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시대. 청년들이 참 살기 힘든 시대이다. 대출에 생활비에 결혼, 출산, 직장까지... 그냥 놔둬도 미쳐버릴 것 같은데, 우리 사회 속 ‘순siri’ 같은 괴물들의 존재는 벼룩의 간도 모자라 대장 췌장까지 다 갉아먹으려는 것 아닌가싶어 뼛속 깊이 패배의식마저 느껴진다.

참 특이한 것은, 정작 노오오오력이 뭔지도 모르는 그들이 아직도 청년들을 향해 노오오오력이 부족하다며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자리를 만들라고 뽑아놓은 지도자가 중동지역의 청년 아웃소싱을 주장했을 정도이니 이 정도면 대한민국 청년들을 무시하다 못해 누군가 표현했던 ‘개 돼지’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영하 5도의 날씨,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겠다며 새벽 5시부터 공무원학원 앞에서 담요하나로 몸을 녹이며 책을 펼쳐들고 있는 그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노오오오오력을 하라고? 죽고 싶냐 진짜.

어렸을 적 나는 정주영 회장을 존경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분. 누구나 안 된다고 얘기할 때 할 수 있다며 기적을 일궈내신 분. 대한민국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위대한 어르신인 것을 크게 반박할 이는 없을 것이라 본다. 그 정도 되시는 분이 노오오오오력 얘기하면 진짜 터놓고 다 받아들일 것 같다. ‘이봐 해봤어?’라며 일침을 놓으실 때 ‘어이구 안해봤습니다 한 번 해보고 얘기하겠습니다..’ 라며 가슴 깊이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너무 많이 화두가 되어 거론조차 무의미한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그 분은 과연 진짜 아픈 청춘들의 삶이 어떤지 알고는 계신 것일까.

나는 현재 기업인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아닌 진짜 주식회사를 설립한 대표이사이다. 우리 집은 기초수급자 직전까지 갔었던 극빈층이었다. 나는 실제로 정규 대학도 등록금을 낼 돈이 없어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가난한 것이 너무 싫어 어렸을 적부터 대우자동차에서 자동차 영업을 했다. 아침 7시에 출근하여 새벽 2시까지 일했고, 그렇게 몇 달을 일해야 겨우 차 한 대를 팔아 몇 십 만원을 벌 수 있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항상 기쁨에 차 있었다. 내가 택한 길이었고 그 일이 보람된다고 느껴졌었기에. 그때 나는 요행이 아닌 진짜 노력해서 얻는 돈의 가치는 새겨진 가치 그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게 돈은 삶의 윤택하게 해주는 도구이자 열심히 사는 내 인생에 주는 일종의 증명서 같은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자기계발서나 노오오오력을 주장하는 분들이 얘기하는 ‘일을 즐기라’ 라는 조언을 누구보다 잘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한만큼 돌아올 것이라는 내 기대는 일을 6개월쯤 했을 때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다. 회사가 부도가 나 대리점이 축소되어 영업직원들이 직장을 잃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뛰어났던 애사심은 그때쯤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지나 GM대우의 간판이 쉐보레로 바뀔 때 쯤 나는 그곳을 나오게 되었다. 누구보다 일을 즐겼고 노오오오력을 통한 결실을 보람차게 여겼던 내가 왜 그곳을 나와야만 했던 것인가. 나는 분명 성공한 그들이 시키는대로 열심히 노력했는데 말이다. 그 이유는 한참이 지나 5년쯤 지났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 인생의 방향은 내 의지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현시대 청년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청년들이 천편일률적으로 공무원만 준비한다는 사람들께 꼭 얘기하고 싶었다. 내가 아는 50대에 접어든 지자체 공무원은 당시 할게 없어서 공무원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경찰간부 출신의 어르신도 경찰이 멋있어 보여서 하고 싶었다고 한다. 분명 하고 싶으면 도전하여 이룰 수 있는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2016년 행정직 공무원 경쟁률이 30대1에 육박한다고 한다. 같은 ‘공무원’이지만 진입장벽의 높이 자체가 다르다. 만약 위에 언급했던 50대 지자체 공무원이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실패한 사람을 보고 ‘노력이 부족했어’ 라고 얘기한다면 과연 그 얘기는 합당한 얘기인 것일까?

물론 걔 중에는 해보지도 않고 시대 탓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청년단체를 설립하여 1년여간 활동을 하며 만난 청년들 중엔 아무 비전도 미래도 없이 바로 앞만 보고 달리는 청년들도 상당 수 있었다. 그들에게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부 받아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의 청년들이 의욕이 없고 인생에 노력이 부족해서, 또는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눈만 높아져서 취업난이 이토록 심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대학을 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은 누구인가? 대학에서 전공을 살리지 못하면 사회 패배자가 되는 것처럼 가르치도록 만든 것은 누구인가? 나는 결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간의 갈등을 조장하고자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동시대를 살아가는 양 쪽 세대간의 조화가 일어나야 경제가 살아나고 내가 하는 사업에 더욱 많은 수익이 생겨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편이다.

다만,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프레임과도 비슷한 논점에서 어느 한쪽의 잘못만으로 상황을 몰고 간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나는 돈과 인맥없이 저신용자 햇살론 800만원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도 2억 가까이 되는 빚을 지고 있고, 나는 물러날 곳이 없어 사업을 선택한 배수진 형 사업가이다.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고 지금도 한 번 미끄러지면 내 가정 자체가 파탄날 것이라는 생각에 목 앞에 칼날을 세워놓고 있는 것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다. 가장 힘 빠질 때는 사업이 잘 안돼 매출이 줄었을 때보다 사업가 모임을 갔다가 나보다 훨씬 가진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부모님 또는 친척들의 좋은 인맥을 통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들을 보게 될 때이다. 물론 그들 또한 내가 모르는 나보다 더 한 노력을 했을 수 있겠지만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과 비빌 언덕을 뒤에 두고 일하는 사람을 비교했을때의 절실함을 따지자면 내가 결코 그들에 비해 ‘노오오오오오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라는 말에 동의한다. 아직 한참 젊은 나이인 나조차 어렸을 적 열심히 일했던 경험들이 사업을 하며 너무나 많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노오오오오력 하다보면 성공과 가까워질 것이라며... 무언가 하다가 안 될 때는 노오오오오력이 부족한 탓이라며.. 모든 것을 청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아주 정상적인 기회의 땅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그들을 조롱하는 듯한 세태는 근절되어야 한다. 그들이 봤을 때 흠 잡지 못 할 수준으로 지난 3년간 미친 듯이 노오오오력해 온 한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겠다.

진심으로 청년들을 위하신다면 차이의 다름을 인정해주시는 ‘노오오오오오력’부터 다해주시길.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http://change2020.org/) 에서 이와 관련한 카드뉴스를 미디어오늘에 보내왔습니다. 바꿈은 사회진보의제들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고 시민단체들 사이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2015년 7월에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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