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사장에 대한 사내 퇴진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드라마PD들까지 고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KBS 드라마PD들은 2일 성명을 내고 “영향력 및 신뢰도, 채널 선호도의 현기증 나는 추락, 제작 자율성 및 창의적 프로그램 기획력의 실종 등 KBS의 침몰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주장하며 고대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KBS 드라마PD들은 “고대영 사장의 임기가 시작된 후(2015년 11월24일)로 1년6개월 만에 11명의 드라마PD들이 KBS를 떠났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고 조롱당하는 방송사 일원으로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 너무나 부끄럽다”고 주장했다. 이는 고 사장이 국정농단 국면의 보도참사와 함께 제작부문에서도 참사의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다.

▲ 서울 여의도 KBS본관.
▲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서 KBS PD협회는 5월24일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공식 요구했다. KBS PD협회는 “촛불의 심판은 정언유착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흐리고 가로막았던 양대 공영방송을 향하고 있다. 특히 수신료를 받는 KBS가 심판의 정중앙에 있다. 이제 구악의 상징이 되어 버린 KBS는 거센 역사의 질타를 피할 길이 없다”며 고 사장의 사퇴는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KBS제작본부 소속 TV프로덕션4 PD 36명, TV프로덕션3 PD 49명, TV프로덕션5 PD 38명, TV프로덕션1 PD 34명, 방송본부 PD 35명이 차례로 고 사장의 업무지시 거부의사를 밝히며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192명의 PD들은 ‘KBS스페셜’, ‘명견만리’, ‘아침마당’, ‘진품명품’, ‘걸어서 세계 속으로’, ‘6시 내 고향’, ‘세계는 지금’, ‘추적60분’, ‘다큐3일’, ‘생로병사의 비밀’, ‘도전 골든 벨’ 등 다수 교양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KBS본부 소속 라디오PD들도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예능PD직군을 제외한 PD들이 모두 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상황이다. 방송본부 소속 PD들은 “KBS직원들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KBS ‘뉴스9’ 대신 JTBC ‘뉴스룸’을 지켜봐야했다. 우리들은 말할 수 없는 씁쓸함에 감정을 억누르며 무기력을 한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일 현재 KBS기자 429명이 기명성명을 통해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가운데 200여명에 가까운 제작본부 PD들이 업무지시거부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정치적 성명서를 거의 내지 않던 드라마PD들까지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며 고대영 사장의 리더십이 과거 불명예 퇴진한 길환영 사장처럼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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