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지주회사전환이 국제기준? “오히려 그 반대”
삼성생명 지주회사전환이 국제기준? “오히려 그 반대”
'삼성 뇌물 재판' 제26회 공판, 보험시장 감독당국 실무자 증인 출석… '삼성생명 지주회사 전환' 둘러싼 삼성 논리 반박

국내 보험시장을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는 삼성 측 주장을 반박하는 논리를 내놨다. 특검이 지주회사 추진 목적으로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를 지목한 가운데, 삼성 측 반박이 힘을 잃는 대목이다.

박아무개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보험리스크총괄팀장은 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제26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건에 대한 보험시장 감독당국 실무자의 견해를 밝혔다.

박 팀장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시행과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직접적 관계가 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민중의소리

박 팀장은 "삼성생명은 IFRS4에 대비하는 준비 상황에 있는데 현금 3조원이 외부로 나간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새 IFRS 기준에 따라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에서 삼성생명은 이와 반대되는 계획을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보험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이 적용됨에 따라 2021년 1월부터 원가가 아닌 시가를 적용해 부채를 평가해야 한다. 더 정확한 정보를 주주 등 이해관계인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로, 과거 회계상 잡히지 않은 부채가 포함됨에 따라 부채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2016년 국내 보험사들에 다양한 자본확충 계획을 비롯한 대책 수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3조 원'은 삼성생명이 인적분할(주주들이 보유 지분율대로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기업분할) 후 설립될 지주회사에 이전할 현금으로, 향후 금융계열사 지분 매입에 쓰일 예정이었다. 박 팀장은 이 방식이 '지급여력비율(RBC·보험사 재무 건전성 지표의 일종)이 낮아지고 자본 확충에도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 팀장은 삼성생명 측으로부터 이 계획과 관련된 어떠한 언급도 듣지 못했기에 지난 2월 특검 조사를 받을 당시 "진짜 삼성생명에서 현금 3조원을 외부로 빼는 계획을 세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경영권 승계 작업' 흔적 감추기 위한 무리한 주장?

삼성 측은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 자본확충이 더 용이하며 △3조 원 이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미비할 뿐더러 △막대한 부채가 예상됨에 따라 삼성생명이 심각한 상황에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의 이현철 변호사(법무법인 기현)는 "삼성생명은 20조 원이 넘는 부채가 예상됨에 따라 지급여력비율 기준을 넘으려면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했다"면서 "금융지주회사는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차입할 수 있어 삼성생명에 유상증자를 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2015년 말 삼성생명 사업보고서를 제시하며 "이익잉여금이 10조 7천억원이다. 신설법인에 이전할 3조 원은 이 이익잉여금에서 나간다. 이 사실을 아느냐"면서 "자세히 보면 이 내역에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10조 4천억 원이 있고 이는 주주에 배당할 수 있는데 이 사실을 아느냐"고 박 팀장에 물었다.

박 팀장은 "현금이 나가면 회사 가용 자본이 줄어드니 건전성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면서 '보험계약자 보호 문제를 생각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새 회계기준에 따라 예상되는 삼성생명 부채 규모 22조5천억원 수준이었다. 삼성 측은 "삼성생명의 상황이 (타 보험사보다) 훨씬 심각한 것을 아느냐"면서 "삼성생명은 자본 감소 규모가 워낙 커 통상적인 자본확충 방법을 택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법정에서 "(삼성생명은) 부채가 20조 늘어난다 해도 자본이 20조가 넘게 있다. 자본율을 다 깎아먹을 수준이 아니"라면서 "2021년 IFRS 기준을 못 맞추면 상장 폐지 될 수 있지만 그게 아닌 정도라면, 통상적인 유상증자, 채권발행, 주주배당을 줄이고 이익을 내부에 유보하는 등 방법이 많다. 지주회사를 통한 차입도 가능은 하지만 여러 방법 중 '좋다', '나쁘다'를 우리가 판단할 순 없고 그렇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 측의 근거인 지주회사를 통한 차입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자본확충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IFRS4 2단계는 다른 생명보험사에게도 당면과제다. 다른 보험사에서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계획 들어본 적 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증인신문을 진행한 특검 측 문지석 검사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은 IFRS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며 "특검이 보기에 삼성 측 주장은 견강부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증인은 삼성생명이 실제로 가지고 있던 자본 확충 방안이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진술한 것으로 (증인의 진술은) 증거 가치가 없다"면서 "삼성생명은 이 계획을 내부적으로 갖고 있었지만 비밀리에 추진했기 때문에 이사회 등 공식자리에서 말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특검은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건'을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작업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정청탁 사항으로 보고 있다. 삼성 측의 계획대로 집행될 시 이건희 회장의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은 추가 자본 투입 없이 21.76%에서 45.78%로 늘어난다.

금융위는 2016년 2월부터 3월까지 '3조원 이전' 방안에 대한 사회적 비난 등을 고려해 삼성 측 전환계획을 승인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특검은 삼성이 금융지주회사 전환 건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기 때문"이라고 밝혀왔다.

삼성 측은 이 건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은 지배구조 투명화,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을 추진 배경이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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