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신은미·황선의 전국 순회 통일토크콘서트를 ‘종북콘서트’라고 조롱하면서 제작자 허락 없이 영상을 무단사용 한 종편과 지상파 방송에 대해 대법원이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재판장 김소영, 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지난 15일 주권방송의 신은미·황선 콘서트 영상 등의 무단 사용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 사건 상고심에서 MBC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MBC)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상고인들이 부담한다”며 “원심판결을 이 사건에 비춰 살펴보았으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심리불속행)에 해당하여 이유가 없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심리불속행은 원심 판결에 헌법 또는 법률의 부당한 해석이나 판단을 하거나 대법원 판례와 상반된 해석을 하는 등의 사유가 없는 경우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기각하는 제도이다. 재판부는 전원일치로 이같이 판결했다.

MBC는 지난 1월26일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한규현 부장판사)가 내린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됨에 따라 주권방송에 1940만원(1심, 2심 배상액의 합)과 이자까지 합산해 배상해야 한다. 이밖에 항소심 재판부는 TV조선에 4170만 원을, 채널A는 3030만 원, 매일방송(MBN)은 2730만 원을 각각 주권방송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들 방송은 상고하지 않고 끝냈으나 MBC만 불복해 대법원까지 가져간 끝에 패소한 것이다.

또한 1심에서 패소가 확정됐던 연합뉴스TV의 경우 배상액이 710만 원이었고, YTN은 항소심에서 조정합의를 통해 500만 원으로 배상액이 확정됐다. KBS는 1심 재판에서 정당한 영상의 사용을 한 것으로 인정돼 기각 판결을 받았고, JTBC는 재판에 오기 전에 배상액 60만 원에 합의했다. 재판부의 배상 판결액수와 이자(연 15%)까지 포함하면 이들 방송이 주권방송에 지급할 배상액은 모두 1억4000여만 원에 달할 전망이다.

▲ 지난 2014년 12월9일 대구에서 열린 신은미(오른쪽)-황선의 통일토크콘서트 영상. 사진=주권방송
▲ 지난 2014년 12월9일 대구에서 열린 신은미(오른쪽)-황선의 통일토크콘서트 영상. 사진=주권방송
▲ 지난 2014년 12월9일 대구에서 열린 신은미(오른쪽)-황선의 통일토크콘서트 영상. 사진=주권방송
▲ 지난 2014년 12월9일 대구에서 열린 신은미(오른쪽)-황선의 통일토크콘서트 영상. 사진=주권방송
작은 규모의 인터넷방송 영상을 큰 방송사들이 무단으로 가져다 썼다가 이렇게까지 배상한 일은 언론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권방송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정당한 범위를 넘어선 기준에 대해 신은미 황선 등의 발언 내용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주권방송 영상물을 과다하게 인용한 점을 들었다. 또한 출처를 삭제한 행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타인의 저작물을 마치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속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권오혁 주권방송 대표는 2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거대언론사가 작은 언론사 콘텐츠를 무단 사용하는 횡포에 제동을 건 의미가 있다”며 “중소언론매체 콘텐츠도 거대미디어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권 대표는 “국내 영상저작권 판례가 거의 없고, 기준도 모호했으나 이번 판결로 일정한 판단 기준이 됐다”며 “그동안 1인 매체나 중소형 매체는 영상을 무단 사용당해도 재판할 엄두도 못 냈다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종편의 일부 변호인들은 해당 영상을 국가보안법 수사 대상자가 들어있는 이적표현물이므로 저작권이 없다는 검찰의 주장을 인용했다가 알권리를 위한 정당한 인용이라고 주장해왔다고 권 대표는 전했다.

▲ 권오혁 주권방송 대표. 사진=주권방송 영상 갈무리
▲ 권오혁 주권방송 대표. 사진=주권방송 영상 갈무리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