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일 YTN 노사는 오랜 협상을 통해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3인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뛰어넘어 ‘해고자 복직’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28일 이른 아침부터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은 복직자들이 걸어올 출근길(디지털미디어시티역-> YTN상암 사옥앞)에 수천 장의 꽃 스티커를 붙여 말 그대로 ‘꽃길’을 연출했다.
오전 8시 15분께 조승호, 현덕수, 노종면 기자가 멀리서 모습을 드러내자 YTN 사옥 옥상에서는 조합원들이 접은 파란 종이비행기 수천 장이 날아올랐고 거기엔 #해직자가_오네요 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9년 전 지부가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사장 거부 투쟁을 시작하며 서울 남대문로에 있던 옛 YTN사옥에서 날렸던 ‘공정방송쟁취’ 종이비행기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200여 명의 조합원,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출근한 세 사람은 9년 만에 지급 받은 명함과 사원증을 받아들고 각 층을 돌며 인사를 하는 것으로 출근 첫 날 일정을 시작했다.
저녁 7시에는 노조 주최로 사옥 1층 미디어홀에서 복직 환영행사 ‘해직자가 ON AIR’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9년 동안 YTN의 공정방송 투쟁을 도왔던 정치, 언론, 사회계의 인사들과 시청자들, 그리고 누구보다 힘들었을 해직기자의 가족들이 초대되어 그간의 아픔을 위로하고 남은 과제 해결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 뜻깊은 시간을 이어갔다.
행사는 YTN의 과거(조승호), 현재(현덕수), 미래(노종면)에 대해 세 명의 해직자가 각각 얘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승호 기자는 발언을 통해 “화해, 화합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지 않겠습니다. 그 전제는 용서고, 용서하기 위해서는 YTN 공정방송을 망치고 후배들을 해직시킨 정권 부역자, 떡봉이들의 반성이 필요합니다. 9년 동안의 기억을 잊고 과거의 불의를 단죄하지 않으면 미래의 불의를 용인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현덕수 기자는 “복직하면 하고 싶었던 일 몇 가지가 있었는데... 사원증을 오늘 받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회사 비데를 사용하고 회사 식권을 쓸 수 있는 앱을 다운 받고, YTN에 들를 때마다 노조 사무실이 있는 6층에만 한정됐던 저의 공간이 이제 전 건물로 확대됐습니다. 곧 동료들처럼 야근도 하고 월급 명세서는 다음 달 나오겠죠? 바로 이런 소소한 걱정과 즐거움, 일상의 세계로 돌아온 것이 오늘의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라고 말해 동료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노종면 기자는 “9년 뒤, 2066년의 YTN을 생각해 봅니다. 제 나이가 그때 예순이 되더라구요. 보도국회의에서 지금처럼 부서별로 리포트 개수나 확인하고 자막 오탈자, 앵커들의 복장 같은 걸로 기강을 잡으려는 그런 일들이 다반사라면, 아마 복장 터지는 상황일 것 같아요. (웃음) ‘공정한 언론사, 진취적인 미디어, 따뜻한 기업’ 제가 YTN 대주주들로부터 빵점을 받은 경영기획서에 핵심적으로 담은 내용입니다. 9년 후의 YTN이 정상에 우뚝 서 있는 정상적인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 생각을 하면 흐뭇해요. 모든 결과에는 과정이 있듯이 결과에 도달해있는 저보다 그 과정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제 모습에서 더 벅찬 감정을 느낍니다. 오늘 이 복직이 그 과정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노종면 기자는 해직기자 시절 수도 없이 불렀다는 그의 애창곡 MC 스나이퍼의 ‘봄이여 오라’의 한 구절을 소개하며 무대에서 내려갔다.
‘감은 눈을 뜰 수 없을만큼 두렵지만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마음 속으로 셋을 세 줘
하나. 둘. 셋.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