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경영권 승계 작업이었다”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경영권 승계 작업이었다”
‘삼성 뇌물 재판’ 제24회 공판,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검토한 금융위 사무관 출석… 담당 실무자 “삼성 경영권 승계” 언급

지난해 초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를 검토했던 금융위원회 공무원이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고 다른 실무자들도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청와대, 공정거래위원회 등 ‘삼성 현안’에 연루된 공무원 다수가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총수 일가 경영권 승계’ 지적이 처음 제기된 것이다.

김아무개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사무관은 지난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제24회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결정 없이 진행될 수 없는 것”이라 말하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건은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정청탁으로 특정하는 사안 중 하나다. 특검은 금융위원회가 ‘기존 계획 불수용 의견’을 강력하게 전달했음에도 삼성 측이 원안대로 강행한 점, 2016년 2월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간 독대 후 추진 속도가 달라진 점 등을 주요 쟁점으로 꼽고 있다. 독대 관련 대통령 지시사항을 기록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업무수첩 2016년 2월15일자엔 ‘금융지주회사’가 명시돼있다.

삼성 측은 2016년 1월 중순 금융위원회에 철저한 보안 유지를 요청하며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계획에 대한 검토를 의뢰했다. 한 달 여 간 검토후 김 사무관은 2월14일 ‘원안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금융위는 2월16일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고 이 무렵 삼성 측에도 전달했다.

이후 3월 동안 삼성은 추진을 강행했고 금융위는 거듭 ‘수용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정은보 부위원장은 3월13일에, 임종룡 위원장은 3월20일에 안종범 전 수석에게 ‘불가 방침’을 재차 보고했다. 삼성생명 측은 4월 초중순경 전환계획 보류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실무자들과 만나 ‘4월15일 열릴 이사회에서 계획을 공표할 것’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강해 어쩔 수 없다’며 강행 계획을 알렸다.

이와 관련 김 사무관은 ‘피인가권자가 인가권자 결정을 무시하고 추진한 게 이례적이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일반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김 사무관은 “인가권자인 금융위원장이나 실무자인 나도 권한행사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되는데, 내용(삼성 입장)을 보면 금융위가 제기한 쟁점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로선 당연히 법률상 요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을 때 그런 부분을 미리 해소하겠다거나 이런 대응을 원했는데 없어서 안타까웠다. ‘나중에 보완하자’ 이건 인가권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말했다. 삼성 측이 금융위의 ‘원안 수용 불가’ 통보에 아무 답을 내놓지 않다가 한 달 여 후 갑자기 ‘이사회 날짜’를 잡은 것에 대한 평가다.

김 사무관은 ‘이사회 개최 강행’ 자체가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평가했다. 그는 “지주회사 전환은 지주 중심으로 그룹 소유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대주주 의사 확인 없이, 의지 확인 없이 금융위에 의견을 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사회 개최는 대외 공표날 정한 것으로 금융위가 심각히 받아들일 상황이다. 이 부회장을 통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공표안했을 것”이라 말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민중의소리

김 사무관은 “이사회 날짜를 받았다는 것으로 이미 끝난 일”이라고도 말했다.

김 사무관은 3월 들어 강행 의지를 보인 삼성생명 측에 대해 “처음엔 금융위의 의견 구하는 형태였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며 검토가 아니라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로 바뀌었다”며 ‘2월 이후로 태도가 변한 것이냐’는 특검 측 질문에 “그렇다. 이사회 날짜 등을 통보해주며 추진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고 그와 관련해 여론 추이를 보면서 할 것이라 말했다”고 답했다.

그는 “삼성이 원안대로 갈거면서 뭐하러 물어봤는지 회의감을 가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성 계획안, ‘이재용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 떠올리게 해

김 사무관은 금융지주회사 건을 검토한 실무자로서 해당 현안을 ‘삼성 대주주 일가 경영권 승계’ 작업으로 이해했다고 지적했다.

삼성 측은 삼성생명 자산·현금 11조원을 신설법인(금융지주회사)에 이전하는 인적분할 방식을 계획했다. 11조 원은 삼성생명의 비금융계열사 지분 5.9조원, 지분 10.2%에 해당하는 자사주 2.1조 원, 현금 3조 원으로 구성됐다.

김 사무관의 증언을 종합하면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은 특징적인 자사주 매입 추이를 보였다. 삼성생명은 2016년 1월 말 자사주 매입을 공시하고 매입을 시작해 10.2%(2.1조 원 상당) 지분을 확보했다. 삼성 측이 ‘현물출자’ 방식을 예정한 삼성생명 대주주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20.76%과 합하면 금융지주회사의 삼성생명 지분은 30.9%가 된다. 30%는 금융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상장법인)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한 최소 지분율이다.

