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내각 인선을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인선에 나설 경우 추가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주 일부 내각 인사를 발표하려 했지만 이 총리 후보자 국회 청문회에서 이상 기류가 나타나자 보류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각 부처 장관들의 경우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추가 인사로 야권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청문회 절차가 필요 없는 차관 인사도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당초 지난주 인사를 완료하려 했지만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인사를 발표하면 야권은 자신들을 협치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쉽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 1면 기사
▲ 한국일보 1면 기사
“대통령이 사과해야" VS "비서실장이 이미 사과”

청와대와 여당은 주말 동안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를 중단한 야당 설득에 주력했다. 원칙이 무너진 것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국정의 조속한 안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또 향후 인선 때 ‘생활형 주민등록법 위반’은 새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라는 야당의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고 대통령이 나설 경우 자칫 집권 초 국정운영에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임종석 비서실장이 이미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문 대통령의 ‘결자해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29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후보자 인준 입장을 결정할 방침이지만 대통령 의사 표명 없이 동의하기 어렵다는 기류다. 바른정당도 비슷한 분위기다. 유승민 의원은 구의역 사고 1주기 현장에서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직접 말씀하는 게 맞다”고 촉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5대 비리 관련 인물을 등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깨져가는 작금의 상황을 문 대통령께서 직접 해결하셔야 하다”며 “출범 16일만에 태풍이, 산들바람이 총리 후보자 청문회로 흔들린다”고 썼다. 그간 박 전 대표는 연일 문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낸 바 있다. 

▲ 동아일보 5면 기사
▲ 동아일보 5면 기사
이낙연 인준, 어떻게 돌파할까. 

서울신문에 따르면 일단 청와대는 90%에 육박하는 국정 수행 지지율을 버팀목 삼아 ‘대화와 설득’을 통해 야당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내기로 방침을 정했다. 물론 한국당이 끝내 총리 인준을 거부하더라도 국민의당을 설득해 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 위원은 모두 13명으로 여당인 민주당이 5명, 한국당 5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1명이다. 보고서를 채택하려면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국민의당 2명이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반쪽 총리’ 임명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다.

이에 대해 서울신문은 “예정된 청문회가 줄줄이 파행될 수 있다”면서 “이후 문 대통령이 지명한 내각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적용한다면 내각 구성이 늦어지면서 새 정부가 장기간 공회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국민일보 3면 기사
▲ 국민일보 3면 기사
청와대 검증 시스템 어떻길래

문 대통령이 직접 지명을 발표한 인사들이 위장전입 등 논란이 일자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검증 시스템이 철저히 작동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촉박한 검증시간과 물리적인 인력부족이다. 역대 정부에서 2개월간 가동돼 왔던 대통령인수위원회가 없이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

현재 청와대 인사검증 업무는 1차로 인사수석실이 담당한다. 인사수석실은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주요 인사들에 대한 추천을 받은 뒤 기본적인 신상명세와 기존 언론보도, 정책 능력 등을 종합해 후보군을 추린다. 후보군에 대한 기초 검증 및 내부 논의가 끝나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대통령 재가가 떨어지면 청와대는 인사 대상자 심층 검증에 돌입한다. 

심층 검증은 청와대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맡는다. 이 단계에선 청와대가 인사 검증 대상자로부터 자기 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받아 검찰과 경찰 등 사정 당국과 국세청 등 과세 당국에서 25가지가 넘는 기본 자료에 대해 검증한다. 현재 10명 안팎의 행정관들이 검증 업무로 연일 밤을 새우고 있다고 한다. 

전 정부가 넘겨준 기초 자료가 없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신상 내역이 정리된 기초 자료가 구비돼 있다면 청와대 및 내각 인사에 속도가 붙었겠지만 사실상 백지 상태에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사람들도 다르고, 기록물을 이관돼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야당, 과거 잊고 몽니 부리는 것 구태의연해” 

