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9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건을 발표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기록관리 전문가들은 외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청와대에서 벌어진 기록 무단폐기 의혹을 수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법률자문위원회(위원장 최교일)는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성명불상의 청와대 직원들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법률자문위는 “지난 14일 박수현 대변인은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지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들 중 일부 자필 메모를 공개해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며 “또한 성명불상의 청와대 직원들과 공모해 지난 정부 민정수석실 및 정무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약 1660여 건의 문건 사본을 특검에 제출해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히며 공개한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 ⓒ 연합뉴스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히며 공개한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 ⓒ 연합뉴스
하지만 이소연 한국기록학회 회장은 이날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정론관에서 ‘청와대 캐비닛 문서’ 관련 기록관리·전문가 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에 관해서라면 대통령기록법에 공개가 원칙이라는 조항이 있다”며 “법에는 미이관 기록은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도록 돼 있는 조항 말고는 공개 여부나 지정기록 목록과 대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어 (한국당이) 무슨 근거로 고발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기록학회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알권리연구소·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캐비닛 문서의 존재가 알려진 이후 놀랍게도 ‘다 파기했으니 그럴 리가 없다’는 관계자의 발언이 보도됐다”며 “박근혜 청와대에서 벌어진 기록 무단폐기에 관한 직접적 진술이 나온 만큼, 이를 수사하고 처벌해 모든 공직자의 경계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대통령기록법 제16조는 ‘대통령기록물은 공개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캐비닛 등에서 발견된 기록이 이관에서 누락된 것은 전 청와대 비서실의 부실한 업무 처리가 원인으로 그 책임을 다른 데에 지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36명이나 투입돼 이관 작업을 했는데도 미이관 기록이 있다면 그 작업이 부실한 것이지, 발견한 사람이 경위를 밝혀야 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 한국기록학회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알권리연구소·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19일 오전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한국기록학회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알권리연구소·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19일 오전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기록학회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알권리연구소·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기록학회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알권리연구소·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정기록을 지정할 권한은 오직 그 기록을 생산한 대통령에게만 있다. 지정기록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대통령이 퇴임 전에 지정하는 것 말고는 다른 지정 절차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황교안 전 권한대행이 이 권한을 위임 받는 것도 적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재정 의원은 “청와대가 법률적 검토를 통해 검찰에 범죄 관련 사본을 제출하고 원본은 대통령기록관에 제출한 것은 아주 유효적절한 조치라 생각한다”며 “한국당의 고발 행위 자체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유효한 증거로 쓰일 수 있는 내용이 공개되니까 궁색한 나머지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알량한 정치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최근 발견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건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한일 합의와 세월호 관련 문건을 즉시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서를 지난 18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 제출했다.

송 변호사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문서가 생산될 당시의 대통령이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문서 1361건은 지정기록물이 될 수 없다”며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적폐인 ‘위안부’ 합의와 국민의 기본 안전권과 관련된 세월호 문서는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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