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MBC대주주) 이사장 등 박근혜 정부가 추천한 구여권 이사들이 노동조합 소속 기자·PD들의 인사 배제 방안을 MBC 경영진들과 공모했다는 주장에 대해 성명을 내어 반박하고 나섰다. 방문진 구여권 이사 6인이 기명 성명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고 이사장과 김원배, 유의선, 김광동, 권혁철, 이인철 이사는 16일 반박 성명을 통해 “언론노조 MBC본부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MBC블랙리스트 고영주가 지시했다’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고 이사장 및 방문진 이사들이 노조원 업무 배제를 MBC경영진에게 지시한 것인 양 허위 사실을 적시해 방문진 업무를 폄훼했고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해임을 압박하는 모해와 무고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앞서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는 지난 2월 MBC 사장 후보 면접에서 권재홍·김장겸 후보와 이사들 간의 질의응답을 담은 속기록을 폭로했다. 이 가운데 “앵커로도 안 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키고 그렇게 할 만한 여력이나 방법이 있느냐”며 본부노조 조합원 배제를 시사한 고 이사장 발언 등이 논란이었다.

이에 권 후보(현 MBC 플러스 사장)가 “유휴 인력들을 경인지사에 많이 보내놨고 다른 부분에도 많이 보냈다”, “안 될 사람은 다른 데로 배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 자리(소위 내부에서 ‘유배지’로 지칭되는 비제작부서)는 충분히 더 만들어갈 수 있다” 등 기자·PD에 대한 부당 전보가 치적인 양 발언해 파문이 컸다.

구여권 이사들은 16일 “노조 가입 직원에 대해서도 편향된 보도를 하지 않는 조합원은 그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었고 그런 기자나 PD에 대해서 업무 배제를 지시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법원 판결을 통해 ‘부당 전보’임을 확인한 비제작부서 소속 MBC 기자·PD들은 ‘편향된 보도’를 해온 언론인들인 것.

구여권 이사들은 사장 후보자 면접에서 나온 질의에 대해서도 “방송법과 방문진법에 부여된 MBC의 공정한 보도를 통한 공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질의한 것으로서 질문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으며 방문진 회의의 자유로운 토론을 막는 부당한 압력”이라고 반발했다.

고 이사장이 본부노조 조합원을 ‘유휴 인력’, ‘잔여 인력’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조직원으로 근무하면서 급여를 받고 있으나 업무에 태만하거나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은 하지 않는다면 유휴인력이나 잔여인력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더욱이 일을 하고 있는 동료를 방해하거나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어 조직 문화를 해치는 경우가 빈번했던 사정이 있다고 한다”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들은 김장겸 MBC 사장을 두둔하기도 했다. 속기록에 따르면, 김 사장은 “저는 (사람을 쓸 때) 과거의 히스토리를 주로 본다. 이 양반이 회사를 여태까지 쭉 다니면서 어떻게 했는지 몇십 년….”, “PD가 시사 문제를 다루는 것을 PD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략) 이것을 한꺼번에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 시사제작국을 보도본부 산하로 끌고 온다든지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등 본부노조 기자·PD들의 인사 배제를 시사하거나 MBC PD저널리즘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뒤따랐다.

이와 관련해 방문진 이사들은 성명에서 “김 사장은 객관성, 독립성, 불편부당성을 천명하고 선동과 선정적 내용을 옮기지 않고 거짓으로부터 참을 가려내는 보도에 주력하겠다는 원론적 얘기를 했다”며 “PD의 경우 기자에 비해 데스크의 게이트키핑 기능이 약한 게 사실이다. 사장 후보에 질의하면서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대안 중 조직 개편에 대해 물어본 것은 조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방문진 이사들은 “편향된 관점으로 방송 공정성을 해치는 그동안의 사례와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눈 통상적인 방문진의 회의 절차에 따른 적법한 회의였다”며 “전혀 관련 없는 사실과 일부 단어들을 내세워서 마치 당해 회의에서 노조원에 대한 업무 배제를 방문진이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회의 내용과도 다르고 사실과는 다른 허위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속기록 내용을 토대로 방문진 이사 해임을 촉구한 언론노조 MBC본부에 대해서도 “노조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근거 없는 주장을 내세워서 방문진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야말로 방송을 노조의 것으로서 사유화하겠다는 것으로서 방송법에 반하고 정당한 노동행위 범위를 벗어나는 불법한 행위”라고 반박했다.