이에 대한 신문들의 논조는 엇갈렸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야당의 문제 제기를 두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대통령이 첫 인선에서부터 원칙을 어긴 점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하면서도 “야당이 과거 자신들이 한 일은 잊고 청문회 인준에 몽니를 부리는 것은 구태의연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위장전입에 대해 “과거 사례와 똑같이 간주해 이 총리 후보자 인준을 지연하려는 야당의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청와대가 전에 없이 조기에 공직 후보자의 인선에 대해 사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까지 제시했으면 야당은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문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청와대는 선을 긋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유감을 표명하는 것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라며 “공직자 인선 기준은 문 대통령이 직접 밝힌 만큼 대통령이 나서 이해를 구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잘못한 일이 있으면 잘못했다고 하겠다’고 말했다”며 “지금이 바로 그때다. 진정 소통하는 대통령은 코너에 몰렸을 때 국민 앞에서 사과하고 이해를 구할 줄 아는 대통령”이라고 썼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흠결은 과거 정부에서도 자주 발견됐다”면서도 “이번은 대통령의 공약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대통령이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일보는 인사 및 검증에 관한 세부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5면 기사
▲ 조선일보 5면 기사
재계 입장 변호에 나선 조선·동아일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새정부의 재벌개혁을 ‘재벌 때리기’로 규정하며 비판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일자리 챙기는 동시에 재벌 개혁에도 앞장설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 강화할 것”이라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의 발언을 ‘재벌 때리기’ 주요 발언으로 소개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재계에서는 ‘새 정부가 무소불위, 재벌공화국 이라는 과거 정치적 선동 단어까지 동원해 대기업을 몰아붙이고 있다. 검은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는 느낌’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검은 구름 몰려와’는 기사 제목에도 사용됐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정부가 정규직 드라이브를 걸면 재벌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경영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새 정부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면서 “표가 많은 중소기업을 비난할 수 없기 때문에 손 쉬운 재벌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과보호도 한 원인”이라는 경총 부회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정부가 노동계의 요구에 끌려다닌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면서 “정부가 대기업 노조의 문제를 알고도 쓴 소리 한마디 하지 않는 것은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서울신문 사설
▲ 서울신문 사설
삼성그룹, 일자리 1만2790개 줄였다 

반면 서울신문과 한겨레 등은 경총을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정부가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경영자 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총이 반발부터 하고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경총의 반발은 소수 재벌의 심기를 읽으며 ‘총대’를 메고 나선 것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역대 정부에서) 혜택을 받은 대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음에도 막상 그렇게 만들어준 국민의 여망인 일자리 늘리기는 철저히 외면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새정부 일자리 정책은 5년만 피하면 되는 소나기가 아니다. 극소수 재벌만 공감하지 못할 뿐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지난해 삼성전자가 29조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사실을 두고 “그런데도 직원을 3698명 줄였다. 삼성은 그룹 전체로도 가장 많은 1만2790명을 줄였다”면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23%가 채용을 줄어기나 채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6면 기사
▲ 경향신문 6면 기사
자유한국당 의원 27명, 세비 반납할까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해 4·13 총선 때 내놓았던 ‘세비 반납 광고’를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시 김무성 의원 등 40여명은 갑을개혁 등 5대 개혁과제를 이달 말까지 이행하지 못하면 1년치 세비를 국가에 기부 형태로 반납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의원 48명은 ‘대한민국과의 계약’이란 광고를 내고 갑을개혁, 일자리규제개혁, 청년독립, 4050자유학기제 등 과제를 제시한 뒤 “서명일로부터 1년 후인 2017년 5월31일에도 5대 개혁과제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1년치 세비를 국가에 기부 형태로 반납할 것임을 엄숙히 서약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료를 2일 앞둔 29일 현재 5대 과제 이행률은 0%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5월30일 ‘청년기본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발의했지만, 국정농단 사태로 당이 없어지면서 추진 동력은 상실됐다. 나머지 과제에 대해선 법안 발의도 없었던 만큼 서명 의원들은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 

당시 48명 중 20대 의원은 27명으로, 의원 연봉이 1억2000여만원이라면 약속 이행 시 32억원이 넘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하지만 의원들이나 당 모두 책임을 미루고 있다. 한국당 측은 “새누리당은 없어졌다. 계약도 의원 각자가 한 것”이란 입장이다. 해당 의원 측도 경향신문에 “당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 동아일보 6면 기사
▲ 동아일보 6면 기사
청와대 특수활동비, 매달 직원들에게 지급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정지 기간에 청와대에서 사용한 35억 원의 특수활동비가 대부분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직원들에게 사실상 월급처럼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관행은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그 이전 정부부터 지속돼온 것으로 보인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특수활동비 집행 의혹에 대해 동아일보에 “박 전 대통령만 직무정지 상태였을 뿐 청와대 관계자들은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휘를 받아 일했다”며 "당시 직원들에게 매달 지급된 돈을 점검해보니 월급 외에 직급별로 일정 금액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청와대 직원들에게 수당처럼 지급된 특별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는 월 50만∼25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령자는 청와대 직원 대부분이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 말 기준으로 청와대 직원은 465명으로, 이들에게 매달 지급된 특수활동비 등의 예산만 20~30억 수준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청와대에 파견돼 일하고 있는 타 부처 출신 인사도 중앙일보에 “대통령의 지시로 인해 지금까지 월급에서 ‘수당’ 개념으로 이해되던 특수활동비 부분이 사라졌다"며 “직원들의 월급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