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 소속 취재 기자 81명이 지난 11일 오전 제작 중단에 돌입한 가운데, 지역 MBC 기자들이 소속된 전국 MBC 기자회는 서울로 기사를 더 이상 송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국 MBC 기자회는 14일 오전 6시부터 기사 송고를 무기한 거부하고 MBC 보도 책임자들이 물러날 때까지 ‘검은 리본’을 패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11일 성명을 내어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권력 품이 아니”라며 “우리는 MBC가 공영방송임을 잊은 적이 없다. 서울 동료 기자들의 뉴스 제작 중단을 전폭 지지한다”고 밝혔다.

▲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지난 8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블랙리스트 문건으로 지목된 ‘카메라기자 성향 분석표’와 ‘요주의 인물 성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지난 8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블랙리스트 문건으로 지목된 ‘카메라기자 성향 분석표’와 ‘요주의 인물 성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전국 MBC 기자회는 “지역 소식이 서울 뉴스의 땜질용 기사로 전락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우리는 서울과 지역으로 나뉘지 않을 것이다. 차별을 위한 등급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폭로된 ‘MBC판 블랙리스트’에 저항하겠다는 의사 표시다.

전국 MBC 기자회는 “우리는 역사 앞에 자랑스럽게 서고 싶다”며 “오로지 공영방송 MBC를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일에 몰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MBC 보도국 소속 취재 기자들은 사측의 일상적인 아이템 통제와 검열, 카메라 기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차별에 항의하며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MBC 카메라 기자들도 9일부터 제작을 거부했다.

‘MBC판 블랙리스트’ 문건은 정치적 성향과 노조와의 친소, 2012년 파업 참여 여부 등으로 카메라 기자 65명을 4등급(‘☆☆’, ‘○’, ‘△’, ‘X’)으로 분류하고 기자 개개인을 평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테면 최하위 등급인 ‘X등급’에 속한 직원에 대해 “(절대) 격리 필요”, “보도국 외로 방출 필요” “주요 관찰 대상” 등의 설명을 덧붙였고 “게으른 인물” “영향력 제로” “무능과 태만” “존재감 없음” 등 인신공격성 표현도 적시됐다. 

문건 작성자는 제3노조 소속 권지호 MBC 카메라 기자로 알려졌지만 문건에 분류된 것과 유사하게 승진 인사와 배제가 이뤄져 사측의 개입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취재·카메라 기자들의 제작 중단에 MBC는 경력 기자 채용 공고를 낸 상황이다. 2012년 파업 당시 시용 인력을 대거 채용해 논란을 부른 MBC가 ‘인력 물갈이’로 구성원 저항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MBC를 극우·보수 편향 방송사로 공고화하려는 사측 움직임에 반발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상암동 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하등급인 'X부류'에 포함된 전 MBC영상기자회장 양동암 기자(오른쪽)와 나준영 기자가 발언했다. 두 기자는 올해로 22년차 영상취재기자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8일 오전 서울 상암동 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하등급인 'X부류'에 포함된 전 MBC영상기자회장 양동암 기자(오른쪽)와 나준영 기자가 발언했다. 두 기자는 올해로 22년차 영상취재기자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노조 MBC본부는 “사측은 170일 파업 직후인 2012년 8월 ‘영상취재부’를 해체한 뒤 신입이든 경력이든 단 한 번도 영상취재 기자를 채용한 적이 없다”며 “그 자리에는 ‘취재PD’로 불리는 대체 인력을 꾸역꾸역 채워 넣었다. 그랬던 회사가 이번엔 대놓고 대규모 대체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워 넣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9일 회사는 취재기자, 드라마 홍보, 기술 직군에도 신규 채용을 공고했다”며 “노동조합법에 따라 이번 채용 공고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이번 채용을 기획, 지시한 자는 물론, 채용 절차를 수행한 행위자 역시 명백한 위법 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현재 MBC는 수많은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고 있다”며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경영진은 수사 대상으로 신분이 전환돼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불법 행위를 저지른다면 이는 가중처벌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