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그의 정책 탓에 전쟁위기가 닥치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상상’을 쓴 중앙일보 칼럼이 결국 제재를 받았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와 선거기사심의위원회는 최근 중앙일보 논설위원 칼럼 ‘이정재의 시시각각’의 ‘한달 후 대한민국’과 ‘3주후 대한민국’에 각각 경고 제재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4월13일 게재된 칼럼 ‘한 달 후 대한민국’은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가정하며 문 후보의 햇볕정책이 미국을 자극해 전쟁 위기에 처하지만 문 후보는 허둥지둥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칼럼에서 문 후보가 “대응사격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리자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사표를 낸다. 칼럼은 “나라는 절체절명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문재인의 청와대는 어쩔 줄 모르고 그저 분노를 터뜨릴 뿐이었다”고 묘사한다.

▲ 중앙일보 칼럼 '이정재의 시시각각'
▲ 중앙일보 칼럼 '이정재의 시시각각'

4월20일 게재된 ‘3주 후 대한민국’  칼럼은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보수진영의 반발을 의식해 김종인 총리를 임명하는 내용이다. “안보 불안으로 태극기 부대가 연일 광화문광장을 메우고 시위를 벌일 것이다. 김종인 총리가 이 모든 우려를 잠재운 것이다. 비로소 대한민국 정치에 한줄기 빛이 보이는 듯했다. 문재인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는 식이다.

한편에선 해당 칼럼이 문제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기사가 아닌 칼럼이고, ‘허구’를 전제로 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일보도 “안보 이슈 공론화 촉구를 목적으로 ‘상상’이라는 전제 하에 소설적 기법을 사용하여 칼럼 형태로 작성했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관계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위원회에서도 가상의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했다”면서도 “김관진 실장이 사표를 내는 등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고, 유사한 칼럼이 반복적으로 나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또, 중앙일보라는 매체의 영향력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자체적으로 심의를 한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이의신청에 따라 심의했다고 밝혔다.

종이신문의 선거 보도를 심의하는 선거기사심의위원회(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역시 같은 이유로 ‘경고’조치를 내렸다.

신문과 인터넷신문은 방송과 달리 재허가 등 직접적인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에 ‘경고’ 제재는 주의를 주는 것에 해당한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와 선거기사심의위는 국회 교섭단체, 법조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위원을 추천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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