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V조선 ‘강적들’(7월5일 방송)
“추미애 대표는 다른 건 다 좋은데 약간 표정이 좀 더 부드러워졌으면 좋겠어요.” (출연자 강민구)
“다정다감하고 특히 여성 정치인에게는 모성애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데 이게 굉장히 헷갈립니다. 사석에서는 아주 여성스럽고 굉장히 잘 웃고. 정치인으로 처신할 땐 기센 여성 정치인으로 평가받아요.” (출연자 김갑수)

▲ TV조선 '강적들'
▲ TV조선 '강적들'
#2. MBC ‘나 혼자 산다’ (7월7일 방송)
진행자 겸 출연자인 박나래, 꽃꽂이와 요리하는 본인 모습을 두고 “오늘 신부수업 같지 않니?”, 자막으로는 ‘꽃꽂이에 요리까지, 당장 시집가도 되겠어’라고 적혀있다.

▲ MBC '나 혼자 산다'
▲ MBC '나 혼자 산다'
#3. tvN, ‘SNL코리아 9’(7월1일 방송)
‘3분 가게 코너’. 유세윤이 걸 그룹 에이핑크 멤버들을 보고 ‘3분 여자친구’를 선택한다. 여기에는 ‘청순한 여자친구’, ‘보호본능 여자친구’, ‘과즙녀 여자친구’, ‘뉴페이스의 다양한 여자친구’ 등이 적혀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성평등진흥원) 7월 1일~7일간 지상파·케이블·종합편성채널의 예능·오락 프로그램 33편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한 결과, 일주일 동안에만 32건의 성차별적 내용이 방영됐다고 밝혔다.

MBN ‘아궁이’(7월 7일 방송)에서는 가수 임재범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는 말을 듣고 출연진 홍종선이 “임재범씨가 의외의 여성성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양성평등진흥원은 “가사노동이 여성의 상징인 것처럼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외모에 대한 차별적 장면이 다수 삽입됐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는 키가 크고 날씬한 여성 출연진에게는 예의 있게 말하다가 키가 작고 못생긴 캐릭터를 연기하는 출연진에는 “아줌마, 저리 꺼지세요”, “아저씨, 입 돌아가요” 등의 비하 발언을 연속적으로 보여줬다. 같은 프로그램 ‘오지라퍼’라는 코너에서도 뚱뚱한 여성 캐릭터의 외모를 비하하는 식으로 개그를 진행했다.

▲ tvN '코미디빅리그'
▲ tvN '코미디빅리그'
여성에 대한 성적 고정관념뿐 아니라 남성에 대한 성적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장면도 있었다. E채널 ‘내 딸의 남자들: 아빠가 보고 있다’(7월1일 방송)에서는 최양략의 딸 최하나가 친구와 함께 대화하는 도중 “남자는 힘이야”와 같은 말을 했고, 자막에는 ‘상남자의 힘줄이여 솟아라’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앞에서 언급한 사례 외에도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자 성비 △성별 역할 △출연자 성별 연령대에 대한 불균형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출연자 411명 가운데 가운데 여성은 159명으로 38.7%였고, 남성은 252명으로 61.3%였다. 주 진행자는 여성이 22.8%, 남성이 77.2%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출연자 연령대는 남녀 모두 30대가 33.3%로 가장 높았지만, 여성의 경우 20대 출연자가 28.9%를 차지해 두 번째로 높았던 반면 남성 출연자는 40대가 29.7%로 두 번째로 높았다. 양성평등진흥원은 “여성은 주로 30대 이하의 출연자가, 남성은 주로 30대 이상의 출연자가 많은 경향성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한편 양성평등진흥원은 양성평등의 좋은 사례를 보여준 프로그램으로는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 7월7일 방송)을 언급했다. 백마강 관광배 안내방송에서 “정절을 중요시한 여성을 아내로 맞은 남자들은 행복하다”라는 내용이 나오자 유시민 작가는 “이런 내용은 현실적이지 않고 잘못된 역사적 지식이며, 누군가 나서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평등진흥원은 “예능과 오락프로그램의 목표는 재미와 웃음이기 때문에 편견이나 비하발언이 나와도 ‘웃기면 됐다’는 태도로 일관해 문제제기가 수용되기 어려웠다”며 “그렇기에 고정관념과 혐오로 이뤄지는 재미에 대해 시청자들의 면밀한 감시와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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