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시민사회- 정부 갈라치기

시민사회가 이익을 위해 문재인 정부에 빚을 갚으라고 요구한다? 조선일보가 이틀째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가세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자 ‘우리가 앞장선 촛불 집회로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빚을 갚으라’는 요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조합원들에게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무실에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요구 팩스를 보내도록 독려하고 나선 것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민주노총이 ‘수감 위원장 석방’ ‘노조 파괴 금지법 입법’ ‘최저임금 인상’등 요구조건을 내건 점도 문제 삼으며 “법규에 어긋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요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문 정부 출범에 기여했으니 자기들 몫을 챙겨야겠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 26일 조선일보 사설,.
▲ 26일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같은 논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중앙은 “문 정부 친문단체들 요구에 휘둘리지 말라” 사설에서 “시민들의 요구는 전교조를 합법화하거나 폭력시위를 주도해 사법 처리된 인물의 석방이 결코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도 밝혔던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는 특정 단체의 어쭙잖은 요구에 한눈을 팔 시간이 한순간도 없다”고 밝혔다.

동아는 “‘정권교체 힘 보탰으니 대가 내놔라’ 청구서 들이미는 노동계-시민단체” 기사에서  “정부가 수용이 불가능한 요구도 적지 않아 일자리 창출과 국민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아든 새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들 언론이 예로 든 사례는 ‘일방적이고 무리한 요구’로 보기 힘들다. 한상균 위원장은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이 석방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역시 국제적 상식에 반하는 결정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촛불 국면에서 당연히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이 같은 의제를 두고 크게 대립을 하지도 않았다.

▲ 26일 중앙일보 사설.
▲ 26일 중앙일보 사설.

무엇보다 시민사회가 정치권에 ‘요구’를 하는 것이 정부에 큰 피해가 되는 것처럼 묘사하는 건 시민사회와 정부를 ‘갈라치기’하는 보도태도다. 시민사회는 정부에 정책개선을 압박하는 게 본연의 역할인데 이를 막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참여정부 때 시민사회의 요구를 들어준 탓에 정부가 실패했다는 사례까지 끌고 나왔지만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실과 다르다.

조선은 사설에서 ‘천성산 터널 공사’ 반대운동에 참여정부가 ‘공사 중단’을 약속한 점을 대표적인 전례로 지적하며 “공사 반대 이유가 엉터리였고 공사 중단 때문에 우리 사회가 공연히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당시가) 노무현 정부의 첫 시험대였고 그 시험대 통과에 실패했다”면서 “목소리 큰 극렬 세력의 무리하고 불합리한 요구를 들어주다 국민의 신임을 잃는 사태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엉터리 이유 때문에 천성산 공사가 중단돼 막다른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은 터널 공사 당시부터 공사가 1년 동안 중단돼 몇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생겼고, 터널 공사는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을 해왔으나 이미 두차례에 걸쳐 ‘정정보도’를 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2009년 정정보도에서 “천성산 터널공사가 중단된 기간은 1년이 아니라 6개월이며 직접적인 공사 관련 손실은 145억 원으로 밝혀진 바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자연습지에 영향이 없다고 하였으나 지하수 유출현상이 여러차례 있었음이 확인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대 논리가 엉터리 이유도 아니고 피해가 이들 신문이 말하는 것처럼 크지도 않았던 진실을 또 다시 외면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인권위 강화’ 추진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강화’를 추진한다. 

문 대통령은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던 인권위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정례화하고 △국가기관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고 △국가기관과 기관장 평가 항목의 하나로 인권위 권고 수용률 도입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인권위 권고의 주된 내용은 받아들이지 않고 부가적인 것만 수용하는 ‘일부 수용’행태는 사실상 ‘권고 불수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 ‘무늬만 수용’ 행태를 근절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인권위의 정책·제도개선 권고에 대한 기관의 일부 수용 비율은 37.5%에 달했다.

조중동은 관련 기사의 비중이 크지 않았으나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명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이뤄진 인권위의 퇴행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경향신문은 “위상 회복은 인권대통령 문재인 정체성과 직결” “인권위도 인권도 후퇴 국제망신” “권력 눈치만 보다 인권침해에 눈 감고 입 닫아온 9년”을, 한겨레는 “박근혜 법무부 수감자 의료조처 개선 인권위 권고도 불수용” “현병철 등 반인권 인사들이 장악 인권위 10년 암흑의 역사” 등을 통해 문제를 조명했다.

서울신문, 경향신문, 한국일보,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인권위 강화’를 지지하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실질적 활동을 강화하려면, 인력과 예산 확대를 통해 조직 정비와 확충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축소된 인력을 원상 회복하고 더 확대할 필요성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인권위가 정권의 성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인권 감시 개선 활동에 주력할 수 있는 기구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26일 경향신문 보도.
▲ 26일 경향신문 보도.

이낙연 후보자 청문회 결과는?

이틀에 걸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임명동의가 가결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청문회 최대 쟁점은 이 후보자가 2011~2013년 대한노인회 간부 나아무개씨로부터 500만원씩 총 1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는데, 이때 노인회를 법정기부금 단체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두 차례 대표발의했다는 사실이다. 돈을 받고 입법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나씨는 고등학교, 고향 초등학교 후배”라고 밝히며 “2000년 국회의원 첫 당선 때부터 매달 10만 원씩 후원해 온 정기후원자”라고 말했다. 그런데 특정 시기 후원금이 증액된 이유에 대해 묻자 이 후보자는 선거기간이라 그럴 수 있다며 “의원 하면서 장사를 했겠느냐. 설마 엿 바꿔 먹기야 했겠느냐”고 반발했다.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1989년 이 후보자 부인이 강남 논현동으로 주소지를 옮겼는데, 실제 거주하지는 않은 것이다. 또한, 당비 대납의혹, 부인의 그림 강매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 26일 경향신문 보도.
▲ 26일 경향신문 보도.

이 후보자는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동성애·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성적지향 때문에 차별받아선 안되며 사회가 더 포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동성혼 합법화에 대해선 아직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존폐에 대해 이 후보자는 “찬양·고무죄는 다수 국민이 ‘과도한 금지’라는 의견”이라며 “너무 앞서가지 않고 국민 뜻과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임명안이 가결될 수 있을까?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은 ‘통과’ 가능성을 점쳤다.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협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드러낸 정당은 자유한국당이 유일하다. 

조선일보는 “국민의당은 ‘청문 위원들은 문제 제기를 강하게 하고 지도부는 온건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을 보였다”면서 “전남지사 출신인 이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이 큰 호남 지역 상황도 감안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역시 “국민의당은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바른정당도 일부 문제는 드러났지만 반대표를 던질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여야는 26일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면 29일 또는 31일 본회의에서 표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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