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났던 홍준표 전 지사가 4일 귀국하며 당권도전 의사를 드러났다.

홍 전 지사는 지난 5월 12일 차남 정현씨 부부가 거주하는 미국 로스엔젤래스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당권에 관심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에 머무르며 페이스북을 통해 친박 의원들을 바퀴벌레로 비유하는 등 목소리를 내면서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홍 전 지사는 이날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직후 "지난번엔 제가 부족한 탓에 여러분의 뜻을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함께 하겠다"고 밝히면서 당권 도전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홍 전 지사는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홍 전 지사는 이번 대선에서 20% 이상 득표하면서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TK 등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면서 대권주자 홍준표의 이름을 각인시키면서 대선 이후 행보도 주목을 받았다. 이날 홍 전 지사의 귀국을 환영하는 지지자들도 대거 나오면서 당권 도전 분위기를 형성했다.

홍 전 지사로 대항마로는 황교안 전 총리와 김황식 전 총리, 김태호 전 최고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홍 전 지사는 친박계를 쇄신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친박계 쪽에서는 계파색이 엷은 후보를 내세워 당권을 공략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는 그동안 미국에 머무르면서 "이제 몇 안 되는 친박이 자유한국당의 물을 다시 흐리게 한다면 당원들이 나서서 그들을 단죄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친박계의 쇄신을 주문했다.

홍 전 지사는 다른 한 축으로는 강경한 대여 투쟁을 예고했다.

홍 전 지사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서 "선진화법에 의하더라도 이들(야당)이 협치를 하면 국회를 운영할 수 있지만 국민들의 심판은 그때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 심판은 내년 지방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자신의 구심점으로 야당의 위세를 보여주고 지지층을 결집시켜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사진=민중의소리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사진=민중의소리

홍 전 지사가 "정치적 지향점이 모호하면 그 정치세력들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면서 "앞으로 자유한국당은 이들 금수저 2세들이나 배신의 정치를 일삼는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길로 가야 한다"고 밝힌 것도 하루빨리 양강 구도를 형성시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홍 전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감사 지시와 윤석열 중앙지검장 인사 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내각 인사 청문회 국면에서 홍 전 지사가 강경하게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홍 전 지사는 자유한국당 구심점이 자신에게 있다고 판단해 대여투쟁에 고삐를 당기면서 스피커를 키우고 자연스레 당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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