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에 자유한국당 의원 중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김현아 의원에 대한 비난과 격려가 교차하고 있다. 당과 입장을 달리한 ‘소신’ 의정활동으로 국민에게 지지도 받았지만 당내 ‘외톨이’ 신세가 되면서 현실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김 의원이 이낙연 총리 인준안에 대한 당의 반대 당론에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지 않고 끝까지 남아 ‘나홀로 찬성’ 투표를 하자 자유한국당 내에선 “해당(害黨) 행위자를 중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미 지난 1월 당으로부터 ‘제명’ 다음으로 중징계인 ‘당원권 3년 정지’를 받은 상태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에 대한 국회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이 옛 새누리당에서 나와 만든 바른정당 공식 행사에 김 의원이 참여하고 사회를 맡았다는 등의 이유다.

이후에도 자유한국당 측의 탈당 압박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한 자유한국당 중앙위원회 위원은 지난 5일부터 서울 청담동 김 의원 자택 앞에서 김 의원이 ‘의회주의 파괴자’라며 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는 김 의원을 향해 “활동 정당은 바른정당, 소속 정당은 자유한국당”이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총리 인준안 투표 이후 김 의원 사퇴를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의 항의 전화와 문자도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까지도 김 의원실 보좌진들은 업무를 하기 힘들 정도로 항의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김 의원의 소신 행동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이들도 많지만 김 의원은 심리적 압박감 뿐 아니라 신변의 위협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김세의 MBC 기자의 경우 김 의원을 저격하는 SNS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주로 극우 성향의 누리꾼들이 김 기자의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데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조롱과 욕설이 난무하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이쯤 되면 법적 조치를 해야 하는 게 아닌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김 의원에 대해 “계륵 같은 존재”라고 비난했다. 정 대표는 지난 1일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 전망대’에 출연해 “이미 우리 당적만 갖고 있지 우리 당과 활동을 같이 하고 있는 분이 아니다”면서도 “우리가 당에서 제명해버리면 그대로 저쪽(바른정당)에 가서 하는 법의 미비점이 있다”고 말했다.

▲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현아 의원 페이스북
▲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현아 의원 페이스북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후 탈당파들과 입장을 같이하며 자유한국당에 출당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례대표로 당선됐기 때문에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당에서 제명 조치하면 무소속 의원이 돼 의정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은 이미 지난달 19일 건설·부동산 분야 정책 전문가로 발탁해 비례대표가 된 김 의원의 상임위원회를 현재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로 변경해 달라는 사보임 신청서를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김 의원은 국회사무처로부터 자유한국당의 사보임 신청이 접수됐다는 통보를 받고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전까지 당으로부터 아무런 설명이나 동의 절차가 없어 “정당한 정당의 권한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김 의원의 입장이다. 국회사무처에 제출된 신청서에도 김 의원의 사보임 사유는 적혀 있지 않았다.

김 의원은 “당의 입장과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아울러 ‘묻지마 사보임’까지 당한다면 어떤 국회의원이 소신껏 양심에 따라 자기 의견을 내세울 수 있겠느냐”면서 “자유한국당이 나를 국토교통위에서 강제로 퇴출하려고 하는 것은 헌법과 국회법이 국회의원인 나에게 보장한 권한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 내에선 ‘계륵’ 취급을 받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나머지 당과 상당수 국민은 김 의원의 소신 행보를 지지하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

김세연 바른정당 사무총장은 지난 2일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이 헌법 제46조 제1항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조항에 충실하게 임했다는 이유로 계륵이 된 것”이라며 “정우택 대표는 김현아 의원을 제명하면 의원직을 유지한 채 바른정당으로 가는 법의 미비점이 있다고도 했다. 이는 미비점이 아니라 제명이라는 방법으로 의정활동 지속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취지”라고 반박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 당론에 반대해 이낙연 총리 인준 투표에 참여한 김 의원에게 국민이 칭찬 문자를 많이 보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표창원 의원도 국회 본회의 당일 트위터를 통해 “김현아 의원의 소신을 응원한다”고 격려했다.

김 의원은 1일 총리 인준 투표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상식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본회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이므로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후보자가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몇 달째 국정 공백에 대한 걱정이 커 멈춰있는 정부가 굴러가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시행된 이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힘 빼기’ ‘앙갚음' 식의 낙마 시도가 이뤄져 왔다”면서 “이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나 한 사람의 시도로 악순환을 끊을 수는 없더라도 안 되기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멀리 지방에서, 심지어 해외에서까지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초보 정치인이 국민 여러분이 말해 주신 ‘소신’을 갖춘 정치인이 될 때까지 국민의 상식과 전문가의 소신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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