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안팎으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김장겸 사장 측이 TV조선 메인뉴스 ‘종합뉴스9’ 출연을 타진했다가 TV조선 쪽으로부터 거부당한 것이 확인됐다.

24일 미디어오늘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번 주초 김 사장 쪽 인사는 TV조선 관계자에 김 사장의 ‘종합뉴스9’ 출연을 제안했다. 하지만 TV조선 측에선 “메인뉴스에 일방적인 주장을 실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신 낮 시간대 TV조선 토론 프로그램에 MBC 노사 양측 모두가 나오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역으로 MBC에 제시했다. 역제안에 대해선 김 사장 측이 난색을 표해 TV조선 출연 계획은 무산됐다.

이에 대해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은 24일 사실관계 확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김 사장 역시 “TV조선 인터뷰는 왜 요청했느냐”는 미디어오늘 문자를 읽기만 할 뿐 답변은 하지 않았다.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하지만 각 사 구성원 사이에선 이 같은 내용이 공유되며 반응이 나오고 있다. TV조선 내부에선 “회사가 MBC 사측의 여론전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MBC 기자들 사이에선 “사측이 TV조선을 우군으로 판단하고 마지막 발악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지난 24일부터 총파업 투표에 돌입하고 300명이 넘는 기자·PD·아나운서들이 제작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사장 측이 TV조선을 통해 ‘여론 반전’을 꾀한 셈이지만 결국 불발돼 사퇴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수 언론으로 평가되는 TV조선마저 김 사장의 일방 주장을 싣는 것에 부담을 느낀 데 대해 ‘김장겸 체제’의 권력누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사장 측이 꼭 집은 TV조선은 지난 5월 “안광한 전 MBC 사장을 만난 적 있다”는 ‘박근혜 비선’ 정윤회씨 증언을 보도하며 MBC를 벼랑 끝에 세운 언론이다. 

안 전 사장과 MBC는 정씨와의 만남을 부인하며 기자 고소를 남발했지만 검찰이 지난 9일 TV조선 기자들과 보도 책임자에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면서 안 전 사장은 무고죄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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