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파면 이후 세 권의 책이 등장했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을 놓고 하나의 책은 특종취재기를, 또 하나의 책은 팩트체크를, 나머지 하나의 책은 주류언론을 싸잡아 비판했다.
한겨레 특별취재반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돌배게)를 펴냈다. 부제는 ‘기자들, 대통령을 끌어내리다’이다.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지난해 9월20일 박근혜 비선실세로 최순실을 거론하며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의 고구마 줄기를 캐낸 특별취재반의 취재기다.
한겨레 지면에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게 “도와달라”며 공개편지를 보냈던 김의겸 기자를 필두로 강희철 류이근 송호진 하어영 방준호 등 ‘최찾사’(최순실을 찾는 사람들)팀의 127일간 취재과정이 소설처럼 꼼꼼하게 등장한다. 김의겸 기자는 “승리의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해두어야 한다”며 이 책을 썼다. 한겨레 사내에 올렸던 정보보고도 책에 등장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은 한번 쯤 특종기자를 꿈꾸는 기자 지망생들에게 생생한 체험현장을 제공한다. 특종은 생각만큼 극적이지 않다. 송호진 기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외각 들판의 한 승마장에서 사흘 동안 정유라를 기다렸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비롯한 취재원과의 갈등은 다반사다. 이 책은 정신없이 흘러간 국정농단 국면의 흐름을 한겨레 취재일기를 통해 어려움 없이 복기할 수 있어 유용하다.
JTBC 팩트체크팀은 최근 ‘탄핵, 헌법으로 체크하다’(반비)를 펴냈다. 이 책은 국정농단의 흐름을 팩트체크와 헌법이란 키워드로 볼 수 있게 했다. 1부 ‘탄핵의 전조들’에선 국정농단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 전조증상을 사실 검증으로 풀어냈고 2부 ‘대통령 탄핵’에선 태블릿PC 보도 이후 탄핵 가결, 탄핵 인용 결정까지 과정에서 불거졌던 논란을 검증했다. 3부 ‘탄핵, 그 후’에선 개헌 주장 등을 검증했다.
예컨대 JTBC는 박근혜 측이 헌법재판소에 ‘키친 캐비닛’이란 표현을 통해 최순실이 키친 캐비닛이었고, 문건 유출을 공무상 비밀 누설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을 팩트체크했다. 그 결과 키친 캐비닛의 어원이 비선 실세였음을 지적하며 박근혜가 최순실을 사실상 비선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밝혔고, “오바마는 소통의 상징으로 키친 캐비닛을 활용했지만,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국정농단 세력을 포장하는데 이 용어를 아전인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탄핵에 반대했던 이들은 최근 ‘바람보다 먼저 누운 언론’(기파랑)을 펴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출판사 기파랑은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친박 인사였던 안병훈 통일과나눔 재단 이사장이 소유한 곳이다. 이 책은 박근혜가 언론의 난에 의해 부당하게 쫓겨났다고 믿는 이들에게 유용한 안식처를 제공한다. 이 책은 “한국 언론이 아주 고약한 단어를 동원해 최순실 사건에 대해 폭도나 다름없는 국민들의 과잉반응을 부추겼으며,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최씨나 그의 딸 등 사건 관련자들이 남은 인생을 제대로 살기 어려울 정도로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정유라를 신고한 JTBC기자를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언론의 ‘김평우 변호사 죽이기’가 도를 넘었다고 강조하며 박영수 특검 브리핑이 패션쇼가 되었다고 힐난한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대표인 안병훈 이사장도 최근 회고록을 내고 책의 내용과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언론은 사실을 조명해야 하는데 사실조명보다는 스스로 열을 받아 대중을 증오 분노케 하는데 열중한 면이 없지 않았다. 대중이 분노하면 정권은 넘어가기 마련”이라고 주장했으며 “언론은 (박근혜에게) 완승했으나 상처 또한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수한 오보가 양산되고 이에 책임지는 사례는 전혀 볼 수 없어 언론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