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은 피드백 메커니즘, 분노가 아니라 참여를 끌어내라”
“저널리즘은 피드백 메커니즘, 분노가 아니라 참여를 끌어내라”
[인터뷰] 데이빗 본스타인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CEO “해법 없는 비판은 오히려 해악”

문제가 문제다.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고 부정과 부패를 폭로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지만 여기에서 그치면 세상이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 부정적인 뉴스는 무관심과 공포, 불신을 낳고 뉴스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보도는 넘쳐나지만 정작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빈부 격차와 인구 고령화는 정치가 풀 문제일까. 대부분 국민은 체념하거나 분노하고 포기한다. 생리대가 없어서 신발 깔창을 쓴다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는 어떨까. 문제는 있지만 해법은 없는 보도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비명을 지르지만 해법은 속삭입니다. 그래서 간과하기 쉽죠(Because the problems scream, but the solutions whisper, we often overlook them).”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의 최고경영자 데이빗 본스타인이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한 말이다.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센터에서 열린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 총회에서 유일하게 기립 박수를 받은 발표자는 울릭 하게룹 컨스트럭티브인스티튜트 창업자였다. 하게룹은 “저널리즘은 사회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피드백 메커니즘(feedback mechanism to help society selfcorrect)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이 문제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아직 한국에서는 낯선 개념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언론의 사명이고 존재 이유라는 통념과도 사뭇 다르다. 미디어오늘은 INMA 총회 폐막 이후 지난달 26일 미국 뉴욕 맨해튼 28번가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본스타인을 인터뷰했다. 이 자리에는 아쇼카한국 이혜영 대표와 정장환 이사가 배석했다.

▲ 데이빗 본스타인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대표. 사진=이정환 편집인.
▲ 데이빗 본스타인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대표. 사진=이정환 편집인.



- 저널리스트는 누구나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걸 쓰고 있다고 믿는다. 기자라면 누구나 해법을 고민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이란 건 일반적인 저널리즘과 어떻게 다른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역할과 책임에 당연히 동의한다. 저널리즘이 사회에 기여하려면 두 종류의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부정부패와 스캔들, 위험요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될 것이고 둘째는 더 나은 세상으로 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과 해법이 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기회와 해법에 대해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이다.”

- 여전히 잘 이해가 안 된다. 솔루션 저널리즘이란 사회 혁신 운동과 저널리즘의 결합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언론이 좀 더 주도적으로 사회 혁신에 참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저널리스트들은 감시와 비판을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권력과 맞서 싸우는 기자들이 나쁜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고 부패한 대통령을 물러나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우리는 저널리스트들이 계속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면서 정작 해결책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무관심하거나 둔감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이건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계속 혼만 내고 잘한 일에 대해서는 칭찬은 전혀 안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이 의료와 교육, 금융 등 정부 공공 부문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사람들이 왜 트럼프을 선택했을까. 좌절했기 때문이다.”

-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해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고 했다. 언론이 해답을 알려줄 수 없다면 사람들의 책임감을 불러 일으키고 행동을 끌어내는 것이 솔루션 저널리즘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그렇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다양한 해법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떤 게 최선인지 언론이 답을 줄 수는 없다. 이를 테면 고등학교 중퇴 비율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지역에 따라 어떤 프로그램은 잘 작동하고 어떤 프로그램들은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여러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떤 특정 솔루션을 지지하거나 이게 최고라고 단정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위험하다. 각각의 장점과 단점, 지역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파이낸스 역시 마찬가지다. 마이크로파이낸스를 25년 동안 취재하고 기사를 썼지만 상황이 계속 달라졌다.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던 솔루션이 시간이 흘러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고 원래 생각한 것처럼 작동하지 않기도 했다. 완벽하게 완성된 솔루션은 있을 수 없다. 노력과 결과가 있고 저널리스트들은 이를 계속 보도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특정 솔루션을 대변하는 것은 위험하다.”

▲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에는 8500여명의 언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에는 8500여명의 언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 결국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과정에 대한 보도라고 보는 게 맞나.
“그렇다.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에 대한 보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러한 접근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실패에서도 배울 부분이 있는데, 이를 테면 500명의 경우에는 통했는데, 100만명의 경우에는 작동하지 않는 수도 있다. 그래서 아주 작은 영역에서만 가능한 사례는 솔루션이라 부르기 적절치 않다. 이를 테면 5개의 학교 또는 5개의 병원에서 어떤 실험이 성공했다면 그곳 사람들은 시스템을 배울 수 있겠지만 단순히 500명을 도왔다고 해서 그게 가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 작은 변화를 기사로 만들고 시행착오로 얻은 경험을 널리 알리면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경험을 나누고 전체 시스템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부정부패와 테러리즘, 범죄, 우리의 신뢰를 저버린 공공 서비스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고발하는 게 저널리스트의 책무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들이 이런 현실에 맞서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야 한다. 이게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다.”

