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민간인 국정농단’ 사태 주범으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의혹을 제기하지 말고 증거를 대라”며 특검을 거세게 비난했다. 최씨는 삼성의 ‘78억 원 정유라 승마 지원’과 관련해 “특검이 유연이와 삼성을 연결지었다. 우리는 삼성을 원하지도 않았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씨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파면 대통령 박근혜씨의 뇌물 수수 사건 공판에 공범 피고인으로 출석해 “특검이 너무 많은 의혹을 제기하니 몸도 마음도 아픈데 감당하기 너무 힘들다”면서 “우리는 삼성을 원하지도 않았다. 특검은 좀 잘 알아보고 말해달라”고 말했다.

▲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2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2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민중의소리

특검은 정유라씨의 승마지원에 관해 박씨와 최씨 간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13일 박아무개 전 한국마사회 승마감독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유 전 장관 신문이 끝날 무렵 재판부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최씨는 유 전 장관에게 “나는 판정시비를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경찰에 불려가지도 않았다”면서 “그런데 내가 (판정시비를) 했다고 하고 대통령과 연결시킨다. 안민석 의원이 자꾸 그런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2013년 4월 상주에서 열린 전국승마대회가 끝난 후 대한승마협회의 일부 임원과 심판들은 ‘편파 판정’을 이유로 상주경찰서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최씨는 해당 대회에서 딸인 정씨가 준우승을 하자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이용해 내사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체육은 여러 분야에서 파벌 간 심한 분란이 있고 승마협회에도 문제가 있었다. 체육계 문제점은 알고 있었느냐”면서 “문체부에게 감사를 하라고 했는데 제대로 감사를 안한 것 같다. 제대로 감사해서 정확히 내용을 파악했느냐”고 유 전 장관에 되물었다.

최씨는 “안민석 의원을 증인으로 불러서 물어봐라”는 유 전 장관의 답에 “그게 내 소망이다. 안민석 의원이 나오면 이 자리에서 물어볼 것이 너무나도 많다”고 답했다.

특검팀 문지석 검사는 “대통령과 최씨 간 승마지원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일치한 시점은 2013년 4월 경이다. 상주 승마대회를 토대로 드러나게 됐고 이후까지 이어져 그 불똥이 노태강 전 체육국장에게 튀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문 검사는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의 원인이 된 것은 이 대통령과 최씨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서”라며 “13년 4월 경부터 시작됐으며 유 전 장관의 진술은 그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진룡 “한 밤에 공무원 책상 뒤지기, 유신시대에나 나올 법”

이날 박씨 피고인 측은 ‘암행감찰’ 후 노태강 전 체육국장(현 문체부차관 내정자) 사무실에서 발견된 고가의 ‘바둑판’에 대해 ‘뇌물죄’ 혐의까지 제기했다. 유 전 장관은 노 전 국장에 대한 암행감찰이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해 이뤄진 표적 감찰이었다고 맞섰다.

변호인은 문제의 바둑판에 대해 “형법상 뇌물 아니냐”며 “모철민 전 교문수석이 지난 탄핵심판에 나와 수십만 원 이상의 바둑판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내가 1979년부터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지만, 한밤 중에 사무실을 뒤지고 한건 전두환·노태우 시절 때까진 가끔 있었다. 보안사나 안기부(안전기획부), 국정원 그런데서 와서, 뒤지고 하는 일이 가끔 있었다”며 “적어도 민주화가 된 이후로는 그런 식의 감찰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뜻밖에도 밤중에 사무실 와서 뒤지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 반박했다.

유 전 장관은 이어 “다 뒤진 것도 아니고 노태강 전 국장 사무실과 그 주변 몇 개 사무실만 뒤졌다”며 “우리가 봤을 땐 표적감찰이다. 감찰 방법도 대단히 유치하고 치사하다”고 말했다.

“전화 한 적 없다” “현명관 모른다” 사실관계부터 다투는 최순실

최씨는 이날 증인들과 사실관계를 두고 직접 공방전을 벌였다. 박아무개 승마감독은 “유연이 어머니”로부터 “독일로 빨리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최씨 측은 “그런 적 없다”고 반박했다.

박 감독은 2015년 10월 중순 경 김종찬 대한승마협회 전무로부터 ‘삼성전자 후원으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승마선수 훈련을 위한 캠프를 독일에 만들 예정인데 박 감독이 현지 캠프 준비단장을 맡아달라’는 전화연락을 받았다. 박 감독에 따르면 최씨는 10월 하순 한국마사회의 파견 허가를 기다리고 있던 자신에게 ‘독일 행 티켓도 보내고 현명관 마사회 회장도 승인한 것으로 아는데 아직 독일로 출국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며 출국을 종용했다.

‘승인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는 답에 최씨는 10분 후 다시 전화를 걸어 ‘현명관 회장이 출국을 승인했으니 확인하고 출국해달라’고 박 감독에게 말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이에 “녹음이 있느냐”면서 “최서원은 현명관 회장을 모른다. 모르는 사람한테 전화로 연락해 10분 만에 승인을 받는게 가능하냐”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증인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진 재판부가 판단할 것”이라 말했다.

박씨 또한 노태강 전 국장 및 진재수 전 과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한 발언에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박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나쁜 사람이라 말한 기억은 없으나 인사 조치를 하라는 기억은 있다”며 “그것도 노태강 국장, 진재수 과장에 대한 지시가 아니라 체육계 비리 근절 방안을 이행하라고 했는데 이행이 안돼 그런 것이라고 조사에서 밝혔다. 증인 기억이 정확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정유라 쓰던 승마장 “우리 승마장”이라 말한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한편 박 감독은 ‘정유라 승마 훈련 지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가 2015년 정씨가 머물던 ‘비블리스 승마장’을 “우리 승마장”이라고 언급했다고 증언했다.

박 감독은 “독일 하겐에서 승마시합을 끝내고 이틀 뒤에 프랑크푸르트에 가서 황성수와 만났다. 같이 차를 타고 가면서 비블리스 승마장에 대해 물었더니 황 전무가 ‘우리 승마장’이라고 했다”며 “‘산거냐’ 물었더니 ‘빌린 것이고 말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에 “그 분(황성수 전무)이 오버하신 거고, 비블리스가 살만한 게 되지 못한다”며 “특검에서 저를 (뇌물 혐의로) 꿰서 몰고가는데 유연이, 혼자 훈련하게 놔뒀으면 잘 클 애를 삼성이 들어오면서 망가졌다”고 반박했다.

최씨는 “유연이가 모든 (승마선수) 자격을 박탈당한 것을 아느냐”며 “국제대회도 못 나가게 하고 우리나라 선수자격에서도 탈퇴하게 한 건 어디에서 결정하게 한 것이냐”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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