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에 실질적인 전문기자제도가 정착된 것은 1990년대 이후다. 특히 의료, 군사분야는 전문기자들이 능력을 발휘하며 미디어 소비자들에게 깊이있는 정보를 서비스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기자보다 전문기자 기사와 분석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의료분야에 의사출신 기자가 활약하는 곳이 많아졌다. 그런데 의사출신 전문기자들이 상반된 뉴스를 내보낼 때 일반 미디어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같은 사안을 다룬 것은 아니지만 서울대학교병원에 대한 조선, 동아일보 의학 전문기자 보도를 미디어 소비자입장에 살펴볼 필요가 있어 분석대에 올려보겠다.

동아일보는 “서울대병원, 죽어야 산다”(6월27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서울대병원이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9개월 만에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의사인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은 서울대병원 의사의 말을 인용하여 “서울대병원엔 500여 명의 교수가 있는데 마치 국회의원 500명이 있는 것과 같다”면서 의사들간의 비협조와 독단을 비판했다.

▲ 6월27일 동아일보 “서울대병원, 죽어야 산다”
▲ 6월27일 동아일보 “서울대병원, 죽어야 산다”

특히 환자를 우대하지 않는 의사들의 아집에 대해 이런 사례로 설명했다. “2011년 개원한 서울대 암병원은 외과가 진료하는 ‘갑상선센터’와 이비인후과가 진료하는 ‘갑상선구강두경부암센터’가 별도로 있다. 환자를 위한다면 이 두 개의 센터를 한 개의 센터로 통합하고 두 과가 협업을 하는 것이 옳다. 한 병원에 갑상선암을 보는 센터가 두 곳인 경우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그는 또 “정작 암병원 내에 있어야 할 유방센터는 공간이 부족해 멀리 떨어져 있다. 유방암 진료를 위해 암병원을 찾은 많은 환자들은 다시 반대편 건물로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각 과들의 협력이 안 되니 환자들의 불편만 커진다”고 개탄했다.

이런 비판기사를 작성하게 되면 서울대학교병원 취재가 어려워지고 소위 선배의사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최고 권위의 서울대학교병원에 대해 이런 문제를 공론화 하는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서울대병원의 서비스 시스템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러나 조선일보 의사출신 전문기자가 쓴 “900여명 살린 서울대병원 ‘달리는 중환자실’”(7월6일자) 기사는 전문적 지식없이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홍보성 뉴스로 보인다. 이 보도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의아하게 만든다.

▲ 7월6일 조선일보 사회면에 보도된 ‘900여명 살린 서울대병원 ‘달리는 중환자실’’
▲ 7월6일 조선일보 사회면에 보도된 ‘900여명 살린 서울대병원 ‘달리는 중환자실’’
우선 제목처럼 어떻게 900여명을 살렸는지를 기사에서 찾아보니 그 근거가 애매했다. “서울대병원 앰뷸런스팀은 지난 6월 말까지 총 937건을 이송했다. 초창기엔 한 달 30여건에서 요즘은 60여건으로 늘었다고 한다…” 기사를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말까지 중환자 이송수가 937건인데 이 수치를 추정하여 900여명 살렸다고 표현했다.

저널리즘에서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일종의 과장이다. 그것은 다른 앰뷸런스로 옮겼을 때 다 죽는다는 명제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을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수치를 명시하며 ‘살렸다’로 표시하는 것은 왜곡보도에 속한다. 또한 ‘살렸다’가 구체적으로 목숨만 유지시켰다는 것인지 며칠 뒤 바로 숨을 거둔 것인지 등 애매한 부분도 있다.

평소에 다양한 의료뉴스를 서비스하는 조선의 김 기자가 작성한 것 치고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서울대학교병원이 새롭게 시도하는 “중환자실 그대로 옮겨놓은 앰뷸런스 중증 환자 이송을 전담하는 서울대병원의 ‘모바일 중환자실’ 앰뷸런스”를 널리 알린다는 취지는 이해가 간다. 허나 서울시의 재정지원을 받아서 하고 있는 것이다.

김 기자는 “서울시가 운영 비용으로 한 해 9억8000여만원을 지원한다. 앰뷸런스는 일반 구급차보다 1.5배 커서 이송 중에도 의료진이 서서 처치할 수 있다. 산소통 용량과 전기 출력이 4배 커서 인공호흡기, 에크모 등 중환자실 의료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나아가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지원되기를 기대했다.

서울공화국에서나 가능한 소리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권역은 서울시처럼 예산지원할 여력도 없고 의료인프라는 더욱 열악하다. 물론 그렇다고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왜 서울대학교병원만 가능하고 다른 지역은 마음은 있어도 불가능한지, 중앙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언급돼야 하지 않을까.

서울대병원이 최근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정정한 이후 대외 신뢰도와 이미지가 떨어지니 그것을 만회하는 차원의 언론플레이가 아니기를 바란다. 최고 의사들끼리 사망진단서 하나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 6월15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고 백남기씨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에서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6월15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고 백남기씨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에서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는 “고 백남기씨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기재하고 직접사인을 ‘심폐 정지’로 기록한 점은 의협의 진단서 등 작성·교부지침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대생들도 102명 합동 성명서를 통해 “직접 사인으로 ‘심폐정지’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은 국가고시 문제에도 출제될 정도로 기본 원칙”이라며 “사망진단서에 심폐정지가 버젓이 기재돼 있고 사망 종류가 병사로 표기돼 있던 오류는 의학적, 법적으로 명백했던 고인의 사인을 모호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진단서를 둘러싼 서울대학교병원의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주치의와 병원장은 여전히 ‘병사’로 주장하고 부병원장은 ‘외인사’로 정정하며 사과까지 했다. 국민은 여전히 서울대학교병원만 찾아 줄을 선다.

병원권력화한 서울대학교병원에 대해 의사출신 기자들이 좀 더 날카로운 메스로 비판과 견제를 해야 명실상부한 ‘의료서비스센터’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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