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요 조간들은 1면에서 각 분야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 내용들을 비중있게 다뤘다. 문재인 대통령은 처음으로 북한의 ‘레드라인’에 대해 적극 설명하며 “북한이 점점 그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대북 ‘레드라인’ 처음 언급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우리 정부 차원의 레드라인을 설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한이 점점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없다”고 강조한 8.15 경축사의 평화적 해법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전쟁은 기필코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한반도를 바라보는 의견이 일치한다고 짚으면서도 “미국이 한반도 밖에서 뭔가 군사적 행동을 취하더라도 남북 관계의 긴장을 높일 우려가 있다면 아마 사전에 한국과도 충분히 협의할 거라고 확신한다”며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어떤 옵션을 사용하든 사전에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를 받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1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1면 기사 갈무리.
북한에 대해 “또 다시 도발하면 더 강도 높은 제재 조치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며 “더 이상 위험한 도발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편 ‘대북 특사’ 파견의 가능성도 열었다. 문 대통령은 “대화의 여건이 갖춰진다면, 그리고 갖춰진 대화의 여건 속에서 남북 관계를 개선해 나가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날 언급한 ‘레드라인’에 대해 주요 일간지들은 대체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북한이 핵탄두를 실은 ICBM 실전 배치를 추진하고 있어 사실상 레드라인과 가까워진 현실을 짚으며 “머지않아 핵탄두를 장착한 ICBM 개발에 성공할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못 박은 것은 신중하지 못한 일”이라며 “레드라인을 고정함으로써 협상의 유연성이 사라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북은 우리 생명이 걸린 레드라인은 이미 넘어버린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우리가 쳐놓은 레드라인을 이미 넘어와있는데 문 대통령이 그런 북을 향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하면 우리 안보는 어떻게 되나. 북한이 대한민국 레드라인은 마음대로 넘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며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을 주문했다.

반면 한겨레는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 발언에 대해 “‘선을 넘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는, ‘선을 넘지 말라’는 걸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 보인다”고 발언의 의중을 해석했다. 이어 “북한에 대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지하고 협상의 장으로 나오라는 강력한 경고와 압박의 의미”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노동·증세·한일관계 답변 내놓은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 현안 이외에도 경제,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질문을 받고 이에 답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노동조합 결성을 가로막는 여러 사용자 측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강력한 의지로 단속·처벌할 것”이라며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되려면 정부가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정책들을 더 전향적으로 펼쳐야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단합된 힘으로 권익을 키워나가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조직률을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도 노조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답한 내용도 화제가 됐다. 질문의 취지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것에 한국 정부도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배상도 일본 정부가 아닌 한국 정부의 몫이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문 대통령은 일본 NHK 기자의 질문에 “양국간의 합의(한일 협정)에도 불구하고 징용자 개인의 민사적인 권리들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 한국 대법원 판례”라며 “정부는 그런 입장에서 과거사 문제를 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 한국일보 4면 기사 갈무리.
▲ 한국일보 4면 기사 갈무리.
기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증세 문제도 질문했다. 일각에서 정부가 내놓는 복지 정책이 재원 마련 방안이 빠졌다는 비판에도 적극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발표한 여러 복지정책의 경우 현재 정부의 증세 방안만으로 충분히 재원 감당이 가능하다”며 “정부가 재원대책 없이 계속해 산타클로스 같은 정책만 내놓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데 꼼꼼하게 재원대책을 검토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설계됐다”고 말했다.

증세 뿐만 아니라 지출 구조조정, 세수 자연증가분을 통한 재원 조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기존 재정지출에 대대적 구조조정을 해 세출을 절감하는 게 증세 못지않게 중요하다. 또 자연적인 세수 확대, 여러 가지 기존 세법하에서의 과세 강화로 많은 세수 확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증세 가능성도 열어놨다. 문 대통령은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침을 이미 밝혔다”면서도 “추가적인 증세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의 공론이 모아지고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안정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미친 전·월세”를 언급하며 “이번 부동산 대책이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경우를 대비해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제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은 급격하지 않다”며 적극 설명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금 가동되고 있는 원전의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대로 하나씩 하나씩 문을 닫아 나가겠다는 뜻”이라며 “적어도 탈원전에 이르는 데 6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하며 일각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이라는 비판에 반박을 내놓았다.

