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틀째를 맞는 11일자 아침신문에는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들이 다양하게 실렸다.

한국일보는 2면부터 15면까지 각 지면 상단에 ‘문재인 시대,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는 제목으로 각계 인사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짧게 짧게 소개했다. 여기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여소야대 국회라 5개 정당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을 소홀히 하면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오늘 제1야당을 먼저 찾으며 첫 출발한 것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새 정부에서는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모든 상장기업에 준법지원인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법무담당관을 둬 준법경영과 법치행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11일자 한국일보 2면에서 15면까지 지면 상단에 실린 '문재인 시대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 11일자 한국일보 2면에서 15면까지 지면 상단에 실린 '문재인 시대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서민들의 목소리를 실은 것도 인상적이다. 20대 캄보디아 출신 주부 바트순태아씨는 “이주민에게 한국은 여전히 차가운 곳”이라며 “기초교육 보장·직업훈련 확대 등 이주민의 한국 정착을 돕는 제도가 늘어난다면, 문화격차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갈등이 확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침신문 사설에는 대체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고 첫날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경향신문은 사설 “협치와 소통 의지 보여준 문 대통령”에서 “문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지칭하고, 야당과 정례적으로 만나겠다고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적절하다”며 “취임 첫날부터 탈권위적인 모습으로 시민과 소통하고 나선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문 대통령이 일자리 상황 점검 및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구성 준비를 첫 업무지시로 내린 데도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그러나 국민통합과 소통, 개혁은 대통령의 일회성 의지 천명으로 될 일이 아니”라며 “대통령이 인내심 있게 실천할 때만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첫날 보인 탕평 의지, 임기 말까지 지켜라”에서 4년만의 호남총리 지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구여권 인재를 발탁해 진짜 탕평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뜻을 드러냈다. 또한 “대선 유세에서 내건 ‘적폐 청산’은 취임사에선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 11일자 중앙일보 만평
▲ 11일자 중앙일보 만평

이 신문은 다른 사설 “소톨하게 소통 의지 보인 대통령의 행보”나 “한미 정상회담, 철저히 준비해야” 등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순항하길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동아일보 기자출신인 이낙연 총리 내정에 대해 동아일보는 어떻게 다뤘을까? 이 신문은 “문재인 내각이 아니라 ‘이낙연 내각’이어야 한다”는 사설에서 이번 인사에 대해 “영남 출신 문 대통령이 호남을 국정의 동반자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그러나 총리의 출신 지역보다 중요한 것은 대선 공약인 책임총리를 실천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라고 주장했다.

책임총리제를 위해 총리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책임총리제가 말만 무성하고 실현되지 못한 것은 이회창 김종필 이해찬 등 과거 몇몇 실세 총리를 빼고는 대부분이 스스로 권한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인사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을 때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책임총리라고 할 수 없다”고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비서실장을 향해 과거 주사파이며 임수경을 월북시킨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이라는 점을 비판한 것에 대해 “급변하는 시대에 오래전 오류를 자꾸 들춰내 발목을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비판을 받는 당사자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더 많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인선을 통한 국정원 개혁을 주문했다. 사설 “‘이낙연 총리-임종석 실장’ 인선에 거는 기대”에서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는 댓글 사건 등 연이은 국내정치 개입으로 ‘개혁 대상’이 된 국정원을 크게 수술해야 할 책임을 떠안고 있다”며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 후보자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다짐했는데, 국민이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11일자 한국일보 만평
▲ 11일자 한국일보 만평