방문진 속기록 논란은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7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방송통신위원회, 감사원 등 관련 감독기관은 MBC 사태를 조사하고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부당한 행위 관련자들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수사 당국은 지금 당장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위법행위자는 법적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16일 “방문진 속기록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의 처참한 현실 그 자체”라며 “동시에 MBC 소속 기자, PD 등 언론인의 성향을 분류해 관리해온 블랙리스트의 실제 책임자가 MBC 경영감독기구인 방문진임이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즉각 고 이사장을 해임과 동시에 고발조치할 것을 촉구한다”며 “방문진과 공모해 부당한 탄압행위를 자행한 전현직 경영진들에 대한 엄정한 법적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MBC 노조, 고영주 이사장 ‘블랙리스트’ 지휘 정황 폭로]

*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미디어오늘은 지난 2월 방문진 회의 속기록 가운데 일부를 공개한다. 

■ 방송문화진흥회 제2차 임시이사회 속기록 (발췌)

-유의선 이사 : “많은 인력이 노조 가입 등등해서 편향된 제작물을 가져온다거나...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아주 오랜 현상이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구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극복하시겠습니까?”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지금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PD도 있고 기자가 있는데 PD들이 만드는 것은 다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위에서 어떻게 하라고 해도 방향을 수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것을 설득해서 저널리즘 가치를 지켜라, 설득을 해서 안 되면 그것은 손을 떼게 해야 합니다. 손을 떼게 하고 빨리 외부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PD들을 뽑아서 자리를 수혈해 나가서 올바른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해야지, 지금 계속 PD수첩에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60%가 있는데 거기에서 만든 것을 계속 감시만 하고, 또 게이트키핑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는 계속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번에 저희가 경력사원 뽑을 때 PD들도 한 20명 뽑아야 한다, 그리고 요즘 케이블, 종편 이쪽에 많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방법 아니고서는 솔직히 말해서 언론노조가 전면 파업을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보도국에 뽑아 놓은 경력기자들이 그나마 중심 잡고 온갖 수모 겪으면서도 일하고 있고, 자기들이 파업하면 오히려 뉴스가 더 잘 나갈 것 같으니까 지금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는 계속 인력 보강을 해서 메울 수밖에 없다, 저는 설득을 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의선 이사 : “기존의 인력은 어떻게 합니까?”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저는 기존의 인력은 미래방송연구소도 있고, 방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도 있고,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방송을 나가는 그런 조직에는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략)

-고영주 이사장 : “우리 방문진에서 MBC 내부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서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를테면 앵커로도 안 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키고 그렇게 할 만한 여력이나 방법이 있기는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언론노조 말고요?”

-고영주 이사장 : “예. 이를테면 보도본부….”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경력기자나 3노조원들….”

-김광동 이사 : “전체 맨파워가 그것을 버텨낼 정도가 되냐….”

-고영주 이사장 : “부사장님께서는 그런 사람은 앵커로도 내세우지 말아야 하고….”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그렇지요. 앵커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영주 이사장 : “글쎄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 거기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잘 안 되는 이유가 그렇게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것인지, 하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인지….”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경력기자 중에도 앵커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있는데도 이렇게 (기존 기자들을) 쓰니까 자꾸 말이 나오는 것이지요. ‘왜 그러나? 눈치보기 하는 것이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이것은 진짜 비공개니까, 그렇게 뽑아서 앵커를 시켰으면 당연히 노조 탈퇴하고 앵커가 정말 중립적인 보도를 해야 하는데 (노조) 탈퇴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나는 앵커 안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앵커하는 사람이 유튜브에 나서서 리포트하고, 이것은 누가 봐도 3노조 경력기자를 떠나서 조직 관리를 저렇게 해서 되겠나?”

