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 소속 인사 20여명이 지난 22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를 찾아가 조현 한겨레 종교 전문기자(논설위원) 기사에 대해 항의했다.

이들은 “한겨레 종교 전문 기자가 조계종 적폐청산 투쟁을 보도하지 않다가 지난 14일에서야 자승 총무원장과 명진 스님의 싸움에 초점을 둬 보도하며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연대 소속 인사들은 이보다 앞서 조 기자를 직접 찾아 기사에 대해 항의했고 22일에도 한겨레 편집국을 찾았다.

시민연대가 문제 삼은 보도는 지난 14일자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두달 앞…커지는 ‘종단 적폐청산’ 목소리”라는 제목의 기사다. 시민연대는 이 기사에 대해 “오랜 침묵 끝에 기사가 실렸다”며 “해당 기사는 적폐청산의 요구를 담기보다, 자승 총무원장의 권력 유착 행태를 비판했다가 제적 당한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과 자승 사이의 감정 싸움과 대립에 모든 원인이 있는 것처럼 읽히도록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 14일자 한겨레 조계종 관련 기사.
▲ 14일자 한겨레 조계종 관련 기사.

조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제적 사유는 명진 스님이 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 당시 옛 봉은사 땅인 한전 부지를 되찾아주겠다는 한 사업가와 종단 허락 없이 계약을 체결하고, 종단의 위신을 추락시켰다는 것”이라며 “이 징계는 앙금이 쌓인 자승·명진 스님 간 감정싸움의 결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시민연대는 “14일 조 기자를 만나 호계원(조계종 내부 법원 역할)에서 내린 명진 스님 제적 결정문을 읽었냐고 질문했는데 조 기자가 ‘안 읽어봤다’고 솔직하게 답했다”고 전했다. 호계원 결정문(초심)에 따르면 징계 사유는 명진 스님이 팟캐스트·언론 등을 통해 조계종 종정과 종단 집행부 등의 명예를 손상시켰고, 옛 봉은사 땅인 한전 부지 개발과 관련해 종단에 보고 없이 제3자인 사업가에게 500억 원 이익을 보장하기로 약속해 직무유기 했다는 것이다.

시민연대는 호계원이 잘못된 근거로 명진 스님을 제적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명진 스님은 당시 ‘천일기도’ 중이라 (옛 봉은사 땅) 계약에 서명한 사실이 없다”며 “사업가에게 500억 원을 주기로 한 것이 아니라 한전 부지가 개발되면 거꾸로 봉은사가 500억 원을 시주받기로 했다. 돈을 받을 주체도 명진 스님이 아니라 봉은사”라고 반박했다.

시민연대는 “조 기자의 기사를 읽은 불교계 사람들은 조 기자가 조계종단 집행부와의 특수한 관계 하에서 목적의식을 갖고 급하게 기사를 쓴 것 같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조 기자가 명진 스님이나 측근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명진 스님 쪽’ 입장을 기사에 썼다고 것이다. 또한 조 기자가 자승 원장 쪽 입장을 받은 부분에 대해 시민연대는 “조계종 적폐 핵심으로 구속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자승 총무원장을 마음을 비운 선승의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비판했다.

▲ 5월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에서 자승 총무원장이 봉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5월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에서 자승 총무원장이 봉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그러나 조 기자는 “(시민연대 등이) 문제 삼은 기사는 누가 보더라도 조계종 총무원 적폐들을 비판한 기사”라고 반박했다.

조 기자는 “봉은사 직영화 사태 때 벌어진 자승 총무원장과 명진 스님 간 다툼 관련, 일간지 가운데 명진 스님 주장을 가장 많이 기사화한 기자가 나였다”고 주장했다.

조 기자는 “근거 없는 마타도어가 도를 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나 역시 명확한 반론 없이 보도된 기사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조 기자에 따르면 명진 스님은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 때 개혁 대상인 서의현 쪽 정대스님(전 총무원장 겸 자승 원장 은사)과 자승 스님이 처벌 받는 것을 막아준 당사자다. 또한 2001년 자승 스님과 명진 스님이 룸살롱에 함께 있었던 사실이 공개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했다.

조 기자는 “이들 둘 간의 특수한 은원 관계는 둘 간의 다툼을 이해하는 주요요소이기 때문에 기사에서 일부분을 언급한 것”이라며 “사실 관계는 충분히 취재했고, 과거 명진 스님으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조 기자는 그러면서도 “명진 스님이 봉은사 말년에 자승 스님을 ‘엠비(MB) 아바타’로 비판하다가 갑자기 참회하는 등 입장이 오락가락해 그의 발언을 기사화했던 기자로서 곤란해졌기 때문에 이후 그의 주장을 기사화하는 걸 조심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 기자는 2015년 여름부터 눈 포도막염 등으로 기사쓰기가 어려워져 1년간 휴직하기도 했고, 지난해 11월 복직해선 해외공동체 시리즈 기사를 쓰느라 종교 기사를 다루기 어려웠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기자는 휴직 이전에 쓴 자신의 기사들을 첨부하며 “비판 기사가 엄연히 있는데 이를 부인하고 근거 없는 마타도어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시민연대는 자승 원장이 조 기자를 소위 관리 대상으로 봤고, 그 근거로 2010년 추석 조 기자의 저서를 대량 구매해 사회 각계에 돌린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조 기자는 “2010년 오지 암자 기행을 한겨레에 연재했고, 한겨레출판사에서 이를 묶어 ‘하늘이 감춘 땅’을 출간했다. 총무원에서 이 책을 선물용으로 구입한 걸 뒤늦게 알았다”며 “당시 ‘하늘이 감춘 땅’은 불교출판문화상과 올해의 불서상을 수상한 저서였다. 그해 불교 관련 책으로는 가장 화제를 모았던 책”이라고 말했다.

조 기자는 “(불교 관련 서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 아프리카 등을 돕기 위해 조계종이 설립한 자선단체인 ‘아름다운 동행’에 인세 전액 300만 원을 기부했다”며 2010년 당시 아름다운 동행에 300만원을 기부한 기부금영수증 사본을 제시했다. 

다음은 조현 한겨레 기자가 쓴 조계종 비판기사 중 일부.

봉은사 주지 자리 ‘논공행상’ 논란(2013년 11월26일)

전근대성 벗어나지 못한 조계종의 위기(2014년 10월7일)

“서의현 전 총무원장 복권은 ‘조계종 개혁’ 부정”(2015년 7월1일)

서의현 전 총무원장 복권 반발…‘조계종 개혁’ 스님들 집단 항의(2015년 7월13일)

[사설] 서의현 복권 파동과 조계종의 개혁정신 후퇴(2015년 7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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