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심판의 ‘갑질’을 비판하며 공분을 일으켰던 스포츠 기사가 오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7일 OSEN은 ‘“야구 그만하고 싶어?” 고교 선수에 비수 꽂은 심판의 갑질’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고교선수가 심판의 폭언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만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해당 기사는 “고교선수 A군이 경기 도중 심판의 아웃 판정에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김 아무개 심판은 A군에게 ‘지금 뭐하는 행동이야? 퇴장당하고 싶어? 그렇게 해줄까? 너 야구 그만하고 싶어?’라고 강압적 발언을 쏟아 부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평소 과도한 권위 의식이 몸에 배여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라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거나 헬멧을 던지는 등 과잉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 1992년 청룡기 고교야구 대전고와 경주고 경기. 6회초 2사 4구로 출루한 대전고 3번타자 최만호(오른쪽)가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연합뉴스
▲ 1992년 청룡기 고교야구 대전고와 경주고 경기. 6회초 2사 4구로 출루한 대전고 3번타자 최만호(오른쪽)가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경기 현장에 있었던 한 스포츠 기자의 설명은 다르다.

“기사에 등장하는 경기는 7월13일 청룡기 경북고-배명고 경기로 기사에 나온 상황은 8회 경북고 공격인데 1사2루에서 중견수 플라이 때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다 아웃됐다. 기사 내용과 달리 헬멧을 던지며 분통을 터뜨렸고, 이걸 본 2루심이 공수교대해서 수비하러 나온 선수 A군에게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일 나도 경기장에서 경기를 봤고 구단 사람들도 경기를 봤지만 A군이 억울하단 표정만 지었다는 기사 내용은 거짓말이다.”

현장에 있었던 스포츠 기자를 포함해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날 A군이 경기 도중 헬멧을 던졌다고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헬멧을 던지지 않았다’는 OSEN 기사에서 중요한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이다. 더욱이 기사를 쓴 OSEN 기자는 이날 경기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기는 TV로도 중계되지 않았다. 그리고 해당 기자와 A군은 같은 경북고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기 현장에 있었던 기자가 설명하는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A군은 3회에도 과격한 행동을 했고 8회엔 헬멧을 집어던지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경북고는 2-3으로 뒤진 9회에 선두타자가 내야땅볼 치고 달리다 1루에서 아웃 판정을 받았고 감독이 항의하다 퇴장됐다. 경기도 경북고가 패했다. 경북고 쪽은 격앙된 분위기였는데, 경기 끝난 뒤 A군이 경북고 선배인 OSEN 기자에게 상황을 과장해서 이야기한 게 그대로 기사화가 된 듯하다.”

결국 해당 기사는 기자의 ‘노룩 취재’에 따른 오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이 사건과 관련해 황석만 아마야구 심판위원장에게 내부 분위기를 물었다.

“A군이 야구를 잘하는 친구다. 이 친구가 프로에 가면 오래 해야 하는데 헬멧을 던져서 (2루심이) 헬멧을 던지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기사가 나간 뒤) 본인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절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고 한다. 양쪽 주장이 상반되는 상황이어서 야구협회 공정위원회에서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다루기로 했다.”

해당 기사를 쓴 OSEN 기자는 “현재 협회에서 진상 조사 중이라 이와 관련해 드릴 말씀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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