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야당하는 것이 여당 보다 더 쉽다”고 한 말을 두고 여당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현재 4년 전 야당과 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상했던 담뱃세를 다시 인하하는 것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주류세 인하와 함께 탈원전 정책에 반대 목소리도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홍 대표의 이 같은 발언과 일련의 정책에 대해 “발목잡기 쉽다는 것이냐,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홍 대표는 지난 2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야당 대표하기가 여당 대표할 때보다 쉽다면서 서로 덕담을 나눴다. 홍 대표의 홈페이지에 실린 영상을 보면, 홍 대표와 이 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대화를 주고 받았다.

-홍(홍준표 대표) : “야당은 하기 쉽습니다. 여당은 무한책임이 있기 때문에 6개월 하면서 참 힘들었고요. 야당은 어렵지 않습니다. 저 사람들이 가는 길목을 알기 때문에 하기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이(이 전 대통령) : “여당할 때도 왜, 힘들었지 … 여당 대표하고 야당 대표도 하고 양쪽을 다 해봤으니까”
-홍 : “예. 그러네요”
=이 : “내가 볼 때 잘 할 거야”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사진=홍준표TV 갈무리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사진=홍준표TV 갈무리
이 전 대통령과 만나 ‘쉬운 야당론’을 내놓은 홍준표 대표는 그후 이틀만인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담뱃값(담뱃세) 인상 ‘회군’ 정책에 비판하는 여당을 역으로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그렇게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값 인상을 한 것은 당시 새누리당이었다. 4년 만에 야당이 된 뒤 원상복귀하겠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최근에 당에서 담뱃세, 유류세 서민감세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거꾸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난을 하고 있다”며 “담뱃세를 인상한 것이 너희들인데 인하하려고 하느냐. 이런 식으로 비난도 하지만 담뱃세 인상을 하려고 할 때 그렇게 반대한 더불어민주당이 인하에는 왜 반대를 하고 있는지 그것도 참 아니러니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담뱃세 인상을 하려고 할 때 그렇게 반대했듯이 인하에는 찬성을 해주도록 부탁 말씀을 드리고, 유류세 인하도 마찬가지로 서민감세 차원에서 우리가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만 벌리면 서민이야기 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서민감세에는 앞장서서 협조하도록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주장했다.

또한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비난하고 나섰다. 홍 대표는 “세계 3대 원전강국을 충동적으로 좌파시민단체가 주장한다고 해서, 또 PK지역에 내년 지방선거 대책으로 갑자기 전혀 근거도 하지 않고 대통령의 일종의 긴급명령으로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참 이 나라 제조업 전체에 암울을 드리우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싼 이유 중 하나가 원전 때문”이라며 “앞으로 전기료 폭등이 올 것이고, 제조업이 위축되게 되면 나라전체 경제가 정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5년짜리 정부가 100년을 바라보는 에너지 정책을 이런 식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라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고스란히 이 나라 국민들”이라고 덧붙였다.

담뱃세 인하 정책과 관련해 4년 전 담뱃세 인상안을 발의한 것은 새누리당 의원 7명과 민주당 의원 5명이었다. 당시 지방세법 개정안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낸 의원은 당시 김재원 의원(대표발의), 김태원‧안홍준‧이만우‧이에리사‧이운룡‧최봉홍 등 새누리당 의원 7명, 김성곤‧김영록‧박민수‧이인영‧인재근 등 민주당 의원 5명이었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은 한 명도 현직에 남아있지 않다.

당시 발의한 의원들은 지난 2013년 3월 법안 제안이유에서 “2007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직접 의료비용은 연간 1.6조 원이나 조기사망과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까지 합한 피해금액은 연간 5.6조원에 달하며, 2012년 기준으로는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수도 연간 3만 명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 5229명보다 6배나 더 많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강력한 금연정책이 필요함”으로 기재했다.

담배가격에 대해 이들은 “OECD 34개국 중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2005년 이후 8년 간 담배값을 인상하지 않아, 물가와 구매력 상승을 감안하며 담배의 실질가격은 하락해 왔다”며 “흡연율은 OECD 34개국 중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증가 추세에 있어, 흡연율 감소를 위한 강력한 가격정책의 추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 및 사망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자 한다고도 이들은 덧붙였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사진=홍준표TV 갈무리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사진=홍준표TV 갈무리
이런 명분을 내걸었던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별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태원 자유한국당 의원(전 새누리당)은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나는 당시 동의만 해줬던 건데, 의원 개인의 발의라기 보다는 당 차원에서 얘기됐던 것”이라며 “국민 건강차원에서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 지배적이어서 했으나 이제와서 보니 효과 없으니 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평가보다는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효과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서민들이 담뱃값이 인상돼 부담 느낀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담배값인상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시인하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또한 우선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에 대해 김 의원은 “당시 당에서 한 것이고, 당정 간 협의가 이뤄진 것인데, (발의에 동의한) 의원 개인에 의견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야당하기 쉽다는 것은 발목잡기 쉽다는 것이냐며 그렇게 야당하기 좋으면 계속 야당하라고 반박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홍 대표가 그렇게 야당하기가 좋으면 계속 하면 될 것”이라며 “야당이 쉽다는 것은 아마도 앞으로 계속 발목잡기를 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백 대변인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면, 책임감 없이 계속 반대만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자신들이 인상했던 담뱃값 인상정책을 다시 인하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사진=백혜련 블로그
▲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사진=백혜련 블로그
그는 “담뱃값을 다시 인하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것”이라며 “서민들에게 부담되는 정책이라고 반대했을 때는 외면하다가 지금에 와서 우리 정부여당의 부자증세, 핀셋증세 정책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게 되니 발목잡기하고자 담뱃세 인하 카드 꺼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백 대변인은 “담배값을 오르지 않았을 때 올리는 것을 반대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미 올라가있는 것을 다시 내리는 것은 재정정책상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다”며 “이런 것에 대한 고려없이 세수증대를 막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탈원전을 비난한 것에 대해 백 대변인은 “탈원전의 경우 세계적인 추세이고, 비용과 관련해서도 원전의 폐기비용까지 다 따져볼 때 싼 에너지원이라고 볼 수 없다”며 “탈원전으로 가는 것이 맞고, 이는 선거 앞두고 한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논의를 많이 해왔다. 신고리의 경우 공론화위원회에서 국민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는데 괜한 정치공세를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것이 야당 대표하기 쉽다는 뜻인지에 대해 백 대변인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실질적 논거나 방향성과 무관하게 문재인 정부가 하는 모든 정책에 반대하고 보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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