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가 최근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에 최종 선정된 참여자들의 지원동기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는 ‘취직’으로 나타났다. 상위 키워드인 ‘준비’와 함께 ‘부족’, ‘죄송’, ‘불안’, ‘걱정’이 연결돼, 취직을 위한 준비 부족에 내몰려 불안해하는 청년들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는 29일 데이터 분석업체 아르스 프락시아와 함께 올해 서울시의 청년수당 참여 대상 청년들의 지원동기를 키워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는 청년수당 참여대상으로 선정된 5000명 중 300명을 층화표본추출방식으로 표집해 이들이 신청 당시 제출했던 지원동기를 분석한 것이다.

▲ 출처=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 출처=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분석 결과 올해 서울시의 청년수당 참여 대상 청년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지원동기는 ‘취직(360번)’이었다. 이어 많이 언급한 키워드로는 △공부 △준비 △생각 등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지원동기의 키워드 간 네트워크망 분석결과를 ‘준비’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청년들의 삶이 더욱 ‘절박한‘ 키워드로 펼쳐져 나온다. ‘준비’라는 단어는 300명의 지원동기 속에서 △자격증 △공부 △과정 △도움 △마음 △부족 △취직 △미래 등의 단어들과 논리적인 관계를 맺었다.

청년들이 취업준비의 가장 큰 어려움을 느꼈다며 언급한 ‘부족’이라는 단어는 주로 ‘노력’, ‘비용’, ‘생활비’라는 단어들과 논리적인 연관성을 보였다. ‘미래’라는 단어는 주로 ‘불안’과 ‘걱정’이라는 단어와 연관성을 보였고 ‘마음’이라는 단어는 ‘죄송’이라는 단어와 연관을 맺었다.

▲ 출처=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 출처=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청년활동지원센터 측은 이러한 분석 결과에 대해 “청년수당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은 준비 부족의 이유로 ‘노력’과 ‘생활비’를 언급했으며, 자신들의 미래에서 ‘불안’과 ‘걱정’을 얘기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안정적이지 못한 경제적 여건에서 오는 불안과 결핍에 상시적으로 노출돼있다”고 분석했다.

단어 간 논리적 관계의 흐름을 나타내는 그룹 네트워크망 분석을 통해 ‘시간’과 ‘부모님’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청년들이 언급한 ‘시간’이라는 단어는 대체로 ‘부모님’이라는 단어에 논리적으로 선행해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청년들이 언급한 ‘부모님’은 이어 ‘부담’, ‘어려움’, ‘죄송’ 등의 단어들과 연결됐다.

이로 미뤄볼 때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로 취업을 준비할 ‘시간’이 없고, 결국 부담은 ‘부모님’에게 연결되며 이로 인한 부담감과 불안함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청년 수당을 통해 개인이 아르바이트 노동으로 인한 시간 소비를 줄이게 되면 청년들의 부모 세대를 포함한 가구 전체의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에 지원한 청년들이 밝힌 지원동기를 살펴보면, 주로 청년들이 제시한 '시간'이라는 단어는 '부모님'이라는 단어보다 논리적으로 선행하는 흐름을 보였다.  출처=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에 지원한 청년들이 밝힌 지원동기를 살펴보면, 주로 청년들이 제시한 '시간'이라는 단어는 '부모님'이라는 단어보다 논리적으로 선행하는 흐름을 보였다. 출처=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기현주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센터장은 “참여 청년들의 지원동기를 살펴보니 졸업 이후 사회로 진입하는 이행기 청년들이 처한 절망적 사회 현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에 이어 청년수당이 니트 상태 장기화와 고착화를 예방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청년들의 삶에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삶 포괄적 지원정책 필요”

서울시 청년수당은 청년기 우선 과업인 ‘진로’의 이행을 돕기 위해 수당 지급과 동시에 진로탐색, 정서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중위소득 150% 이하인 서울 거주 청년 5000명을 선정해 매월 50만원 씩 최장 6개월까지 지원한다. 서울시는 지난 22일 최종 참여자 5000명을 선정했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간의 갈등으로 비화됐다. 서울시 뿐만아니라 성남시 등의 청년수당은 정부와 협의가 없다는 이유로 지방교부세 지급이 중단되면서 정부와 전국 지자체 간 ‘밀당’이 벌어졌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구직활동을 벗어난 개인활동에까지 무분별하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단 정권이 바뀌었고 올해 사업까지는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었지만 관건은 내년 사업부터다. 정부의 청년대책은 여전히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청년들에게 구직을 촉진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추가경정예산안 등에도 청년을 위한 정책은 ‘청년구직촉진수당’으로 대표되는 모양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지난 9일 서울시가 주최한 청년 정책 토론회에서 “청년실업만을 콕 집어 해결하기 위한 독립적인 해법은 애당초 존재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청년실업 문제의 경우 경제위기와 산업구조의 재편, 노동시장의 특성, 인구구조와 가족공동체의 변화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청년세대는 일자리나 직업에 대한 관점이 기성세대와는 다르다는 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청년 문제 해법으로 단기적인 고용률 등의 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부작용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교육기관 평가에도 수치화된 취업률이 반영되면서 무리하게 취업률만을 늘리려다 종종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무방비하게 저임금 노동에 내몰리는 결과를 낳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때문에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당장의 실적을 요구하는 것보다 폭넓게 청년들의 삶을 지원할 수 있는 관점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민수 위원장은 “노동시장의 상황조건과 청년층의 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고용창출 대책은 부작용을 낳는다”며 “현행 제도의 취업률이라는 성과지표 속에서는 정책대상 청년의 ‘안정된 소득을 기반으로 한 노동시장에서의 안착 여부나 충분한 진로모색의 기회보장, 안전하고 체계적인 교육훈련 같은 이슈가 부차적인 문제로 다뤄지기 쉽다”고 짚었다.

전효관 서울특별시 서울혁신기획관은 인류학자 제임스 퍼거슨의 저서를 인용해 “이 시대에 어떤 인간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실업자 어부를 양산하거나 기껏해야 이미 경쟁이 포화상태인 분야에 뜨내기 한 명을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가장 필요한 것은 풍성한 수확을 자기 몫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히 나눠줄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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