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민간인 국정농단 사태’ 피고인들의 잇따른 무리수 변론이 논란이다. 특검 측 주장을 반박하려는 목적이 앞서 무리한 논리를 감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33억 원 대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은 지난 27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의 공개 간담회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안가에서의 비밀 독대를 동일선상에 놓는 오류를 범했다. 독대 시 대통령에게 전달한 그룹 현안을 부정청탁으로 지목하는 특검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였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28일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제47회 공판에서 “특검은 그룹 현안을 말한 것을 곧바로 부정청탁이라고 전제한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기업 현안을 청취하고 있는데, 특검 주장대로라면 그것도 부정청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위 발언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후 논란이 일자 변호인단은 즉각 사과 입장을 발표했다. 송우철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일부 언론사에 문자를 발송해 “오늘 이재용 등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이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기업인과의 대화를 언급한 것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면서 ”책임변호사로서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와 유사한 변론으로 구설수에 오른 인물로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있다. 그는 지난 6월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문 전 장관 변호인은 문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순직 처리 지시도 직권남용죄에 해당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변호인은 지난 5월17일 문 전 장관 재판에서 “세월호 참사가 3년 전에 있었는데 아직까지 기간제 교사를 순직 (대상)으로 인정하지 못했다. 인사혁신처의 관련 규정 해석은 지금까지도 곤란하다고 돼 있다”면서 “실행기관과 감독기관의 규정에 해석의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두 건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에 대해 “기간제 교사 순직 처리 지시는 공식적·정상적인 경로로 하달되고 대통령 지시가 언론에 투명하게 공개된 반면 문형표 피고인의 지시는 복지부 관계자가 공단 관계자를 소환하거나 기금운영본부 사무실에 국·과장이 직접 가서 합병 방향성을 지시하는 등 비공식적이고 은밀한 방식으로 이뤄졌다”면서 “두 사안은 동일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지난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위증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공판준비기일 때부터 왜곡된 논리를 주장해왔다고 비판받아왔다. 김 전 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정부 지원 배제 명단)’는 ‘이념 균형 정책 집행’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 전 실장 변호인은 지난 3월15일 ‘블랙리스트 재판’ 제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전 실장은) 진보를 완전 배제한 적 없고 진보와 보수의 이념 균형을 유지하라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 변호인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정치적 편가르기’라면 빈곤층을 위한 복지정책도 정치적 편가르기가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학 성적 우수자 장학금을 가계곤란을 우선 기준으로 변경했을 경우,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빈곤층이 그 당시 정부의 주요 지지층이기에 그들을 위한 장학금 정책을 펼쳤다는 논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특검의 공소사실은 “자유민주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편가르기·검열 지시가 있었는지, 검열이 국가 최고권력기관에 의해 자행됐는지, 검열이 사전에 행해졌는지” 등과 관련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소사실에 포함된 블랙리스트 사유는 ‘세월호 시국선언’,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 ‘5·18 관련 창작물’, ‘세월호 소재 공연’, ‘CJ 투자 영화 제작’, 특정 언론사 추진 사항 및 활동, ‘대운하반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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