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디어 업계 최대 이슈였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도 최순실과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연관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SBS 등 언론의 ‘반대 보도’도 심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공판에서 인민호 공정거래위원회 과장을 비롯한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계획이었지만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부정적 입장을 밝혀 합병이 무산됐다.

공정위 소속으로 당시 청와대에 파견 근무를 했던 인민호 과장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통령이 합병에 우려를 나타낸다’라고 말했다”면서 “청와대가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불러 이러한 상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 ⓒ민중의소리
▲ ⓒ민중의소리

청와대는 2015년 12월28일, 2016년 2월22일, 3월18일 등 3차례에 걸쳐 합병 관련 보고서를 받았다. 공정위가 독립적인 위원회로서 기업결합 심사를 하는 게 아니라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하고 사실상 ‘오더’를 받았다는 점에서 심사 자체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앞서 SK텔레콤은 2015년 11월 CJ헬로비전과 인수합병 계획을 밝혔고 공정위가 심사에 착수했다. IPTV인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은 별개의 사업자로 출발했지만 사실상 같은 시장으로 통합되는 추세 속에서 시장경쟁을 제한하는지 여부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초 언론과 업계는 알뜰폰 사업 매각, 요금인상 금지 등을 조건으로 ‘조건부 인수합병’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공정위는 몇 차례 발표를 연기한 끝에 ‘합병 불허’결정을 내렸다.

당시 시장의 경쟁을 케이블 기준인 권역별(전국을 78개로 나눈 사업 획정방식)로 보느냐, IPTV 기준인 전국으로 보느냐가 최대 쟁점이었는데 공정위는 권역별 기준을 적용해 SK와 CJ의 합산 점유율이 1등인 지역이 21곳에 이른다고 판단하며 불허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권역은 CJ헬로비전과 같은 MSO(복합유선방송사업자, SO 간 합병으로 만들어진 거대SO)와 전국사업을 하는 IPTV가 나오기 전의 기준으로 시장 획정 기준으로 적용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게 SK측 입장이었다. 논란이 많았던 권역별 기준 적용은 사실상 청와대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근거였던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재판에서 밝혀내야 할 ‘핵심’은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인수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낸 이유다. 심사가 진행 중이던 시기 안종범 전 수석은 SK그룹에 미르K재단에 추가로 89억 원을 출연할 것을 요구했고, SK그룹은 거절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재단출연 거부’와 인수합병 불허 결정이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 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 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해 공정위가 심사 결과발표를 4.13 총선 이후로 늦춘 배경에는 언론이 있었다는 증언도 주목할만 하다. 

인민호 과장은 “언론사의 반대가 심했고 이해관계인의 이혜관계가 얽혀있었는데 (청와대가) 총선에 나쁜 영향 미칠 우려를 해 일정을 조정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인수합병에 따라 직간접적 피해가 예상되는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는데 이들 언론이 총선 때 여당에 불리한 보도를 내보낼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방송 관련 정책이나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 당사자인 언론의 보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SBS는 지난해 3월9일부터 5월2일까지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CJ헬로비전을 비판하는 기사를 23건 내보냈다. 인수합병에 따른 시장의 부정적인 영향 뿐 아니라 SK브로드밴드의 동영상 서비스가 ‘야한 방송’을 추천한다는 등 공교롭게도 이 시기 인수합병 대상 사업자의 다양한 서비스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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