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막힌 MBC ‘6월항쟁’ 다큐 PD, 편제본부장 고소
제작 막힌 MBC ‘6월항쟁’ 다큐 PD, 편제본부장 고소
콘텐츠제작국 “제작승인 한 적 없다” 입장… 김만진 PD “허위사실” 검찰에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고소

1987년 6월항쟁 30주년을 맞아 특집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중 윗선의 지시로 제작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김만진 MBC PD가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에 대한 고소 절차를 밟았다.

MBC 콘텐츠제작국 소속 김 PD는 14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김 본부장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문제가 된 게시물은 지난 5월23일 콘텐츠제작국 명의로 사내 인트라넷에 올라온 글이다.

해당 글은 “6월항쟁 다큐에 대해 (김장겸 사장 취임 직후인 2월말) 당시 김진만 다큐부장과 김학영 콘텐츠제작국장이 (담당 PD에게) 제작 승인을 한 적이 없다. 김 PD가 (감봉 1개월) 징계를 받게 된 건 ‘6월항쟁 30주년’ 사전제작비로 3000만 원을 집행하면서 담당 부장, 국장에게 전혀 보고하지 않고 임의로 제작비를 집행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인데 김 PD는 이 글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내 게시글이 허위라는 주장은 다른 PD들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김 PD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국 소속 PD 29명은 같은 달 25일 성명을 통해 “이는 사실관계를 왜곡해 인격을 훼손하고, 프로그램 불방 책임을 PD 개인에게 덮어씌우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담당 부장과 국장에게 승인받고 프로그램 제작이 진행됐다는 것.

▲ MBC 콘텐츠제작국과 영상기자회가 제작거부를 선언한 9일 MBC 구성원들이 본사 로비에서 블랙리스트 규탄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 MBC 콘텐츠제작국과 영상기자회가 제작거부를 선언한 9일 MBC 구성원들이 본사 로비에서 블랙리스트 규탄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이들 성명에 따르면, 아이템을 승인했던 김학영 당시 국장이 2월28일 경 ‘상황이 달라졌다’며 해당 다큐 중단을 지시했다. 앞서 23일 김장겸 신임 MBC 사장이, 27일 김도인 신임 편성제작본부장 등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MBC PD들에 따르면, 지난 3월 부임한 홍상운 신임 콘텐츠제작국장 역시 해당 다큐 제작을 허락하지 않았다. PD들은 “김장겸 사장과 김도인 본부장 체제에서 김학영 전 국장은 ‘6월항쟁’ 다큐마저 부담을 느껴 킬(kill)한 것이 분명하다”며 “전임과 신임국장 모두 김장겸 사장과 김도인 본부장 아래서 눈치를 살피고 경영진의 ‘의중’에 따라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충실한 집행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3월 김장겸 사장 취임 이후 MBC가 6월항쟁 프로그램뿐 아니라 ‘탄핵’과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도 방영하지 못하게 됐고, 담당PD들이 비제작부서로 전보되거나 징계 받은 사실을 보도했다.

[관련기사 : [단독] MBC ‘탄핵’ 다큐 이어 ‘세월호·6월항쟁’ 제작도 막았다]

이에 대해 MBC는 미디어오늘 보도를 허위라고 주장하며 “사실관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MBC 명예를 훼손시키는 기사를 양산하고 있는 미디어오늘에 법적 대응을 포함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PD는 “다른 매체에서 이 내용을 보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미디어오늘이 기사를 내자마자 ‘법적대응’을 언급한 것”이라며 “나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회사 제작비를 임의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지난 5월19일 감봉 1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김 PD는 지난 1일 김장겸 사장과 김도인 본부장에게 ‘콘텐츠제작국 명의의 입장문이 허위사실’이라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게시물 삭제 및 MBC 구성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자 김 PD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김 PD가 허위사실이라고 지적한 5월23일자 입장문은 ‘콘텐츠제작국’ 명의로 돼 있다. 홍상운 콘텐츠제작국장이 해당 게시물의 책임자로 보이나 김 PD는 홍 국장이 아닌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을 고소했다.

김 PD는 “게시물 작성 명의자는 ‘콘텐츠제작국’이지만 이를 실제 작성하고 회사 인트라넷에 게재한 자는 김도인 본부장”이라며 “지난 5월26일 당시 다큐멘터리부 부장과 고참급 PD들을 불러 당시 상황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는데, 홍 국장이 ‘해당 게시물은 김 본부장이 작성해 올린 것’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PD를 포함해 콘텐츠제작국 소속 PD 30명은 지난 9일 제작자율성 침해 사례를 폭로하며 제작 중단에 돌입했다. MBC는 이들 중 한학수 PD에게 대기발령을 내렸다. 민운기 콘텐츠제작2부장은 보직을 내려놨다.

다음은 김 PD의 입장을 일문일답으로 재구성.

- ‘6월항쟁’ 다큐가 결국 방영되지 못해 아쉬움이 클 것 같다.

“6월항쟁 30주년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고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고생했던 일들이, 누구에겐 단지 ‘정파성을 띤 PD의 개인적 욕심’ 정도로 보였나보다. 6월항쟁은 한국 사회가 한번 돌이켜 볼 만 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주어진 조건 아래에서 최선을 다했다. 물론 새로운 사장이 선임된 후, 너무도 간단히 이 다큐멘터리가 제작중단 됐다는 것은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다 아는 이야기가 됐다. 내년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다시 만들자는 제안이 뒤늦게 있었다. 하지만 6월항쟁 30주년은 이미 지나갔다. 지나간 것은 돌이킬 수 없다. 내년에 6월항쟁 다큐멘터리를 다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다른 다큐멘터리일 뿐이다.”

- 왜 콘텐츠제작국장이 아닌 그의 상사인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을 고소했나?

“해당 다큐 불방 사태 이후의 일들과 관련돼 있다. 그의 정치적 신념이 어떠하든, 살아가는 처세 방식이 어떠하든, 최소한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이 시각에도 MBC 전 사원이 볼 수 있는 인트라넷 게시판에는 ‘6월 항쟁 다큐 제작 관련 징계사유는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버젓이 게시돼 있다. 그 글의 상당 부분은 허구다. 그 글은 내 명예와 인격을 훼손하고 있다. 난 ‘그 글의 내용은 허구이니 조치해달라’고 김도인 본부장에게 2차례 이메일로 연락했다. 심지어 변호사를 통해 내용증명까지 보냈는데 요지부동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법대로 하는 것’ 뿐이다.”

- 개인적으로 변호사까지 선임해서 고소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별 것 아닌 소송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직 중에 행한 일에 대해서 그게 잘못된 일이라면 재직 후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례를 MBC에 만들어야 한다. 더구나 책임이 크고 중요한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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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2017-08-15 17:08:20
언론 참 우습다 올바른 보도를 하는 자를 범법자로 몰고 정부에 아부하는 자들은 보도할 것을 하지도 않고 언론인은 목숨걸고 바른 것을 보도하는 것을 생명으로 여겨야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