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단행된 첫 검찰 인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들이 일선에 복귀해 논란이다.

10일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안에 따르면, 간첩 조작 피해자인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 사건을 담당했던 이시원 법무연수원 기획과장과 이문성 전주지검 부장검사가 각각 수원지검 형사2부장과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장으로 발령났다. ‘부장검사’급으로 수평이동이긴 하지만, 검찰 내 요직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이에 대한 경찰의 수사 은폐가 드러나고 있던 2013년 1월10일, 국정원 수사관들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를 체포한 뒤 증거조작과 증인 매수 등으로 간첩 혐의를 뒤집어 씌우려 한 사건이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 사진과 중국-북한 출입국 기록이 조작된 사실, 그리고 국정원에 매수를 당한 협조자가 국정원의 위조 지시를 폭로하면서 유씨는 최종심까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논란이 되는 이시원, 이문성 검사는 당시 유우성 씨에 대한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했던 이들로, 검찰은 이들이 국정원의 조작을 인지하거나 가담하지 않았다며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다만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며 검증절차를 소홀히 해 검사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며 두 사람에게 정직 1월의 징계를 내렸다.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와 변호인단이  2014년 서울중앙지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사진=강성원 기자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와 변호인단이
2014년 서울중앙지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사진=강성원 기자

그러나 검찰 주장과 달리 재판과정에서 국정원 이재윤 대공수사처장 측은 증거 조작이 “국정원과 이문성 검사가 협의했고, 본인(검사)이 지시해서 행사한 것”이라며 “(사건) 전체가 검사들의, 거의 강요에 가까운 촉구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전말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들이 증거 조작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단행된 인사는 조작된 공안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들에 대한 처분으로는 합당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유우성 씨의 변호를 맡았던 김용민 변호사는 “당시에 검사들이 증거 위조에 관여했을 것 같은 증거 진술을 확보해서 고발을 했는데 검찰에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혐의로 종결해버렸다”고 말한 뒤 “검찰 논리대로 하더라도 조작된 증거를 법정에 제출했고 법원에 거짓말을 하는 등의 사유로 징계를 받았던 검사들이라면 이후에는 수사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오히려 부장검사로 서울 서부지검, 수원지검으로 들어온다고 하니 검찰의 자정기능이 완전히 마비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부장검사라는 지위에서 수사를 바라봤을 때, 수사가 잘못됐더가 조작됐거나 증거가 문제가 있어도 필요에 따라 눈 감고 넘어갈 수 있는 전례가 있고 여전히 그런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라서, 새로운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는 상황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유우성 씨 사건 진상규명에 참여했던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그나마 검찰(논리)에선 적극적으로 조작은 가담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큰 책임이 있다고 해서 정직이라는 중징계까지 했잖나. 수사의 핵심적인 자리에 배정되는 건 옳지 않다는 게 상식적”이라며 “이런 사람들을 좋은 자리에 보냈다는 건 검찰의 인사를 국민 눈높이에서 하겠다는 말이 잠깐 국민의 화를 가라앉히기 위한 립서비스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용 사무처장은 “검사가 전혀 (조작)과정을 몰랐다고 하는 건 쉽게 믿기 어렵다”며 “증거자료가 정상적인 증거자료인지 확인하는게 검사의 직무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큰 잘못을 한 것”이라며 “이번 인사를 재고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유우성 씨 관련 사건을 다룬 영화인 <자백>과 <공범자들>의 연출했던 최승호 피디(뉴스타파)는 “두 검사는 검찰이 봐주기 조사를 했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것 뿐, 거의 간첩 조작의 공범 수준으로 우리는 평가한다”며 “이시원 검사는 유우성 씨의 동생 유가려 씨가 자기가 국정원에서 자백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얘기를 했는데도 ‘그렇게 얘기하면 내가 도와주지 못한다’면서 계속 간첩으로 자백하라는 압력을 줬고, 이문성 검사는 출입경 기록 위조 과정에서 상당한 정도로 영향을 미친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승호 피디는 “우리(뉴스타파)가 중국의 출입경 기록 발급 당당 직원으로부터 (출입경 기록이)위조된 것이라는 증거를 다 입수해서 재판부에 제출했음에도 (두 검사는)끝까지 사실을 호도하고 거짓말을 했던 당사자들”이라며 “그런데 촛불로 세워진 민주정부가 들어와서 그런 사람들을 일선 수사 책임자로 다시 원상회복 시킨다? 간첩조작의 동조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도 검사가 다시 복귀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 검찰을 누가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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