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범 전 교육방송(EBS)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나면서 전임 사장의 잔여 임기 동안 EBS를 이끌 새로운 사장을 선출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25일 마감된 EBS 사장 공모에 응모한 지원자는 모두 2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처음 진행되는 공영방송 사장 공모에 역대 두 번째로 많은 21명의 지원자가 응모한 것인데, 전임 사장의 중도 사퇴로 인한 1년여 남짓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자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대보다 많은 후보들이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 중 어떤 인물이 EBS 사장에 적임자일까? EBS는 학교교육을 보완하고 국민의 평생교육과 민주적 교육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교육전문 공영방송이다. EBS는 그동안 이러한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능교육 방송을 통해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활성화 하는데 이바지해 왔고, 다양한 주제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사회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 분석과 대안을 제시해 왔으며,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발맞추어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새로운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평생교육의 장 역할을 담당하여 민주적 교육발전의 촉매제가 되어 왔다. 새로 선출될 EBS 사장은 이러한 EBS의 설립목적과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 가치관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 되어야 한다.

▲ EBS 사옥. 사진=EBS
▲ EBS 사옥. 사진=EBS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EBS에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EBS의 제작환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진 인물이 사장으로 선임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껏 EBS 사장으로 임명된 인물들을 보면 EBS의 제작환경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방송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교육학 분야 교수, 타 방송사 출신, 미래부와 교육부 고위 공직자 출신 등 교육방송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한 인물들이 청와대 낙하산으로 사장에 임명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그러나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특히 공영방송 정상화를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은 더 이상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낙하산으로 EBS 사장에 임명해서는 안 될 것이다.

EBS가 한국교육개발원(KEDI)으로 부터 독립한 지 어언 30여년이 지났고, 한국교육방송공사로 창립된 지는 20여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지금껏 단 한 번도 내부 출신 인물을 EBS 사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 다른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대체로 내부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임명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유독 EBS만 낙하산으로 사장이 임명되고 있는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정부에서는 EBS를 정권창출에 기여한 인물에게 자리 하나 챙겨주는 기관으로 인식하여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났지만 이제는 이런 잘못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적폐청산을 국정의 주요 과제로 제시한 만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번째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인 EBS 사장 선임과정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해 주기 바란다. 그래서 또 다시 정권창출에 기여한 인사에게 보은하기 위한 자리로 EBS 사장이라는 자리가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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