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한국PD연합회장 선거 사상 첫 독립PD 후보
30년 한국PD연합회장 선거 사상 첫 독립PD 후보
[인터뷰] 송규학 독립PD협회장 “공영방송 정상화 구호 ‘방송 민주화’로 바뀌어야”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명제 안에 외주정책과 시스템의 정상화가 포함돼야 한다.”

제31대 한국PD연합회장 선거에 출마한 송규학 PD는 지상파 소속이 아닌 독립PD이며 현재 6대 독립PD협회장을 맡고 있다. 지상파3사와 EBS에서 다큐멘터리를 다수 연출했고, 다큐멘터리 PD들을 다룬 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2013)를 연출했다. 그의 출마로 인해 1987년 설립된 한국PD연합회의 회장 선거 사상 첫 경선이 치러지게 됐다.

30년간 PD연합회장은 KBS와 MBC 출신 PD가 번갈아가면서 맡았다. 30대 회장으로 SBS 출신의 오기현 PD가 당선된 것이 이례적인 사례로 꼽힐 정도였다. 송규학PD는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제는 PD연합회가 바뀌어야한다”고 강조했다.

“PD연합회는 1987년 당시 가장 큰 방송사인 KBS와 MBC PD들이 주축으로 만든 기구다. 그래서 당연히 그들이 주축으로 활동한 것도 이해한다. 실제로 다른 방송사에 비해 인원도 가장 많고 채널 파워도 강했고 많은 일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미디어 환경이 변했다. 현재 외주제작의 규모는 전체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50%를 넘어섰다. 지상파 파워도 예전과 다르다. 종편·케이블과 파워를 나눠가지고 있다. 이제는 PD연합회도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그에 따르면 30년 동안 경선을 하지 않았던 PD연합회장 선거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PD연합회장의 선출 방식을 전국 직선제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각 방송사 협회장들만 투표를 하는 방식이었는데 전 회원이 직선을 하자는 거다. 아마 다음 32대 회장 선거부터는 그렇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한 명의 후보만 출마한다면 이런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난 7월 EBS 다큐멘터리를 찍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박환성, 김광일 독립PD의 사건도 그의 출마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광일, 박환성 PD의 죽음이 남긴 과제가 있다. 최선의 방식을 동원해서 그것을 해결하는 것에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립PD의 협회장 출마 역시 그 일환이라고 본다. 제작사와 독립PD간의 불공정한 관행을 해결하는 것이 나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지금까지 ‘공영방송 정상화’가 (협회의) 주된 구호였다면 거기에 독립PD들까지 포함한 ‘방송민주화’를 주된 구호로 삼을 생각이다.”

사망한 박환성 PD는 EBS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나기 직전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사이의 제작비를 둘러싼 갈등에 문제제기를 했다. 박PD는 ‘다큐프라임: 야수의 방주’를 만들면서 정부기관 공모를 통해 지원금을 받게 됐는데 EBS가 간접제작비 명목으로 귀속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독립PD협회는 이러한 관행을 바로잡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공약은 31대 PD연합회장에 출마한 송일준 MBC PD협회장도 내걸고 있다. 송일준 PD는 1984년 MBC에 입사해 MBC 교양제작국 부국장을 지내고 외주제작센터장을 맡았으며 2008년 ‘PD수첩 사태’ 당시 검찰에 체포돼 고초를 겪었다. 송일준 PD는 PD연합회장 출마의 변에서 공영방송 정상화와 함께 고 박환성, 김광일 독립PD들의 죽음을 언급하며 “방송사와 독립PD들 간의 불공정계약 문제가 심각하다”며 문제해결 의지를 밝혔다.


송규학PD도 송일준PD의 공약에 ‘이견은 없다’고 말했다. “공약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문제인식은 같다. 앞으로도 같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논하면서 독립PD들의 방송 환경에 대한 정상화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독립PD협회는 15일 송규학PD의 협회장 출마를 두고 “지난 30년간 나눠 먹기 식의 무경선 회장 선출의 독식 관행이라는 무한 질주에 사상 첫 제동”이라고 표현했다. 독립PD협회는 “송규학 PD의 이번 출마는 방송 역사의 커다란 획을 긋는 이정표이자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방송은 ‘슈퍼갑’으로 군림해 온 지상파 방송사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창작자와 시청자의 공공재임을 다시금 일깨우는 역사적 첫 울림에 함께 해달라”고 밝혔다.

만약 PD협회장이 되지 못하더라도 송규학 PD는 출마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마 자체가 독립PD들에게는 이변이다. 독립PD들의 위상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거라 생각한다. 출마 자체가 독립PD에게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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