(중략)

-고영주 이사장 : “아까 간단하게 비례를 말씀하셔서 65:35인가 이를테면 일하는 조직이 35명이면 일을 잘 하지 않고 비협조하는 사람들이 65% 된다는 취지로 말씀….”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그것이 아니고 언론노조 조합원이 65%이고, 경력기자나 3노조 조합원이 35%입니다.”

-고영주 이사장 : “결국 그 취지가 일을 하는 사람들은 35%이고, 1노조 중에서도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1노조 중에도 리포터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뉴스데스크’ 하는 기자들은 거의 90%가 다 비노조원, 경력기자들입니다.”

-고영주 이사장 : “어쨌든 간에 우리가 믿고 맡길 수 없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듣고 있는데 그러면 잔여 인력을 아까는 어디어디에 보내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를테면 그렇게 이념이나 성향과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잔여인력을 그런 데서 활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제가 부사장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그 부분입니다. 도저히 보도 쪽에는 쓸 수 없는데 그렇다면 어디로 보낼 것인가? 그래서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보내고…(중략) 마이크 잡고 글을 쓰는 것 말고 여러 군데 직무를 개발하게 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가서 연구소같은 것도 만들 수 있고…. (중략)”

-고영주 이사장 : “잔여 인력을 그런데다가 배치를 하면 이를테면 보도하는 데 엉뚱한 소리가 나온다든지, 엊그제 PD수첩 같은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든지….”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우리가 보도인력의 전체 모든 인력을 3노조나 경력기자 중심으로는 할 수 없는…. 그래서 제가 더 뽑아야 된다고 하는 이유가 예를 들어 뉴스데스크의 모든 리포트를 경력기자나 가치관이 똑바른 기자들이 만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숫자가 절대적으로 모자라기 때문에 각 부서마다 그런 인력을 써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검찰팀이 9명인데 검찰팀에 1노조는 하나도 없다. 전부다 경력기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검찰에서 이상한 기사가 안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지 못한 조직에서는 꼭 일이 터지게 돼 있습니다.”

-고영주 이사장 : “유휴 인력을 어디 쓸 데가 있으면 부사장님 말씀대로 참신한 경력기자들을 많이 뽑아서 일을 시키면 되는데 그 유휴인력을 해고할 수도 없고 원로원처럼 모셔놓을 수도 없고….”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그래서 지금까지 그런 유휴 인력들을 경인지사라고 있는데 거기에 많이 보내놓았고 다른 부분에도 많이 보냈습니다. 언론노조 조합원 중에서도 정말 보도 쪽에 일을 하기 힘든 그런 강성 조합원들은 다른 일을 하도록 해 놓은 상태인데 그래도 아직 일부 남아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을 주요 포스팅에 쓸 수 없는 것이지요. 그 모든 조직을 안정적으로 보도를 정말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하려면 계속해서 더 뽑아서 안 될 사람들은 다른 데로 배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 자리는 충분히 더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 김장겸 사장 후보자(현 MBC 사장) 면접 주요 발언

△편파 왜곡 보도, 노조원 격리 배제 시사

“정말 안의 내부에서는 매일매일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상상을 초월합니다. 어떻게 해서 우리가 고영태 녹취파일이 나갈 수 있느냐고 하는데 그냥 쉽게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객관성, 독립성, 불편·부당성을 천명하고, 여론으로 위장한 선동과 선정적 내용을 옮기지 않고 거짓으로부터 참을 가려내는 보도에 주력하겠습니다.”

(유의선 이사 : 정말 우리가 우려하지 않을 정도로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습니까?) “저는 (사람을 쓸 때) 과거의 히스토리를 주로 봅니다. 이 양반이 회사를 여태까지 쭉 다니면서 어떻게 했는지 몇십 년….”

△PD 저널리즘 폄하

“PD의 시사 문제 다루는 것을 PD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략) 이것을 한꺼번에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 시사제작국을 보도본부 산하로 끌고 온다든지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PD들은 시사프로그램을 못 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난리가 날 테고, 그러나 하여간 공정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것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도 지금 많이 좋아진 것이니까 살펴주십시오.”

△ 자평

“지금은 이렇게 골이 깊어졌지만 보도 부문에서 이념적으로 정치적으로 저를 반대하는 친구들도 제가 그렇게 말이 안 되는 친구다, 이렇게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