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추가경정 예산안은 단 1원이라도 공공부문 일자리와 연결되게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정책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문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고용 안정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양’과 함께 ‘질’이 보장돼야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시정연설은 부족한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에 방점이 있었던 만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추경예산안은 문 대통령이 공약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도 쓰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를 위한 민생서비스 향상에 기여하지만 부족한 인력에 허덕이는 분야로 소방관과 복지공무원, 근로감독관을 꼽았다. 아울러 보육교사와 노인돌봄서비스, 아동안전지킴이 등 민간이 고용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공부문 정규직보다도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고 근무조건과 처우가 열악한 비정규직 중 가장 규모가 큰 학교 비정규직 지원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안 보인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학교 비정규직 문제 개선에 대한 기대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교 비정규직은 계약 기간이 짧은 직종이 많고 무기계약직부터 시간강사, 간접고용직까지 다양한 비정규직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비정규직법 정비와 일자리 수급 계획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게 교육 관계자들의 요구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말 총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학교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말 총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31일 교육청 차원에선 이례적으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논평을 내고 “정부의 방침을 적극 지지하며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경우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해결에 나설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교육분야 비정규직’ 문제를 선진적인 노사협력과 교육적 관점에서 슬기롭게 풀어가기 위해 노력했으나, 현실 법규의 제약과 예산의 한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비정규직 제로화’와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을 계획성 없이 무분별하게 양산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교육 관련 비정규직 중장기 인력 운영 방안’을 마련해 관리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게 조 교육감의 제안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도 국회에서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한 ‘기간제법’ 개정과 함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정부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종옥 학비노조 정책국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학교 비정규직은 공공부문의 40% 가까이 돼 워낙 규모가 크고 예산이 많이 투여될 것이므로 정부에서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더라도 무기계약직 처우를 어떻게 개선하고 정규직화 할 것인지 임기 내 몇 개년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안이 아직 나온 게 없다”고 말했다.

당장 학교 비정규직 중 스포츠 강사만 하더라도 1년 단위 계약이 아니라 11개월 쪼개기 계약을 하고 있고, 정부 예산 삭감에 따라 채용 인원도 절반 가까이 줄어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돌봄전담사나 방과후 강사 등 지역·직종별 임금 차별과 위탁급식, 시설관리직·미화노동자 등 간접고용 문제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학비노조는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 정책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교육청이 의지만 있다면 지금의 지침으로도 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학비노조는 “기간제법의 무기계약 전환 예외 조항은 강행 규정이 아니어서 교육감의 의지로 얼마든지 무기계약 전환 범위에 넣을 수 있다”며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강사, 체육지도자 업무를 하는 스포츠 강사 등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을 기간제법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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