‘지분 30%’ 맞추기는 다른 계열사에서도 발견됐다. 삼성증권의 경우, 삼성생명은 2016년 8월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주식 8%를 매입, 11월엔 삼성증권 자사주 10.94%를 매입해 지분율 30%를 넘겼다. 삼성생명은 당시 삼성화재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화재 자사주 지분율은 15.9%로, 둘을 더하면 지분율은 30%를 넘는다. 금융지주회사는 이전된 현금 3조원으로 이같은 지분을 사들일 예정이었다.

김 사무관은 이와 관련해 보고서에 ‘대주주 추가적 자금 투입 없이 지배력이 강화된다’고 썼다. 이른바 ‘인적 분할의 마술’, ‘자사주의 마법’이라 불리는 효과를 지적한 대목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만 현물 출자해 금융지주회사 45.78%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계약자 보험금으로 총수 지배력 강화? "대책마련에 성의를 보여야 할 게 아니냐"

김 사무관은 ‘현금 3조원’에 대해서도 “당시 금융위 내부에선 ‘삼성 측에서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다”고 밝혔다. 투자자 보호 대책없이 3조원을 이전하게 될 경우 삼성생명의 유배당 계약자 보호능력이 떨어지게 돼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 검토 보고서는 보험계약자 현금을 직접 계열사에 지원하는 것은 계약자 권익에 반한다는 취지로 보험업법상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보험료를 총수 일가 그룹 지배력 강화에 사용한다는 사회적 비난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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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측 변호인은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대비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김 사무관에 “2단계 도입시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한데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금융지주가 자본을 차입할 수 있고, 다른 자회사의 배당을 받을 수 있는 등 재원을 마련해 삼성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아느냐”고 질의했다.

김 사무관은 이와 관련 “최고 목적은 캐시 확보인데, 있는 캐시를 저쪽으로 이전시키는 게 IFRS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했다”면서 “자본 확충이 중요한 상황임에도 당시 기사를 보면,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주식을 한다. 현금을 들고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굳이 카드 계열사 주식을 늘리는 지 이해가 안됐다”고 의견을 밝혔다.

변호인 '금융위 태도가 부적절했다' 반론

한편 이날 삼성 측 변호인은 인가권자에 대한 ‘적반하장’식 해석도 보였다. 삼성 측 변호인단 송우철 변호사는 “(해당 논의가) 사전협의긴 하지만 당연히 금융위가 삼성에 제기한 7개 쟁점에 대해 나름대로 결론 내렸고 이런 생각 갖고 있다는 제안을 먼저 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금융위가 이슈 제기를 했는데 삼성에서 아무런 피드백이 없었기 때문에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건 처분청으로서 무책임한 얘기 아니냐”고 변론했다.

송 변호사는 “금융위는 이 과, 저 과에서 의문만 제기하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법률 해석도 극과 극으로 달라진다. 금융위 내부도 의견이 다른데 신청자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지적했다.

김 사무관은 “지금 그렇게 말하면 그럴 듯해 보이지만, 이 사안은 당해 회사뿐 아니라 삼성그룹과 관련된 모든 주주, 채권자에게 영향을 준다”며 “삼성 스스로가 이해당사자를 이해시키고 납득시킬 수 있는 비전을 가지고, 이런(금융위의) 문제제기에 대해 자발적으로 추진 의지를 가지는게 바람직하다. ‘이런 식이 좋다. 저런 식이 좋다’ 하는게 감독당국에게 맞는 형태냐”고 말했다.

증인신문을 진행한 특검 측 김영철 검사는 “피고인들은 지배권 강화와 관련해 이재용 피고인이 대통령에게 청탁할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담당자 및 대부분의 언론은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지배권 강화와 관련있다고 했다.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은 지배권 강화와 관련돼있기에 이 증언으로 부정청탁이 필요했던 동기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이어 “보안에 매우 신경을 쓴 사안인데 2016년 2월15일 독대 내용을 적은 안종범 전 수석 업무수첩에 정확히 기재돼있다”면서 “2월 이후, 승인해줄 수 없다고 했지만 원안대로 강력히 밀어붙여 이사회 날짜를 잡았다. 이런 태도 변화가 독대 시 이 부회장이 부정청탁을 했다는 방증이 아니냐”고 말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증언을 통해서 청와대로부터 어떤 지시나 요청이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건에 대한 공소장을 보면 (금융위가) 이례적으로 사전검토를 했다는데 이런 사안이 드물기 때문에 그런 표현 썼지 사안 성격상 사전 검토는 당연하다. 금융감독원에서 할 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금융위가 삼성에 제시한 자료를 보면 명확한 것이 하나도 없다. ‘3조 원 많으니 문제있을 수 있다’는 정도”라며 “삼성 측은 그 자료를 받아보고 그런 이슈들은 검토 단계에서 협의하면 되겠다 생각한 것”이라 말했다.

변호인단은 ‘경영권 승계 작업’ 지적에 대해서 “이미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은 52% 지분을 확보했는데 이것이 70%로 높아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다른 지주 회사의 경우 지분율이 10~20%에서 30~40%로 높아진 것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삼성 뇌물 재판 제24회 공판은 7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8일 새벽 1시20분 께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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