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KBS 이사장이 재임 기간 중 최소 500여 차례 관용차를 사적 유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KBS가 “(언론노조 KBS본부 주장은) KBS 이사회 출석을 제외한 이 이사장의 모든 대외 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KBS는 22일 공식 입장을 통해 “이 이사장이 학술·문화 등 각계 주요 행사에 참석해 다양한 분야 인사를 만나 KBS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비상임 이사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대외 활동”이라며 “이사회를 대표하는 이사장으로서 외부 인사를 만나고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이사장 직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이를 위해 차량을 운행하는 것을 사적 유용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이인호 KBS 이사장이 지난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우남이승만애국상’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그는 관용차를 타고 이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KBS 새노조
▲ 이인호 KBS 이사장이 지난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우남이승만애국상’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그는 관용차를 타고 이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KBS 새노조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는 금품은 수수금지 금품에서 제외된다”며 “이 이사장의 대내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공사가 제공하는 차량은 위에 적시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른바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KBS는 “이 이사장이 이용하는 차량은 이사장의 업무용뿐 아니라 이사회 사무국 업무용으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이사장이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에도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며 “본부노조 지적대로 해외출장 중 운행 기록이 있다면 어떤 업무에 투입됐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 출장 중에도 이 이사장의 관용차 사용 내역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KBS 주장을 반박했다. 본부노조는 △호스피스 국민본부 10,000+ 발기인 대회 △서울여대 ‘국제 매너 지성인 특강’ △아산서원 정기 강연 △김달진미술연구소 개최 ‘김병기 백세청풍 오프닝 행사’ △정몽구 현대차 회장 외손자&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차녀 결혼식 △우남 이승만 애국상 시상식 등 이 이사장의 관용차 행선지를 나열하고 “이런 행사가 어떻게 KBS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 이인호 KBS 이사장에게 제공된 관용차 제네시스 G80. KBS 새노조는 지난 22일 오전 이 이사장이 재임 기간 중 최소 500여 차례에 걸쳐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KBS 새노조
▲ 이인호 KBS 이사장에게 제공된 관용차 제네시스 G80. KBS 새노조는 지난 22일 오전 이 이사장이 재임 기간 중 최소 500여 차례에 걸쳐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KBS 새노조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이사회 사무국은 ‘KBS 업무’ 범위를 도대체 얼마나 폭넓게 해석하기에 이런 행사까지 이 이사장 업무라고 억지를 부리는가”라고 반문한 뒤 “앞으로 사측은 직원들 업무 범위도 이렇게 폭넓게 인정해줄 것인가. KBS 직원이 법인카드를 이용해 음악회에 참석하고 개인적인 강연 참석에 업무용 차량을 이용해도 모두 출장 처리를 해줄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KBS는 이사장의 관용차 사적 유용을 인지하고 있었다. KBS 자산인 관용차가 용도 외로 사용되는 것을 허가했다. 이는 업무상 배임이다. 배임을 통해 지급되는 것은 정상적인 금품 제공에서 명백히 벗어난다”며 법 위반이 아니라는 사측 주장을 반박했다.

앞서 언론노조 KBS본부는 관용차 임차료, 기사 인건비, 유류비 등을 고려해 이 이사장의 관용차 유용이 KBS에 1억6700만 원 이상의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며 ‘업무상 배임’ 및 ‘김영란법 위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23일 “이사장 관용차를 사무국이 사용한 근거를 제시하라”며 “이 이사장이 해외에 나갔는데도 관용차가 운행됐다면 이 이사장에게 어찌된 일인지 묻고 따져라. 우리 노조는 사무국이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지 짐작할 만한 진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 이인호 KBS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 이인호 KBS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 이사장의 관용차 사용 내역 일부를 공개했다. 

이들이 이 이사장 재임 기간인 2015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30개월 동안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총 668일(월평균 22.27일) 동안 운행 거리는 5만1820km(일평균 77.57km)였다. 

KBS 이사회 미개최일 동안 운행한 날은 538일이었고 이 가운데 휴일 운행은 67일이었다. 이 이사장 관용차는 제네시스 G80이며 운전은 KBS방송차량서비스(KBS 손자회사) 소속의 전담 기사가 담당했다.

논란이 확산된 까닭은 이 이사장 관용차는 오후 6시 이후에도 운행됐으며 오후 일정 상당수가 음악회 참석, 호텔 저녁 식사 등 개인 취미와 약속을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점에 있다.

이에 더해 이 이사장 본인이 탑승하지 않았는데, 관용차가 운행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는 이 이사장이 주변 지인에게 책을 선물하는 등 개인 심부름을 관용차 운전기사에게 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의 운행 기록도 있었다.

[관련기사 : 이인호 KBS 이사장, 500여 차례 관용차 유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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