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위증 혐의로 공정위 전 간부 수사의뢰
특검, 위증 혐의로 공정위 전 간부 수사의뢰
특검, '삼성 특혜' 의혹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 위증 혐의로 수사 의뢰… "매우 중대한 범죄, 강력 대처할 것"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특혜 의혹에 연루된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위증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특검은 5일 김 전 부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피고인 5인이 기소된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제19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 증언을 다수 내놓았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특검이 특정한 김 전 부위원장의 허위 증언은 네 가지다.

김 전 부위원장은 법정에서 2015년 11월17일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과 사전에 만나기로 약속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사진=노컷뉴스
▲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사진=노컷뉴스

김 전 부위원장은 같은 해 11월18일 공정위가 위원장 결재까지 끝낸 삼성물산 주식 '1000만 주 처분안'에 대해 갑작스럽게 재검토를 지시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전날인 11월17일 저녁 자택 인근에서 김종중 전 사장을 만났다. 특검은 김종중 전 사장이 이날 김 전 부위원장에게 공정위가 결정한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 처분안'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석아무개 당시 공정위 사무관은 이보다 5일 전인 11월12일경 장영인 삼성전자 상무로부터 '다음주 화요일 저녁에 김종중 사장과 김학현 면담이 예정돼있고 (공정위의 결정) 통보 연기를 요청할 것'이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석 사무관은 이를 관련 업무 일지에 기록했다.

하지만 김 전 부위원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증언한 것이다. 장 상무 또한 특검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검은 김 전 부위원장이 삼성물산 주식 처분 규모를 재검토한 12월16일 공정위 전원회의 결과를 김 전 사장에게 "알려준 적 없다"고 말한 것도 허위증언으로 보고 있다.

당사자들이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특검은 전후 통화기록, 문자메시지 등의 간접증거로 이를 반박하고 있다.

김 전 부위원장은 12월8일 김 전 사장에게 '현재로선 다음주 16일 전원회의에서 논의할 것 같다'는 보고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김 전 부위원장은 12월16일 전원회의가 종료된 후인 밤 9시20분 경에 김 전 사장에게 전화해 2분8초 간 통화했다.

김 전 부위원장과 김 전 사장은 다음날인 12월17일에 수차례 전화·문자를 주고받았다. 김 전 부위원장은 '내일 직원들이랑 상의해보겠음. 무슨 모순은 없는지 이해관계자인 삼성·현대 의견을 들어보는 중'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고 이에 김 전 사장은 1분 후 '꼭 얘기 들어보기 바람. 땡큐'라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민중의소리

김 전 부위원장은 이후 12월22일 두번째 검토결과인 '900만 주 처분안'을 뒤집고 실무자에게 '500만 주 처분안'을 위원장 선택 사항으로 삽입하라고 수정 지시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지시 직후인 오후 4시50분경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통화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이 통화에 대해 '최 전 비서관에게 공정위 검토보고서 수정 사실을 알려준 적이 없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증언했다. 특검이 특정한 세 번째 허위증언이다.

김 전 부위원장은 법정 증언과 반대로 특검 조사에서는 '9회 연락을 주고 받은 것이 검토 보고서 결재 과정을 알려준 것으로 보이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 같다. 2안(500만 주 처분안을 뜻함) 추가한 것을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최상목 비서관이 2안에 문제가 없냐고 물어와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 전 부위원장과 최 전 비서관은 12월22일 오전 9시 경부터 전화·문자를 9차례 주고 받았다.

"특검 조사 직전에 변호인 접견을 한 적이 없다"는 김 전 부위원장의 증언도 위증 혐의에 포함됐다.

특검은 김 전 부위원장이 처음 특검에 출석한 지난 2월8일, 오전 11시 검사와의 면담을 앞두고 법무법인 광장의 검사장 및 특수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2명과 미리 접견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위원장은 이에 "특검 조사를 받고 나간 다음 봤지 전혀 그 전에 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신문을 한 특검팀 조상원 검사는 황당한 어조로 "없다고요?"라고 재질의했고 김 전 부위원장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조 검사는 증인신문 종료 직전 "증인 김학현은 최상목 전 비서관과의 친분관계로 인해 특검 수사과정에서 '최상목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해달라'고 수차례 말했다"며 "그렇기에 이 법정에서도 최상목 전 비서관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검은 "증인 김학현의 허위 증언은 사건의 중요성 및 신속한 실체진실 발견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매우 중대한 범죄로서 신속히 위증 혐의를 수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특검은 특검 기소 사건의 위증사범에 대해서는 즉시 수사의뢰하여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될 수 있도록 위증범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문제는 당시 삼성그룹의 중요 현안이었다. 삼성그룹은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으로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고리가 형성돼 주식 처분으로 신규 고리를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 지분은 곧 기업 지배력에 직결되는 바, 삼성 측은 처분 규모를 최소화한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 처분안'을 공정위 측에 요구했다.

공정위는 2015년 10월14일 삼성SDI 및 삼성전기가 각각 500만 주 씩 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는 '1000만 주 처분안'을 최종 결정해 삼성 측에 비공식 통보한 바 있다. 이는 2개월 후인 12월21일경 급작스런 재검토 과정을 거쳐 '900만 주'로 변경됐다. 이틀 후 이는 또다시 급변해 '500만 주 처분'으로 최종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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