대통령의 각본없는 기자회견 ‘처음’

문재인 대통령의 17일 100일 맞이 기자회견은 각본 없이 생중계로 66분 간 진행됐다. 질문자와 질문 내용과 관련해 청와대와 출입기자단 간 사이에는 사전 조율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에는 특별히 선정된 가요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며 긴장감을 풀어주는 ‘감성’적인 연출도 포함됐다.

한국일보는 사전 조율이 없었던 기자회견인 만큼 기자들과 수석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200여명의 내·외신 기자 대부분이 질문 기회를 얻기 위해 손을 들었고, 외교와 안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5개 분야 별로 15개 언론사 기자에게 질문 기회가 돌아갔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이날 현장에서는 질문 기회를 얻으려는 기자들의 경쟁이 치열했고 질문에 나선 기자들도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한 기자는 “대통령님 떨리지 않으십니까. 저는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아서 지금 떨리는데, 이런 기회를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 주시면 훨씬 더 질문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주요 일간지들은 각본없이 진행하며 권위를 벗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내용에 대한 깊이있는 질의응답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문 대통령이 입장할 때 기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친 장면을 외신 기자의 눈에서 평가했다. 한 외신 기자는 “동양 문화에서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아직 남아있는 권위주의적 문화의 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또한 경향신문은 “시간 제약 때문에 곳곳에서 손을 번쩍번쩍 들고 질문 의사를 밝혔던 기자들의 수요를 다 충족하지도 못했다”며 “이 때문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나 국정원, 검찰개혁 등 중요한 질문들이 제기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1시간 남짓한 시간 제약 속에서 북핵에서부터 증세·노동 현안에 이르기까지 국정의 제반 분야를 망라하다 보니 무엇 하나 깊이 있는 질문과 답변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답변의 구체성 면에선 오히려 일정 부분 사전에 조율된 과거 정부의 문답 때보다 후퇴한 인상”이라고 짚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문 대통령이 ‘문제없다’는 취지로 답하자 더 이상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며 “본질인 기자회견은 내용이 없었고 화제가 된 건 회견장에 흘러나온 대중가요들이었다고 한다”며 비판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살충제 사용’ 친환경 농가 63곳 기준 어겼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계란 생산 농가 63곳이 사용이 아예 금지된 살충제까지 사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까지 전국의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63곳의 친환경 계란 생산 농가가 인증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실제로 친환경 계란을 생산해온 683곳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 결과로 일부 ‘친환경’ 농가에서도 공공연하게 살충제를 사용해온 것이 드러난 셈이다.

이중 전남 함평, 경북 경주·의성 등지 농가 6곳에서는 닭에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되는 피프로닐을 썼고, 대전 유성과 경기 연천, 충남 아산 등 3곳에서도 사용 금지된 에톡사졸, 플루페녹수론이라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농가들의 반응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것이다. 농가들은 살충제의 위험성에 대해 무신경했으며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피프로닐’이 검출된 한 농가 주인은 “닭에 사용할 수 없는 살충제 성분이 들어 있는지 알았다면 절대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차원의 조사결과 역시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살충제 달걀이 발생한 근본원인인 진드기 퇴치 문제도 그대로 남아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정부의 전수 검사과정에서는 직접 정부 담당자들이 수거하는 것이 아니라 농가에서 건네주는 달걀을 받아가는 등의 사례가 빈번했던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기존 허가된 제품에 대해 내성이 생겨 피프로닐을 사용하게 된 상황에서, 진드기 문제가 계속되면 또다시 농가에서 살충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남은 것도 문제다.

한겨레에 따르면 정부가 15일 달걀 출하를 중지하기 전 시중에 얼마나 많은 ‘살충제 달걀’이 유통됐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사실상 이미 판매된 달걀은 소비자가 주의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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