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의원 13명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을 두고 명분 없는 정치행보라는 비판이 거세다.

자당 후보인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돼 있어 내년 지방선거를 바라볼 때 당의 존립부터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자 불과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배를 갈아탄 것이다.

특히 박근혜 탄핵에 찬성하며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겠다는 창당 명분까지 내팽개쳤다. 이들을 보는 시선이 어느 때보다 싸늘한 이유다.

역대 선거에서도 명분 없는 정치 행보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민석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하고 전대협 의장으로 이름을 날리는 등 386세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정치에 입문한 뒤 미래의 대권주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순간의 선택으로 그는 '김민새'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이 현재까지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후 전격 정몽준 후보의 국민통합21에 입당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당시 김 전 의원 변신에 대해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지 양지를 쫓아 간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가고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대선 최대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적이 된 것이다.

결과는 비참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결심하자 오히려 김 전 의원 등 민주당에 돌아선 인물들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지지층이 결집하는 현상을 보였다.

여론조사 발표 결과 노무현 후보는 46.8%, 정몽준 후보는 42.2%로 나왔다. 이 같은 결과를 노무현 후보 쪽에 알려준 사람이 공교롭게도 김 전 의원이었다. 2007년 김한길 전 원내대표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여론조사 비사(秘史)라며 민주당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자신에게 노무현 후보 승리 결과를 전달해 준 사람이 김 전 의원이었다고 털어놨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일그러진 김 전 의원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의 정치 운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단일 후보가 되면서 급속히 기울어졌다. 김 전 의원이 갖고 있던 차세대 리더 정치인의 타이틀은 철새 이미지로 뒤덮였다. 당시 김 전 의원은 국민통합21 측으로부터 '트로이의 목마'라는, 민주당 측에서는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정 참여 기회도 갖지 못했다.

그의 변신을 놓고 단일화를 통한 승부수를 앞당겼다는 평가도 있지만 정치적 신념이 아닌 지지율에 따른 명분 없는 정치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는 비판이 더 많다.

▲ 김성태·홍문표 등 바른정당의 비유승민계 의원 13명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일표, 김학용, 박성중, 여상규, 박순자, 이군현, 홍문표, 김재경, 김성태, 황영철, 이진복, 권성동, 장제원 의원 사진=포커스뉴스
▲ 김성태·홍문표 등 바른정당의 비유승민계 의원 13명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일표, 김학용, 박성중, 여상규, 박순자, 이군현, 홍문표, 김재경, 김성태, 황영철, 이진복, 권성동, 장제원 의원 사진=포커스뉴스

반면,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명분을 지킨 정치행보를 걸어 성공을 거둔 인물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의 길에 들어서자 이에 반대했던 정치인 그룹이 있었다. 이들은 민주당 깃발을 내걸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꼬마민주당에서 대변인과 부총재를 지냈다. 꼬마민주당은 3당 합당 뒤 70여일 만에 열린 충북 진천·음성 보궐선거에서 무명 정치인 허탁 후보를 당선시키면서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1991년 6월 지방자치 광역 의원 선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끈 민주당과 꼬마민주당은 야권 분열로 패배하면서 야권 통합이란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부산 동구에 출마해 낙선한다. 그리고 1995년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해 낙선하고 15대 총선에서도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지만 낙선한다. 그리고 또다시 16대 총선에서 반대를 무릎 쓰고 부산에 출마에 낙선한 뒤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해 본선 후보로 선출되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된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 여부와 별개로 그는 명분을 지켰던 정치인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홍준표 후보 지지 선언은 자신의 살길을 찾고자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추한 변신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박근혜 탄핵 찬성 세력이었던 이들이 탄핵 반대 세력 무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아무런 명분을 찾을 수 없다.

결국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자신들이 살기 위해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쇼’를 하다가 앞길이 위태로워지자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홍준표 후보 지지 선언을 지켜보고 대중이 가장 많이 보였던 반응은 이렇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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