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임○○ 전무 합병 찬성이다 축하한다고 문자메시지. 방금 ○○○에게 확인했는데 전문위 안 간다고 했다.”

이 문자 메시지는 이수형 전 삼성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이 2015년 7월10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낸 것이다. 지난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공개된 바 있다. 동아일보 핵심 인사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축하 메시지를 삼성 측에 보낸 것으로, 언론사 최고위층과 삼성 핵심 인사와의 인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해당 문자에 언급된 ‘동아일보 임○○ 전무’는 임채청 현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겸 발행·편집·인쇄·출판발행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채청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과 이수형 전 부사장은 동아일보 선·후배 관계다. 임 대표이사 부사장이 편집국장을 할 때 이 전 부사장은 사회부 차장을 지냈다.

문자를 보냈던 시기는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두 회사 합병에 대해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지 주목되던 시점이었다. 국민연금은 2015년 7월10일 투자위원회를 통해 찬반 의결권을 결정했으나 17일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 때까지 회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동아일보는 7월8일부터 9일까지 ‘경영권 방패 없는 한국기업’이라는 이름으로 기획 기사 7꼭지를 보도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투기 공세에 한국 기업의 경영권 보호 장치가 부실하다는 내용이었다. 7월10일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의결권 결정 기사가 쏟아지던 날, 동아일보 고위 간부는 삼성 측 핵심 인사에게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지난 1월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지난 1월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임채청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수형 부사장은 우리 회사에서 같이 오래 일했던 후배”라며 “문자와 관련해 현재 보관도 되어 있지 않고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문자는 언론과 재벌이 같은 목적을 갖고 정보를 공유하며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언론사 내부 정보나 혹은 취재 기밀을 삼성 측에 전달한 정황으로 볼 여지도 있다. 당사자는 전면 부인했다.

이수형 전 부사장은 15일 통화에서 “나는 동아일보 출신으로 임 대표는 제 선배”라며 “내가 동아일보를 그만두고도 가끔 만나던 사이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임 선배가 내게 참고하라고 보내준 것이 있었는데 관련 내용을 장충기 사장에게 전달했고 그 시점은 오후 10시45분이었다”며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서 합병에 찬성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그날(10일) 오후 6시 넘어서 인터넷에 보도되기 시작했는데, 임 선배가 준 것도 그런 정보였다. 언론사 내부 정보나 기밀을 보낸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전 부사장은 “(임 대표이사 부사장이) 개인적 인연에서 저를 도와주는 차원으로 참고하라고 보내준 것이었고 나도 장충기 사장에게 참고하라고 포워딩한 것”이라며 “나는 언론과 관련해 광고를 집행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재판에서 공개된) 문자 내용을 보면 청탁과 관련한 것이 아니다.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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