국민, 이낙연 감동 주는 인선 아냐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민일보는 사설 “새 내각 인선 때는 대탕평 원칙 지켜져야”에서 “이낙연 총리 후보자 외에 국정원장 후보에 서훈 전 국정원 3차장, 비서실장에는 임종석 전 의원을 임명했다”며 “다소 파격 인선이긴 하지만 그래서 기대를 더 갖게 한다”고 밝힌 뒤 “또 친문 패권주의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평가도 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탕평 인사라고 하기엔 미흡하다”며 “능력과 적재적소라는 인사 기본 원칙 외에 조정 능력과 화합을 감안할 때 국민 눈높이에 부합한다고 하기 힘들고 특히 감동을 주는 인선은 아니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다른 사설에서 문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인 일자리위원회에 대해서도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신문은 “문제는 공공 일자리가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며 “의도는 좋으나 자칫 할당량 채우기식 전시행정이 되지 않도록 늘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 국정원장은 정치인 아냐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첫날 행보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 신문은 “이낙연 총리 후보, ‘제청 쇼’ 하지 않을 결의 돼 있나”에서 “헌법 어디에도 대통령이 주는 명단을 그대로 다시 청와대로 보내 ‘제청 쇼’를 하라고 돼 있지 않다”며 “이제는 대통령이 헌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파면당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상황은 쉽지 않다”며 “대통령 당선 후 바로 취임한 탓에 내각을 구성할 시간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문 대통령 진영에선 상당수 장관 후보를 정해놓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며 “문 대통령이 이 명단을 이 총리 후보에게 주고 검토하라고 한다면 그게 바로 ‘제청 쇼’”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총리 후보가 이를 받아들이면 문 대통령이 말하는 ‘새 대통령상’은 그때부터 어긋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일보는 서훈 국정원장 후보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이 신문은 “서 후보자의 국정원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역대 대통령들은 이 정보기관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거나 남북거래에 활용해 국정원을 망친 것”이라고 했다. 햇볕정책을 문제삼는 것이다.

이 신문은 “서 후보자는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실무를 총괄했다”며 “국정원이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고 한 뒤 “남북정상회담을 해도 국정원은 뒤에서 북이 어떤 음모를 꾸미는지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 후보자는 어제 ‘지금 남북 정상회담은 시기상조지만 필요하다. 조건이 성숙되면 평양에 갈수 있다’고 했다”며 “국정원장은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보수세력, 과거와 단절해야

19대 대선 결과가 보수진영의 완패로 나타났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율 24%+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6.8%+조원진 새누리당 후보 0.1%를 다 합한 보수진영의 총 득표율 30.9%가 1987년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의 36.6%보다 더 낮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대선에서 보수 정치세력의 득표가 이 정도 수준에 그친 건 처음”이라고 했다.

▲ 11일자 서울신문 사설
▲ 11일자 서울신문 사설

한겨레는 “이번 대선은 보수정권의 부패·비리·국정농단에 따른 대통령 탄핵 때문에 치러졌다”며 “자유한국당은 먼저 철저히 반성을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친박 핵심 의원들에게 ‘당원권 정지’ 수준의 징계만 내리더니 그나마 투표 이틀 전엔 모두 철회했다”며 “오히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책임’을 지라고 다른정당·정치인을 윽박지른 게 자유한국당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대로라면 ‘영남 지역당’이 자유한국당의 미래일 것”이라며 홍 후보가 “자유한국당 복원에 만족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탄핵 이전으로 돌아가는 식의 복원이라면 보수의 미래는 기약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을 향해서도 “내년 지방선거를 아두고 자유한국당과 명분없는 단일화나 복당 등에 매달려선 안 된다”며 “과거 정치 행태와 완전히 단절해야 보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참패한 보수, 합리적 대안 정당으로 거듭날 기회”에서 이번 대선 이후를 “처절한 반성과 쇄신을 통해 합리적 대안정당으로 거듭날지, 남은 밥그릇이라도 먼저 차지하겠다는 자중지란 끝에 자멸의 길을 걸을지는 오로지 그들의 선택에 달렸다”고 비판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권한대행이 새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협력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향해 한국일보는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헌정사의 맥을 이어 온 보수정당 지지세가 거의 공중 분해 됐는데도 ‘헌신과 책임’의 보수가치로 당을 환골탈태하겠다는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수진영은 수도권에서도 외면당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전통 보수의 상징 표밭인 서울 강남3구에서마저 모두 문재인 대통령에게 크게 밀렸다”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체를 봐도 성적표는 참담하다”고 했다.

“지지층에 오죽 큰 실망을 안겼으면 2등도 못하고 간신히 3등인지, 그 패인을 뼈 아프게 돌아보고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라고도 했다.

서울신문은 “탄핵 반대 민심 20%만 해바라기하는 속칭 ‘영남 자민련’으로는 미래가 없다”며 “개혁이 전제된 보수는 여전히 재건의 희망이 있지만 성찰하지 않는 보수는 소생의 가망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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