기를 불편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랬기 때문에 세월호 용어나 표현 하나하나 꼼꼼히 통제하고 간섭하며 박근혜에 나름의 ‘따뜻한 배려’를 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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