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2014년 4월16일 참사 당일까지 원인불명의 엔진 고장을 방치했다는 사실(관련기사:세월호, 원인불명의 엔진 고장 상태로 출항)이 드러난 가운데, 사건일로부터 불과 2~3주전 두차례의 엔진 고장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청해진해운 공문에 의하면, 세월호는 발전기 가동시 유증기(油烝氣)가 발생하고 엔진이 트립(급정지)되는 심각한 상태였다. 선박 운항 중 엔진이 급정지하면 배는 동력을 잃어 표류하며, 입출항 상황이나 섬 사이, 배와 근접해 있는 경우엔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참사 얼마전 두차례의 엔진 고장 사고가 있었던 사실은 미디어오늘이 크라우드 펀딩(시민 참여 모금) 다큐를 만드는 ‘인텐션(감독 김지영)’ 제작팀의 도움을 받아 진도VTS 관제영상과 진도VTS 교신일지, 제주운항관리실 교신록을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 2014년 3월22일 엔진 사고 당시의 관제영상. 세월호의 속력이 표류 속도인 2노트대로 확인된다.
▲ 2014년 3월22일 엔진 사고 당시의 관제영상. 세월호의 속력이 표류 속도인 2노트대로 확인된다.
세월호는 2014년 3월22일 제주를 출항한 뒤 오후10시55분 조류 속도에 불과한 1.6노트~2노트 대로 속력이 저하하며 30분가량 표류했다.

이때 세월호는 진도VTS 관제구역에 들어와 있었고, 진도VTS는 세월호를 호출해 “귀국 현재 스피드가 많이 안 나가는데 혹시 무슨 문제 있느냐?”고 물었다. 이 때 세월호는 통신에 장애가 발생한 듯 세 차례나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네번째 질문이 나올 때에야 “바로 지금 (속력을)올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제주운항관리실도 세월호를 호출했다. 11시 정각에 운항관리실은 “세월호 오늘 스피드가 많이 안 나가는 거냐?”고 했고 세월호는 첫 호출에서 “지금 역조***(해석 불가)*** 스피드가 많이 안나간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1-2분뒤 다시 운항관리실이 세월호를 호출했고 “귀선 스피드가 지금 여기서 확인하니 2.3 노트 나가는데 스피드가 너무(약하다) 뭐 문제 있습니까 배에?”라고 물었다. 역시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 가운데 세월호는 “한쪽 엔진이 지금 약 한 15분 정도 *** 있다”며 “지금 작업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 진도VTS, 제주운항관리실과의 교신에서 세월호는 여러차례 제대로 된 답변을 피했고, 제주운항관리실 교신에선 박한결로 추정되는 여성 사관이 답을 하지 못하자 남성 사관이 대신 통신장비를 건네받아 답을 하기도 했다. 세월호가 엔진 고장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답변을 피한 게 아닌 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나흘뒤인 3월 26일에도 엔진 사고가 있었다.

▲ 2014년 3월 26일 진도VTS 교신일지. "수리 후 정상운항 중 통보"라고 돼 있다.
▲ 2014년 3월 26일 진도VTS 교신일지. "수리 후 정상운항 중 통보"라고 돼 있다.

이 때도 세월호는 제주를 출항한 뒤 진도VTS 관제구역에서 드리프팅(표류)에 가까운 4노트 대로 속력이 저하했다. 이날 10시15분경 세월호는 18.3노트의 속력이 나오는 상황에서 진도 VTS를 먼저 호출해 “본선 조금 스피드 다운해 가지고 좀 항해해야 될 거 같다”며 “연료 계통에 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는 10시26분경 4노트 대까지 속력이 느려졌고 이로부터 12분 뒤인 10시 38분경부터 속력을 올리기 시작해 11시2분 속력이 정상화(17노트대)된다.

청해진해운은 운항 중 엔진이 급정지하는 심각한 문제를 방치한 채 참사 당일까지 세월호를 운항했다. 청해진해운은 당시 엔진 급정지 문제의 원인을 연료유 때문이라고 추정하면서 한국해운조합 측에 슬러지(불순물, 침전물) 성분 분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청해진해운 고위관계자는 “발전기가 올스톱되면 주기관은 자동적으로 스톱되는 것이고, 발전기가 3대 중 2대가 셧다운 되도 또 문제가 발생한다”며 “그런 문제가 계속되면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우리는 연료유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해운조합에)정확하게 밝혀달라고 한 것”이라며 “연류유를 공동 채취하자고 해서 (해운조합이)가져간 뒤 그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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