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 출연자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원자력발전소 사고 및 원전 관련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문제삼고 나섰다. 이 프로그램은 2주 전에 방송이 종영됐다.

이 프로그램 연출자인 나영석 tvN PD는 원자력에너지가 갖는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논의하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판단해 방송한 것이라며 민주사회에서 이 정도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진행 중인 중대사항에 대해 모르면 이야기 하지 말라는 식의 요구는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사실왜곡과 국민호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자유한국당 주장에 대해 나 PD는 “그런 식이라면 무서워서 방송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6일 공보실 명의로 낸 ‘자유한국당, tvN 알쓸신잡 방송심의 신청’ 보도자료에서 지난 6월30일 방송된 방송분에 대해 2일 방송심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해당 방송의 출연진은 원자력발전과 관련하여 사실과 다르거나 논란이 있는 내용을 100% 확정된 사실이거나 정설로 느낄 만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수천 명이며 피해자는 수십만 명이 넘는다’고 한 발언을 사례로 들었다. 자유한국당은 국제원자력기구 등 유엔기구와 주요 3개 피해국(우크라이나·벨라루스·러시아) 정부가 주도하여 설립한 ‘체르노빌포럼’의 2005년 보고서를 근거로 “체르노빌 원전 폭발로 인한 직접적 사망자 수는 50여 명이며 4천 명이 피폭에 따른 암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해당 사고와 암 발병이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 나오는 등 정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두 출연자가 말한 주장의 근거가 되는 통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또한 유시민 작가가 ‘원자력발전 단가가 다른 발전 방식에 비해 경제적이지 않다’고 한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발전단가 자료에도 원자력이 가장 싼 것으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제2차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당시 민관그룹의 공론화를 통한 의견수렴을 거쳐 원전 발전단가에는 원전해체비용, 사용후핵연료 처분비용 및 중·저준위폐기물 관리비용 등 사후처리비용까지 반영돼 있다”며 “오히려 석탄, LNG, 신재생 에너지 발전단가에는 외부비용이 반영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2016년 한국전력통계(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발전원 별 구입단가는 kwh 당, 원자력 68원, 석탄 74원, LNG 121원”이라고 주장했다.

▲ tvN 알쓸신잡 2017년 6월30일 방송분
▲ tvN 알쓸신잡 2017년 6월30일 방송분
자유한국당은 “현재 탈원전 논란이 불거지고 국가의 에너지 정책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 위와 같이 부정확한 내용의 방송은 국민 여론 형성과 국가의 정책 방향 설정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앞으로도 언론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호도하는 보도에 단호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알쓸신잡의 연출을 맡아 종영 때까지 이끌어온 나영석 tvN PD는 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상식적인 사회라면 받아들여지는 수준의 논의였다”고 반박했다.

나 PD는 사실과 다르거나 논란이 있는 내용을 확정된 사실이거나 정설로 느낄만한 발언을 방송했다는 자유한국당 주장에 대해 “우리한테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기보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기관에 냈고, 우리는 관리 감독을 받는 방송국이기 때문에 우리한테 잘못이 있으면 지침이 거기를 통해 내려올 것”이라며 “(잘못이 있다고 나오면) 그때가서 고민할 것이겠지만, 아직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교수의 방송중 발언을 문제삼은 자유한국장 주장에 대해 나 PD는 “자유한국당의 방송심의 신청 보도를 보고 느낀 것이 크게 두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첫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팩트를 다룰 때도 당연히 우리가 팩트체크를 하고 공정하게 방송하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다큐멘터리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나 PD는 “예를 들어 삼국유사 신화에 대한 해석을 내릴 때 정설과 다르다고, 내용이 틀렸다고 방송 내용을 공격하거나 소송을 하거나 하지 않는다”며 “(많은 시청자들이) 저들(출연자들)은 저런 시각을 갖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검증되거나 사료 나온 부분만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에서 나오는 내용도 다양한 해석의 하나로 보고, (시청자) 본인의 견해와 비교해 즐기려고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PD는 “원자력 부분도 그 중 하나라고 본다”며 “여기 있는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과학자의 시각에서는 ‘원전의 위험성이 있고, (사고에 대한) 핸들링(제어)을 못할 것’이라는 본인의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상식적인 사회라면 받아들여지는 수준의 논의였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대 의견을 가진 시청자도 있겠지만,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겠구나’라고 보고 지나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단군신화에서 곰이 먹은 것이 쑥 아니라 달래였을 것이라고 황교익 교수가 발언한 것에 대해 한국사학회에서 시정해달라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석하는 것은 이렇게 열려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공공의 잣대로 재단하고자 한다면 기다려서 조치를 받겠지만, 원자력이라는 것은 열걸음 양보해도 무조건 (안전성에 대한 주장이) 수용되고 납득할 만한 안전성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데엔 모두가 동의할 것으로 본다. 경각심을 얘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팩트를 떠나 논의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한마디 한마디에 시시비비를 가리자 하고 우리가 팩트체크에 미진했다고 한다면 조치를 기다려보겠다는 것.

