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사무처장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방문진 속기록 폭로 기자회견 직전인 지난 15일 MBC 경영진에게 본부노조 보도자료를 뿌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MBC 핵심 인사들이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사측의 ‘블랙리스트’ 증거 인멸 의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미디어오늘이 취재한 결과 강릉 MBC 사장 출신인 임무혁 방문진 사무처장은 지난 15일 오후 김장겸 MBC 사장, 백종문 부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등을 SNS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 본부노조 보도자료를 뿌렸다. 본부노조는 회견 전날인 15일, 16일 오전으로 엠바고(보도 유예)를 걸고 출입 기자들에게 블랙리스트 속기록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다음날 본부노조는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지난 2월 방문진 MBC 사장 후보자 면접 속기록을 폭로하며 구여권 추천 방문진 이사들과 김장겸·권재홍 사장 후보자들의 파업 참여 인력 배제 지시 및 다짐 정황을 공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속기록은 ‘MBC판 블랙리스트’ 실행 정황으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 

MBC 경영진을 채팅방에 초대해 본부노조 보도 자료를 뿌린 임 처장의 행위는 블랙리스트 폭로 기자회견에 사전 대비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방문진 사무처와 MBC 경영진의 유착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다. 

MBC 사내에서 사측의 증거 인멸 지시 정황에 대한 제보가 나오며 대규모 증거 인멸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이 때문에 MBC 구성원들과 법조계에서는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관의 조속한 조치와 검찰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오전 본부노조 법률대리인인 신인수 변호사는 인사 배제 대상자 108명이 김장겸 MBC 사장, 권재홍 MBC플러스 사장 및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김광동·유의선 구여권 추천 이사를 방송법 위반, 업무방해,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으로 고소하는 기자회견에서 “본부노조 소속 조합원에 대한 인사 배제는 생존권을 침해한 행위이자 언론인 소명 의식을 짓밟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며 “MBC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 검찰의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23일 임 처장 입장을 듣기 위해 반복적으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그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한편, 김장겸 MBC 사장은 23일 오전 개최된 MBC 확대간부회의에서 “(본부노조는) 본 적도 없는 문건을 교묘히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로 연결해 경영진을 흔들고 있다.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식적으로 내가 그런 문건이 왜 필요했겠나?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블랙리스트는 자신들의 성향과 다르다고 배포한 부역자 명단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공영방송이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는 대통령과 정치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며 “이러한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나를 포함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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