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정책 행보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딴지걸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한 이후 노동계 곳곳에서 정규직화 요구가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맥락이 생략돼 악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사자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15일 “‘우리도 정규직으로’ ‘안해주면 파업’…봇물 터진 비정규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천공항공사가 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1만명 전원을 연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우리도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는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서울대 비학생조교는 “15일에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 밝혔고 한국노총은 “우정사업본부 소속 8500명 계약직을 정규직화 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도 “다음 달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해 정규직 쟁취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거짓은 아니다. 

 
▲ 5월15일 조선일보 6면 기사
▲ 5월15일 조선일보 6면 기사
하지만 맥락이 생략됐다. 해당 노동자들이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한 이후 갑작스레 정규직화를 요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첫 단락에 인천공항공사 사례를 쓴 다음 “정규직화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보도해 마치 노동자들이 ‘떼를 쓰는’ 인상을 준다. 

서울대 비학생조교들이 서울대에 고용보장을 요구한 건 2016년 1월이다. 이들 중 127명은 지난해 4월부터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에 가입했고 지난해 12월22일 서울대로부터 정년 보장을 확인받았다. 하지만 이후 교섭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파업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홍성민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지부장은 15일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투쟁을 해왔고 올해 3월에는 연좌농성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바뀌어서 갑자기 파업에 돌입하는 게 아니”라며 “조선일보 기사는 짜깁기다. 조합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입된 민주노총 산하의 학비노조 사례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일보 기사에는 이들이 갑자기 6월 총파업에 동참하는 것처럼 등장하지만 이윤재 학비노조 정책국장은 15일 “이번 파업은 조기대선이 있을 줄 몰랐던 지난해부터 준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학비노조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2012년과 2014년에도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고 그 사이사이에도 부분 파업을 벌였다. 학교 현장에는 급식노동자, 행정실무사, 청소노동자, 방과 후 학교 강사 등 80여개 직종 15만 여명의 비정규직이 있으며 노조가 설립된 건 2011년이다. 

2013년 학비노조의 부분 파업 당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원, 공무원과 동종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정규직의 반도 안 되는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복지혜택도 차별을 받고 있다”며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차별을 가르칠 수 없다”며 이들의 파업을 지지했다. 

또 다른 사례로 등장한 우정사업본부는 정부기관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노동자 4만2000명 가운데 8000여명이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32.8%(2010~14년 기준)에 불과해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과중한 업무 때문에 과로사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2016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9명의 집배원이 근무 중 사망했다. 7명은 과로로 인한 돌연사였고 2명은 이륜차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우정사업본부는 ‘2016년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에 선정됐다. 

하지만 조선일보 기사에는 이런 맥락이 생략돼 있다. 때문에 노동자들이 마치 정권이 바뀌자마자 '떼를 쓰는 것'처럼 읽힐 소지가 있다. 이윤재 학비노조 정책국장은 “그런 분위기가 아님에도 새정부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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