▲ 나영석 PD의 칸느 강연 동영상 갈무리
▲ 나영석 PD의 칸느 강연 동영상 갈무리
또한 원자력을 모르면 함부로 방송해선 안된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 나 PD는 “원자력이라는 부분은 진행중인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신화의 진실여부는 이미 끝난 일인데 반해 현재 진행중인 원전에 대해서는 ‘왜 모르면서 얘기하느냐’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모르면 이야기 하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 문제는 우리에게 의견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한 나 PD는 “위험하다거나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그 짐은 후세가 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미래의 어느 세대가 어떤 책임을 질지 결정되거나 검증되지 않았다”며 “(원전의 안전에 대해) 예측할 수는 있겠지만 확신할 수 없다. 위험성을 예능 프로에서 얘기하는 것이 죄를 지을 정도로 잘못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부정확한 내용의 방송으로 정책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자유한국당 주장에 대해 나 PD는 “우리가 틀렸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건 당시엔 러시아도 아닌 소련인 시절이었고, 우크라이나도 없던 시절이다. 당시엔 극히 제한된 정보가 공개됐을텐데, (IAEA 등과 같은) 공공 위원회가 밝혔다고 이것이 전적으로 사실이라는 주장이 맞나 싶기도 하다”고 반박했다.

나 PD는 “출연자(유 작가와 정 교수)의 (발언의) 전체 논의 전개 자체가 특별히 잘못했다기보다 그들의 견해를 그 정도 수준에서 피력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충분히 할 만한 논의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제작 당시 반대되는 입장이나 견해를 감안해 이 정도는 괜찮겠다고 판단해 방송한 것인지, 아니면 시의성 차원에서 한 것인지’를 묻자 나 PD는 “시의성과는 관련이 없었다”며 “우리 프로그램이 백분토론이나 추적60분과 같은 프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지식인 출연자들이 모여 여행하고 보고 느낀 것에 대해 모든 이야기를 열어놓고 이야기하면서 전개해 나가는 것”이라며 “어떤 목적성을 갖고 원전에 대해 얘기한 것은 아니었다. 큰 그림에서 이 정도 경각심은 (시청자들도) 공유하겠지 생각하고 방송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르거나 틀린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겠지만, 큰 논의와 큰 틀에서 할 수 있는 얘기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언론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호도하는 보도에 단호히 대응할 방침’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에 대해 나 PD는 “그러면 무서워서 이런 프로그램을 못 만들 것 같다”며 “혼날까봐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겠느냐. 하지만 그것이 좋은 사회로 가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답했다.

나 PD는 자유한국당의 이번 심의신청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슈 메이킹을 하기 위해 정치가 이슈를 이용하는 경우들이 있다. 우리 프로그램이 최근에 화제가 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프로그램은 2주전에 이미 끝났다. 그런데 다시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려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의 일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그런가보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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