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0년차 미만 기자 143명이 30일 기명성명을 내고 “지난해 말부터 제19대 대선까지 이어진 이른바 국정농단 정국에서, 그간 KBS가 어렵사리 쌓아온 영향력 1위, 신뢰도 1위의 권위는 무참히 붕괴됐다”며 고대영 KBS사장 이하 간부진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에서 “정지환 통합뉴스룸 국장이 기자협회장에게 던졌다는 그 말,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측근이 맞느냐는 조롱에 가까운 질책은 우리 모두의 부끄러움으로 각인됐다”고 주장한 뒤 KBS기자협회 구성원 89.2%가 정지환 국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사실을 강조하며 “고대영 사장과 정지환 국장 등은 일관되게 소통을 거부했고, 이견을 묵살했으며, 평기자들의 비판을 폭력적으로 짓밟았다. 전례 없는 보도참사를 초래했고, 그 과정에서 첨예한 내부 갈등을 부추겼다”며 즉각 퇴진요구가 정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KBS보도국에선 20년차 이상 기자 71명, 10년차~20년차 미만 기자 215명이 고대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기명 성명을 냈다. 10년차 미만의 젊은 기자들까지 기명성명에 가세하며 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기자들은 모두 429명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기자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에 따라 KBS기자협회도 조만간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성명 전문.

즉각 퇴진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고대영 사장의 즉각 퇴진을 촉구합니다. 정지환 통합뉴스룸 국장을 위시한 보도 책임자들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협회 정상화를 위한 모임'(이하 '정상화')에 참여한 평기자들의 각성도 아울러 촉구합니다.

지난해 말부터 제19대 대선까지 이어진 이른바 ‘국정농단 정국’에서, 그간 KBS가 어렵사리 쌓아온 '영향력 1위, 신뢰도 1위'의 권위는 무참히 붕괴됐습니다. 끊이지 않는 속보 경쟁에서 KBS 뉴스의 존재감은 비참한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보도본부 구성원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뼈아픈 기억이요, 이제는 지울 수 없는 낙인입니다.

평기자를 대표하는 기자협회장의 수차례에 걸친 취재 건의는 매번 묵살됐습니다. 관련된 보도량이 타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부족했다는 사실은 지금도 보도게시판에 상세한 모니터 보고서와 함께 게시돼 있습니다. 정지환 국장이 기자협회장에게 던졌다는 그 말,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측근이 맞느냐는 조롱에 가까운 질책은 우리 모두의 부끄러움으로 각인됐습니다. KBS 기자협회 구성원 89.2%가, 전국기자협회와 전국촬영기자협회의 구성원 94.93%가 정지환 국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연이은 보도참사에 앞선 일련의 사건들도 우리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와 관련된 뉴스해설을 문제 삼아 해당 해설위원을 인사 조치하는가 하면, 이른바 ‘사드 보도지침’을 비판한 기자들을 무더기로 징계위에 회부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보도 개입이 폭로된 뒤에도 침묵을 지켰고, 이를 비판하는 기자를 지역으로 보냈습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평점 논란을 보도하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했고, 이를 거부하는 기자들을 징계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평기자들을 두 집단으로 구분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1년이 훨씬 지났지만 누구도 잊을 수 없는, '정상화'가 그것입니다. 그 선명한 경계는 모두의 일상과 판단, 내면까지 지배했습니다. 이념과 세대를 초월한 동료애마저 둘로 나눴습니다. 그 이전에는 누구도 이런 분열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정상화' 명단만이 아프게, 하지만 뚜렷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분열의 시도에 자발적으로 부응한 평기자들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임기가 보장된 사장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공격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권교체 이후의 시류에 편승한 편 가르기라는 반론도 나옵니다. 왜 여태껏 침묵을 지키다 이제와 핏대를 세우냐는 매서운 타박도 듣습니다. 이는 전부 고 사장 취임 이후 보도본부가 겪은 풍파를 외면한 공격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입니다.

요컨대, 고대영 사장과 정지환 국장 등은 일관되게 소통을 거부했고, 이견을 묵살했으며, 평기자들의 비판을 폭력적으로 짓밟았습니다. 전례 없는 보도참사를 초래했고, 그 과정에서 첨예한 내부 갈등을 부추겼습니다.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이유, 이것으로 부족합니까?

2017. 5. 30

KBS 10년차 미만 기자 143명

김진화, 김영은, 정연욱, 박대기, 김영준, 김소영, 하선아, 윤성욱, 허성권, 정면구, 김도훈, 이대완, 박지성, 강인희, 유진휘, 한성원, 박병준, 김기화, 김지숙, 우정화, 이승철, 정다원, 홍혜림, 윤성구, 최진영, 허용석, 김빛이라, 홍성희, 강나루, 이슬기, 서병립, 고아름, 김수연, 정연우, 최준혁, 신지혜, 윤대민, 최상철, 강욱현, 계현우, 권순두, 김덕훈, 김민준, 김재현, 박민철, 박준영, 박혜진, 사정원, 석혜원, 선상원, 손서영, 신선민, 옥유정, 유성주, 유현우, 유호윤, 윤창희, 이정훈, 이재설, 이재희, 임주현, 정재우, 조용호, 최원석, 황정호, 김가람, 김보람, 류재현, 양창희, 임서영, 이규명, 이연경, 이준석, 정혜미, 주아랑, 조선우, 조연주, 조정아, 차주하, 강나래, 강푸른, 고성호, 김민지, 김민철, 김준원, 김한빈, 김홍희, 박웅, 성용희, 송금한, 신주현, 심규일, 오아영, 오현태, 이대용, 이세연, 이세중, 이정태, 정새배, 진유민, 진희정, 하초희, 허효진, 홍진아, 홍화경, 황경주, 권준용, 김민정, 김범주, 김수연, 김수영, 김채린, 문영규, 박상욱, 윤봄이, 이제우, 이지윤, 이지은, 정유진, 하무림, 한지연, 강병수, 김민혁, 김성수, 김세희, 김소영, 김재현, 김현기, 김형준, 박민경, 박영민, 송락규, 신한비, 양예빈, 오대성, 오승목, 우한솔, 유민철, 이화진, 조형수, 조혜진, 최은진, 한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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