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이 지난 23일 “절대 퇴진하지 않겠다”며 내부 기강을 다잡는 모습을 보였지만, MBC 보직자들이 속속 보직을 사퇴하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이날 발행한 노보를 보면 MBC 정상화 투쟁이 무르익으면서 최근 본부노조 조합원이 1000명을 돌파했다.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5년 만에 ‘1000명 노동조합’ 타이틀을 되찾은 것이다.

파업 이후 사측의 노조 탈퇴 강요, 파업 참여자 및 본부노조 조합원에 대한 인사 배제와 보복 인사 등으로 2015년 조합원 수는 800명대까지 떨어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김장겸 체제’의 보직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도국 주요 책임자인 최혁재 취재센터장은 지난 14일 보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조합에 가입했다. 이동애 부장도 10일 국제부장으로 발령받자마자 보직을 거부하고 제작 중단에 동참하며 조합에 가입했다.

황외진 뉴미디어뉴스 편집부장, 민운기 콘텐츠제작2부장, 김형윤 시사제작3부장 등도 최근 보직을 던지고 조합에 가입했다.

논설위원실 소속 논설위원 6명을 포함해 보도부문 국장·부국장급 최고참 9명도 지난 18일 조합에 합류했다. 임정환 보도NPS준비센터장도 제작 중단과 보직 사퇴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앞서 오정환 보도본부장이 보도국 간부에게 “끌려 나가 짓밟히더라도 생물학적인 생명만 붙어 있으면 부정한 저들에 맞설 것”이라며 결속을 다지고자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보직자들의 노조 가입은 김장겸 체제의 권력 누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보직자뿐 아니라 경력 기자 9명이 최근 노조에 가입하는 등 평기자·PD들 노조 가입도 눈에 띄고 있다.

23일 김 사장을 포함해 MBC 임원과 보직 간부들이 참석한 확대간부회의가 끝나고 일부 간부들이 “회사 업무를 충실히 행하는 직원에 대해 허용 범위 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업무 수행자에 대한 성과 보상을 최대한 조속히 즉각 실시할 것” 등 회사의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했으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박건식 MBC PD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확대간부회의 후 간부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언제 보직을 던질 것인가를 논의했다고 한다”며 “더 이상 김장겸 호에 동승하지 않고 보직을 던지려는 간부가 생각 외로 매우 많다고 한다. 어느 계기가 되면 간부들 사퇴는 봇물 터지듯이 터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4일부터 29일까지 ‘블랙리스트 노조 파괴 저지’, ‘공정방송 단체협약 체결’ 등을 안건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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