- 솔루션 저널리즘은 기존 저널리즘의 확장인가? 아니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저널리즘인가?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배워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그들 모두가 완벽한 해법에 이르는 건 아니다. 부분적으로 작동할 수도 있고 완전히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배울 점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어떻게 문제를 무시하거나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는지에 대해 알릴 필요도 있지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그룹에도 탐사 보도 전문 기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문제를 찾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르게 접근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대안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 현실에 안주하거나 현실을 정당화하는 변명에 맞설 수 있다.”

-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리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사무국은 모두 21명이 일하고 있다. 우리는 100개 정도의 조직과 함께 일하고 있다. 워크숍과 교육을 진행하고 온라인 디지털 툴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4000명이 넘는 저널리스트를 직접 교육했고 4500명이 넘는 저널리스트들이 우리의 툴을 사용하고 있다. 8500명 정도의 저널리스트들과 교류하고 있다. 우리 사이트에 가입된 저널리스트만 2500명에 이른다.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풍부한 자료와 툴킷, 다양한 취재 아이디어가 소개돼 있다. 우리는 이 툴을 ‘스토리 트레커(story tracker)’라고 부른다. 여기에 세계 350개 언론사에서 만든 2000개 이상의 기사가 링크돼 있다. 관심 주제를 입력하면 관련 기사들을 보여준다. 우리는 제출된 모든 기사를 읽고 과장된 이야기가 아닌지 확인한다. 우리는 ‘CNN 히어로즈(Heroes)’ 같은 프로그램을 솔루션 저널리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솔루션 저널리즘이라고 부르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좀 더 심각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CNN 히어로즈는 명절 휴식용 프로그램이다.”

- 기자가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취재 대상에 개입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교육을 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흉내하지 말라는 것이다. 솔루션이 아니면서 솔루션인 척하는 기사를 말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이라고 하려면 탐사 기자만큼 열심히 일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 기자들은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기자들이다. ‘이것은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다’, ‘또는 아이들을 도웁시다’, 이런 말을 늘어놓는 걸 솔루션 저널리즘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나?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확신하나? 검증된 결과가 있나?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어쩌다 가능한 한 번의 사례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한계는 무엇인지, 비용이 너무 크지는 않은지, 정치적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도 확인을 해야 한다.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누군가에 대해 기사를 쓴다고 생각해 보자. 이게 솔루션 저널리즘이 되려면 엄청난 공부와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와 함께 일하는 저널리스트들의 가장 큰 요청은 어떻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문제를 가볍지 않게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을 해달라는 거다.”

- 여기에 일반 기자들이 포함되어 있는가? 회사에서 허락을 받아서 활동할 수 있는가?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 등등 주류 언론의 기자들도 많다. 우리는 개인보다는 뉴스 조직을 지원한다. 개인을 지원하는 일은 훨씬 더 많은 역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 소셜저널리즘네트워크는 어떻게 운영하나.
“100% 후원으로 운영된다.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과 포드재단, 록펠러재단 등등이 후원하고 있다.”

- 일선 기자들은 솔루션은커녕 당장 터져 나오는 사건과 사고를 쫓아다니기에도 바쁜 게 현실이다.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솔루션 저널리즘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선택을 해야 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으로 전환하면 기사에 대한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독자들의 반응)이 늘어난다.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가 보통 기사 보다 페이지뷰가 100% 더 많고 체류시간이 80% 더 길고 소셜 인게이지먼트가 230%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독자들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전달하고 더 높은 체류시간으로 연결되고 다시 광고로 이어진다. 시애틀타임스의 에듀케이션랩에서 만든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는 모두 알라스카에어라인의 지원으로 제작된다. 기업에게도 좋은 브랜딩 효과라고 판단해 기꺼이 좋은 기사를 지원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언제나 후광 효과(halo effect)를 노리고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원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그냥 좋거나 좋아 보이는 뉴스가 아니다. 심각하지만 사회적인 파급 효과는 훨씬 더 크다. 어제 누가 총에 맞았다는 건 지식이 아니다. 사람들은 신문에 9달러를 투자하지 않지만 대학 교육에는 1만5000달러를 투자한다. 뉴스가 지식이 되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비즈니스 관점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 관점에서 더 나은 제품이다.”

뉴욕=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이사·편집인.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익명 2017-06-19 16:20:03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 복지 캠페인 정도가 기업후원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자발적인 독자후원에 기반한 솔루션 저널리즘은 지난해 한겨레21의 '기본소득 지급' 기획기사가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솔루션 저널리즘 혹은 공공 저널리즘 시도가 더욱 늘어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