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구 정부합동신문센터)의 조사기간을 2~3개월로 줄이는 ‘셀프개혁안’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위는 최근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운영 실태를 보고받았고, 이 자리에서 국정원은 현행 최장 6개월의 조사기간을 2개월 혹은 3개월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외에 국정원이 개혁위에 제출한 조치들은 인권보호관 제도 등 이미 시행중인 것들이다.

정부합동신문센터로 악명이 높은 이 시설은 탈북자들이 입국 후 장기간 구금되어 조사받는 곳으로, 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이 드러나면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개칭했다.

이병기 원장 당시인 2014년 4월 서울시 공무원(유우성 씨) 간첩 사건이 국정원의 조작으로 드러나고 동생 유가려 씨에 대한 독방감금과 폭행 사실이 드러나자, 국정원은 합신센터 일부를 언론에 공개하며 몇몇 탈북자들을 동원해 “선생님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친절하다”는 식으로 여론전을 펼쳤다.

또한 유가려 씨를 CCTV가 설치된 독방에 감금하고 변호인 접견을 막은 사실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심장병을 앓고 있는 가려씨의 사전 동의를 얻어 CCTV가 설치된 1인실에 수용한 것”이고 “(유가려 씨가)당시 피의자 신분이 아니라 참고인 신분이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유가려 씨가)줄곧 독방에서 지냈고 CCTV와 외부잠금장치가 있는 방에 수용됐다. 달력이 없어 날짜 감각을 유지하기 힘들고, 외부와의 연락도 일체 허용되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구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판시함으로써 국정원의 주장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 2014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민변 김용민 변호사(왼쪽)가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가운데)씨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증거가 위조된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4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민변 김용민 변호사(왼쪽)가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가운데)씨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증거가 위조된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국정원은 2014년 7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오해가 없도록 탈북민 보호ㆍ조사 과정 전반을 개선하겠다”며 여성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를 인권보호관으로 임명하는 등의 개혁방안을 내놓고 시행중이다.

단순한 조사기간 단축이나 이미 시행중인 인권보호관 등 국정원이 낸 셀프개혁안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유우성 씨 사건을 비롯한 간첩 조작 사건은 국정원 조사관들의 인권의식 부재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의해 기획된 것이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권은희(현 국회의원) 전 수사과장의 내부고발로 국정원 대선 개입이 수면위로 부상하던 2013년 1월, 국정원이 여론의 눈을 돌리기 위해 만들어낸 사건이다.

합신센터는 2008년 설립 이후 필요에 따라 탈북자들에게 가혹행위를 하며 간첩사건을 만들어왔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국정원이 2008년 중앙합동신문센터를 설립한 이후 만들어진 탈북자 간첩 사건은 확인된 것만 12건으로 이가운데 2건은 무죄 판결이 났고, 이외에 간첩 조작을 주장한 사람만 5명에 이른다. 국정원은 유우성 씨 사건이 조작으로 드러나자, 합신센터에서 준비하고 있던 또다른 조작 사건인 배정옥, 지영강씨 부부 간첩 사건을 자체적으로 번복하기도 했다.

유우성씨 변호인단이었던 김용민 변호사(법무법인 양재)는 셀프개혁안과 관련해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안을 내놓는 게 실망스럽다”며 “현재도 조사는 2개월이면 다 끝나고 있다. 법적인 근거도 없이 국정원이 조사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 외부의 어떤 감시나 통제도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인권보호관 제도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국정원이 계속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인권보호관”이라며 “인권보호관은 국정원과 계약관계가 있고 보안각서를 쓰기 때문에 안에서 보고 들은 걸 얘기할 수 없다.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 인권보호관 제도를 도입한 이후에도 이들 인권보호관들은 독립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권보호관들이 국정원과 어떤 내용으로 계약을 맺고 있는지조차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소한 센터에 구금된 탈북자들에 대한 외부 변호사의 조력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위해 국정원 외부의 변호사 POOL이 들어가서 인권, 법률상담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간첩조작센터라는 오명을 벗고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을 이루려면 우선적으로 합심센터에서 만들어진 탈북자 간첩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국정원 개혁발전위의 조사 목록에 있는 사건은 유우성 씨 관련 사건 한 건 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